카드론·대부업까지 ‘급전창구’도 얼어붙는다

가게 운영자금 2000만원을 빌려야 하는 자영업자 A(46)씨는 요즘 피가 마른다.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은 물론 대부업체에서도 번번이 퇴짜를 맞아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가게가 어려워지면서 1억원 넘게 불어난 빚 때문이다. A씨는 “요즘 대부업체에서도 담보가 없으면 대출이 어렵다는 걸 처음 알았다”며 “이러다가 사채시장 문을 두드려야 하는 게 아닐지 두렵다”고 토로했다.

저신용자 등 금융 취약계층이 혹독한 대출 한파를 맞고 있다. ‘급전 창구’ 역할을 했던 신용카드 장기대출(카드론) 평균 금리는 15%대에 육박하고, 합법적 대출의 마지노선인 대부업체마저 아파트·차 등 담보를 지닌 대출자를 선호하고 있어서다.

쪼그라드는 대부업 시장.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쪼그라드는 대부업 시장.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26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7개 전업 카드사(롯데·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카드)와 NH농협카드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12.1~14.94%로 나타났다. 평균 금리가 12%대인 카드사는 지난해 11월 3곳에서 현재 한곳으로 줄었다.

금융권은 카드론 평균 금리가 조만간 15% 선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 재원을 조달하기 위한 이자(카드채 금리)가 오른 데다가, 정부의 대출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면서다. 올해부터 대출자의 빚 갚는 능력을 깐깐하게 따지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에 카드론이 포함됐다.

제도권 내 ‘마지막 급전창구’인 대부업체들은 신용대출 취급을 줄이고, 부동산이나 자동차를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담보대출에 주력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대부업체의 담보대출액(7조5390억원)은 전체 대출액(14조5141억원)의 51.9%, 신용대출은 48.1%를 차지했다. 담보대출이 신용대출 비중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2018년 말 담보대출 비중(32.2%)과 비교하면 2년 반 만에 19.7%포인트 늘었다.


담보대출 비중 증가하는 대부업.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담보대출 비중 증가하는 대부업.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대부업체에서 저신용자가 돈을 빌리기 어려워지자, 최근엔 전당포형 대부업체가 활기를 띤다. 전당포는 귀금속이나 명품 가방 등 부동산보다 상대적으로 담보 가치가 낮은 물건을 맡겨도 돈을 빌려주기 때문이다. 전국에 10여개 지점을 둔 C전당포 대부실장은 “지난해 중순부터 명품 가방과 시계 등을 맡기고 급전을 빌리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면서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노트북·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를 맡기고 돈을 빌리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대부업체가 고객 고르기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다. 문재인 정부 임기 초 연 27.9%였던 법정 최고금리는 두 차례 인하로 지난해 7월 20%로 낮아졌다. 대선을 앞두고 이를 10% 중반대로 지금보다 더 낮추자는 법안도 쏟아진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는 ‘양날의 칼’이다. 서민 이자 부담은 줄여주지만, 신용카드사와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은 물론 대부업체까지 수익성 악화로 대출 문턱을 높이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부업계 관계자는 “대부업체는 다중채무자 등 취약계층이 많이 찾다 보니 연체 우려가 크다”며 “낮아진 최고금리에 맞춰 적자를 줄이려면 부실 우려가 낮은 담보를 가진 대출자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대부업 시장은 이미 쪼그라들고 있다. 웰컴금융그룹 계열 웰컴크레디라인대부와 애니원캐피탈대부는 지난해 말 철수했다. 저축은행 인수 조건으로 2024년 철수한다는 계획을 앞당겼다. 자산 규모 5위 수준인 조이크레디트대부는 2020년 1월부터 신규 대출을 중단했고, 산와머니는 2019년 이후 기존 대출만 회수하고 있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고 금리가 더 낮아지면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자가 불법 사채시장으로 내몰리는 부작용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리 인상기에 취약 계층이 제도권 밖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정부가 면밀한 분석을 통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