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은 러시아로 넘어갔다"…2개 문서 받은 푸틴, 다음 ‘행동’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26일 미국은 지난달 러시아가 요구한 안전보장 안에 대한 답변을 문서로 전달했다. 이제 공은 푸틴 대통령에 넘어갔다. [로이터=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26일 미국은 지난달 러시아가 요구한 안전보장 안에 대한 답변을 문서로 전달했다. 이제 공은 푸틴 대통령에 넘어갔다. [로이터=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러시아는 서방으로부터 2개의 문서를 받았다. 지난달 러시아가 요구한 안전보장 안에 대한 미국의 답변,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우크라이나·프랑스·독일과 러시아 간 4자회담의 공동 성명이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금지 확약 등에 대해선 "양보는 없다"고 했지만, 외교적 길을 가자고 했다. 4자 회담에선 우크라이나 동부 휴전에 관한 협의가 이뤄졌다. 이제 공은 러시아로 넘어갔다.  

이날 러시아 측에 건네진 미국과 나토의 문서 답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유럽에서 핵무기를 비롯해 군비 통제와 군사훈련에 관한 상호 투명성 제고 방안, 유럽 내 미사일 배치 제한 등 협상안이 문서에 담겼다고 말했다. 그는 “공은 러시아에 넘어갔다”고 덧붙였다. 이날 나토도 이와 같은 내용의 문서를 별도로 러시아에 전했다. AP·로이터 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은 미국이 나토의 동진 금지 등 러시아의 요구를 공식적으로 거부했지만, 핵무기 통제 등 협상의 폭은 더 넓혔다고 해석했다. 

8시간 마라톤협상을 벌인 4자회담도 모스크바에 대한 메시지로 마무리했다. 4개국 고위 당국자는 8년간 분쟁 중인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휴전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기로 했으며, 2주 이내에 독일 베를린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 

그러나 러시아 측은 "진전은 없었다"고 회담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안드리이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2019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도출된 문서라며 "이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4자회담과 별개로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도 2주 이내에 러시아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타스통신은 전했다. 영국 외무부 수장의 러시아 방문은 2017년 당시 외무장관이었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이후 5년 만이다.   


지난 26일 러시아 외무부 청사 앞에 비둘기가 날고 있다. 이날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은 미국의 문서를 받은 후 푸틴 대통령에 브리핑할 것이라고 했다. [AP=연합뉴스]

지난 26일 러시아 외무부 청사 앞에 비둘기가 날고 있다. 이날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은 미국의 문서를 받은 후 푸틴 대통령에 브리핑할 것이라고 했다. [AP=연합뉴스]

서방의 문서와 메시지가 전달된 시점에서 전 세계의 시선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쏠린다. 

이날 NYT는 러시아 의원들도 대체로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콘스탄틴 코사체프 러시아 상원 부의장은 "(문서의 내용이) 미국과 논의할 사항"이라고 했으나, 다른 의원들은 서방이 러시아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푸틴 대통령이 경고대로 '군사 기술' 조처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또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자바로프 의원은 "러시아는 아무 것도 숨기지 않고 협상에 임했다"며 "이제 우리의 손은 풀렸고, 우리가 원하는 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이날 오전 의회 브리핑에서 미국의 문서를 받은 후 푸틴 대통령에게 다음 단계에 대해 브리핑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의 답변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이에 상응하는 조처를 하겠다고 했다. 

러시아 크렘린궁도 미국의 답변서에 대한 반응을 내놨다. 27일 모스크바타임스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 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기자단에 "(미국의 답변서는) 우리 생각과 우려가 고려됐다고 말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현재 이 문서들은 푸틴 대통령의 손에 있다. 성급히 결론내리지 말자. 검토에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미국과 러시아 간에 실무 접촉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미국 행정부의 부정적인 기류를 전했다. 매체는 "미국 관리들은 모스크바가 최종 결정을 하기 위해 미국의 공식 답변을 구실로 삼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은 이날 한 단체가 주최한 포럼에서 "푸틴 대통령이 최종 결정을 내렸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그가 지금부터 2월 중순 이내에 군사력을 사용할 것이라는 징후가 분명해 보인다"며 "2월 4일 베이징올림픽이 타이밍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