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밀밭. [로이터=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1/29/c4e8bcdf-c292-4e83-b809-f48ae5124750.jpg)
우크라이나의 밀밭.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국기의 절반을 차지하는 노란색은 밀을 의미한다”
우크라이나 농업정책 및 식품부 차관(2014~2016)을 지낸 블라디슬라바 투티츠카의 말이다. 그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소식지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는 국기조차 농업 국가임을 상기시켜준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국기는 푸른색과 노란색으로 상하 양분돼 있다. 푸른색은 하늘과 물을, 노란색은 밀을 의미한다.

우크라이나 국기와 닮은 밀밭 풍경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우크라이나는 올해 전세계 밀의 12%, 옥수수의 16%를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의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면 세계적인 애그플레이션(Agflation·곡물 가격 상승으로 발생하는 인플레이션)이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전운이 고조되면서 국제 밀 선물 가격은 요동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국제 밀 거래 벤치마크인 시카고상품거래소의 밀 선물 가격은 이날 3.5% 뛴 부셸당 8.28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2개월 만의 최고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프랑스 파리·네덜란드 암스테르담·벨기에 브뤼셀 통합 단일증시 유로넥스트에서 밀 선물 가격은 이틀째 급등했다. 3월물 밀은 t당 291.75 유로까지 올라 지난달 27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의 전략 담당 도미닉 슈나이더는 로이터에 “최근 몇 달간 흑해 지역에서 지정학적 위험이 높아져 앞으로 밀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인근의 밀밭. [로이터=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1/29/ff6e59c5-a893-4473-8f9e-7fa6b843f1f6.jpg)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인근의 밀밭. [로이터=연합뉴스]
美 제재에 러시아 밀도 공급 악영향 받을 수도
흑해가 불안정해지면 우크라이나 외에도 러시아·카자흐스탄·루마니아 등 주요 곡물 수출국의 공급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들 네 국가 모두 흑해 항구로부터 곡물을 운송하고 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전세계 인플레…‘아랍의 봄’ 가능성도 거론
!['아랍의 봄'이 촉발됐던 북아프리카 튀니지에서 실업가 고물가 등 경제난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2018년 다시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1/29/9de5cf72-7f9e-4d2f-af89-8c80fb8a04c2.jpg)
'아랍의 봄'이 촉발됐던 북아프리카 튀니지에서 실업가 고물가 등 경제난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2018년 다시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밀값 상승은 개발도상국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특히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밀 의존도가 상당하다. 2020년 레바논에서 소비된 모든 밀의 절반가량이 우크라이나산이었다. 더구나 레바논은 인구의 칼로리 섭취량의 35%가 빵 등 곡물 제품에 의존해, 우크라이나 밀 수입은 ‘식량 안보’와 직결된다. 그 밖에도 밀 소비의 10% 이상을 우크라이나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만 14개국이다. 예멘과 리비아는 각각 밀 소비량의 22%와 43%를, 이집트는 총 밀의 14%인 300만t 이상을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했다. 포린폴리시(FP)와 아시아타임스는 이런 탓에 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하면 도미노 현상으로 ‘아랍의 봄’이 재연될 수 있다고도 본다. 2010년 말 튀니지 ‘재스민 혁명’으로 시작된 아랍국 민주화 운동의 기폭제는 밀가루 값 폭등인 것으로 분석된다.
밀 자급률 0.8% 한국도 예의주시
![2020년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터미널에서 사료용 밀을 선적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1/29/8fab41b4-babc-49f4-88db-4c9bdda2bd36.jpg)
2020년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터미널에서 사료용 밀을 선적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2020년 한국은 식용밀 250만여t, 사료용밀 약 111만t으로 전체 361만t 가량을 수입했다. 식용밀은 미국(134만여t), 호주(약 97만t), 캐나다(18만여t)에서 수입했다. 사료용밀은 우크라이나(47만여t), 루마니아(23만여t) 등에서 주로 수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