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우울감 막는 실내 ‘~ing’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올리브나무사이로' 목공방의 남경희 공방장이 목재를 자르기 전 전동톱의 높이를 가늠하고 있다. 김홍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부른 나락. 검푸른 마음의 멍. 일명 ‘코로나 블루’다. 오미크론 변이까지 걷잡을 수 없는 지금, 중앙SUNDAY는 마음을 다독이면서도 코로나와, 누군가와 공존을 위한 방법으로 ‘~ing’를 제안한다. 무엇이든지 하자는 의미다. ‘야외 ing’(2021년 12월 18일자 10면)에 이은 ‘실내 ing’다.
자르고 켠다, 목공예(carpentering)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의 ‘가디언하우스 작은목공방’에서 목심(나무못)을 만드는 장면. 김홍준 기자
지난 18일 인천대 평생교육원 창업보육센터. 박승훈(51) (주)목인 대표는 의자를 사포로 문대고 있었다. 목공 18년차인 그는 이곳에서 목공예를 가르친다. “수강생이 코로나 초기에는 잠깐 떨어지더니, 사태가 장기화할수록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출강하는 다른 목공학교에서는 16명 정원에 120~130명이 몰려 면접을 봐야할 정도”라고 밝혔다.
왜 그럴까. 박 대표는 “목공예는 자기 손으로 세상 유일의 작품을 만든다는 성취감, 옆에 폭탄이 떨어져도 모를 집중력이 엄청나다”며 “코로나로 인한 산업, 특히 자영업의 재편을 염두에 둔 창업 준비도 있고, 무엇보다 코로나 피로감을 해소하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분석했다.

목공방 체인점을 운영하는 (주)목인 박승훈 대표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목공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박 대표는 아이들이 반제품 키트를 조립(사진)하면 평생의 장난감으로 쓴다고 밝혔다. 반제품 키트를 비롯한 교육 콘텐트와 교육 시스템은 (주)목인에서 개발한다. 김홍준 기자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의 목공방 '올리브나무사이로'의 남경희 대표가 목재 절단 작업을 하고 있다. 작업장갑에 쓰인 '천하무적 올리브' 중 '천하무적'은 남 대표가 목공을 시작한 뒤 처음으로 쓴 장갑의 브랜드이고 '올리브'는 자신의 별명이다. 공방 이름 '올리브나무사이로'도 자신의 별명과 공방의 핵심인 나무를 조합한 것이다. 김홍준 기자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에 자리잡고 있는 목공방 '올리브나무사이로' 내부. 김홍준 기자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에 있는 목공방 '올리브나무사이로'의 남경희 공방장의 도안 스케치북. 건축가 출신인 남 공방장은 "공간 감각이 좋으면 목공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김홍준 기자
남 공방장은 건축가였다. 육아휴직 중 목공을 배우면서 성취감과 몰입도에 그만 빠져버렸단다. 나무의 ‘결’이 자신의 결과 맞다고 생각하니, 11년째 ‘닥공(닥치고 목공)’ 중이다. 이 목공방 회원인 한은진(52)씨는 “코로나가 날 괴롭힐 틈이 없을 것 같다. 뭘 어떻게 만들까, 그 생각만으로 머리가 가득 차니까”라며 웃었다.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가디언하우스 작은목공방’ 내의 각종 도구. 김홍준 기자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의 '가디언하우스 작은목공방'의 임동균 공방장(왼쪽)과 이윤서씨가 목재를 자르고 있다. 김홍준 기자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에 있는 '가디언하우스 작은목공방' 내부 전경. 김홍준 기자

지난 18일 인천대학교 평생교육원 창업교육센터에서 박승훈 (주) 목인 대표가 250만원에 팔리는 윈저 체어 마무리 작업 중이다. 김홍준 기자
심고 기른다, 가정원예(home gardening)
![6개월 째 홈 가드닝 중인 김소희씨가 집에서 키우는 제주애기모람. [사진 김소희]](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joongang_sunday/202201/29/37028a5a-7793-4c0e-a68a-a03248173c4d.jpg)
6개월 째 홈 가드닝 중인 김소희씨가 집에서 키우는 제주애기모람. [사진 김소희]
돌본답시고 몸이 얽매이거나, 큰돈이 드는 것도 아니다. 심플하다. 6개월 차 ‘식집사’(식물+집사)인 김소희(23)씨가 식물에 투자하는 시간은 매일 아침 10분. 리톱스, 코노피튬 계열의 다육식물과 열대 관엽식물을 기르는 그는 ‘집콕 취미’로 식물 가꾸기를 선택했다. 김씨는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핸드폰만 만지작댔는데, 집안에서 식물을 돌보니 가슴이 시원하게 뚫리는 기분”이라고 밝혔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리고 칠한다, 드로잉(drawing)

‘2시간에 2만원’을 내건 서울 종로구의 드로잉 카페. 자리 여유가 있을 때는 그림 완성 때까지 머무르게 해주는 드로잉 카페도 있다. 윤혜인 기자
이씨와 함께 미술 학원에 다니고 있는 직장 동료 신희재(28)씨에게도 그림은 ‘또 다른 삶의 원동력’이다. 신씨는 “특히 작품을 완성했을 때 기분은…음, 세상 모든 걸 가진?”이라며 이씨를 따라 함께 웃었다.
![직장 근처 미술학원에서 직접 그린 그림을 들고 있는 신희재씨(왼쪽)와 이기현씨. [사진 신희재]](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joongang_sunday/202201/29/29762bef-3b8a-4005-9464-a2dfba4e09b9.jpg)
직장 근처 미술학원에서 직접 그린 그림을 들고 있는 신희재씨(왼쪽)와 이기현씨. [사진 신희재]
![자신의 취향에 맞춰 ‘향수 만들기’에 나선 한 여성. 향수 공방도 곳곳에 생기고 있다. [사진 ISDH 조향스쿨 충청센터]](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joongang_sunday/202201/29/9b82e1ae-1eda-4e77-8bb4-01790aa483a2.jpg)
자신의 취향에 맞춰 ‘향수 만들기’에 나선 한 여성. 향수 공방도 곳곳에 생기고 있다. [사진 ISDH 조향스쿨 충청센터]
![대구시 서문시장 내 '한땀핸즈'에서 뜨개질 중인 수강생. 이곳의 주혜경 대표는 "뜨개질은 취미는 물론 코로나 이후의 창업 아이템으로 배우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 한땀핸즈]](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joongang_sunday/202201/29/b872082c-3b5f-4031-ac0a-a79d2ca4a2c7.jpg)
대구시 서문시장 내 '한땀핸즈'에서 뜨개질 중인 수강생. 이곳의 주혜경 대표는 "뜨개질은 취미는 물론 코로나 이후의 창업 아이템으로 배우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 한땀핸즈]
자신의 취향에 맞는 향수 만들기(perfume making)도 인기다. 곳곳에 향수 공방이 생기고 있다. 뜨개질(knitting), 가죽공예(leather crafting) 등은 어떨까.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보도한 대로, ‘막걸리 만들기(makgeolli brewing)’도 좋은 ‘실내 ing’다. 단 과음(overdrinking)은 금물.
![서울 금천구의 이비그 가죽공방에서 가죽지갑을 만들고 있다. [사진 이비그 가죽공방]](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joongang_sunday/202201/29/0105ab23-6a2a-43c8-b7c0-7f13e0a21aed.jpg)
서울 금천구의 이비그 가죽공방에서 가죽지갑을 만들고 있다. [사진 이비그 가죽공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