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공급 거부’ 낙농가에 물러선 정부 “우윳값 개편안 수정”

우유 가격 개편을 두고 낙농가와 대립하고 있는 정부가 28일 가격 제도 수정안을 제시했다. 낙농단체가 설 연휴 이후 ‘우유 공급 거부’ 투쟁을 예고하자 정부가 한 발 물러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낙농가의 의견을 반영한 우유 가격 제도 개편안을 수정한다고 밝혔다. 앞서 농식품부는 우유의 원재료인 원유(原乳)를 흰 우유를 만드는 ‘음용유’와 치즈 등을 만드는 ‘가공유’로 분류하고 음용유는 지금과 비슷한 수준의 가격에, 가공유는 더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도록 하는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추진했다. 대신 낙농가 소득이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유업체의 구매량을 전보다 확대하도록 했다.

지난해 10월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유제품을 고르는 시민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유제품을 고르는 시민의 모습. 연합뉴스

차등가격제를 도입하려면 낙농가가 원유를 증산할 수밖에 없다. 낙농단체는 생산 시설을 확대하려면 비용과 환경 문제가 발생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수정안에서 용도별 차등가격제 적용 물량을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가공유는 L당 1100원에, 가공유는 L당 800원에 공급하도록 하는데, 적용 첫해 음용유는 190만t에 이 가격을 매기고 가공유는 이보다 적은 20만t에 적용한다. 이후 해마다 음용유 비중은 줄이고, 가공유 비중을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다.

정부는 또 원유 가격을 결정하는 낙농진흥회 이사회가 낙농가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제도 개편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봤다. 15명의 이사 중 7명이 낙농가 측 이사인데, 낙농가 측 이사 수는 그대로 두고 정부 측 이사를 늘리는 등 이사회 구성원을 23명으로 늘리는 방안은 그대로 추진한다.


대신 원유 가격과 구매 물량을 결정하는 별도의 소위원회를 두는 방안을 제시했다. 소위원회는 낙농가(생산자) 3인, 유업체 3인, 정부 1인, 학계 1인, 낙농진흥회 1인으로 구성해 생산자 입장을 반영할 계획이다.

농식품부가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낙농가의 불만을 달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공공기관 운영위원회를 열고 낙농진흥회의 공공기관화를 검토했지만, 실제 공공기관으로 지정하지는 않았다. 낙농진흥회가 공공기관이 되면 원유 가격 제도와 이사회 개편이 정부의 입장대로 추진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게 낙농단체의 우려였다. 앞서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 회장은 “기재부가 농식품부의 요청에 따라 낙농진흥회 공공기관 지정을 강행한다면 법적 소송은 물론 강경 투쟁을 통해 반드시 바로잡을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