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서 36억 꿀꺽, 강원도 사고차도 가는 부천 정비소의 꼼수 [요지경 보험사기]

[요지경 보험사기]

경기도 부천시의 A자동차정비업체에는 경기도와 서울뿐만 아니라 강원도에서 난 교통사고로 수리를 받으려는 차량이 몰리며 문전성시를 이뤘다. A업체가 강원도에서 난 사고 차량의 수리까지 맡게 된 비법은 '통값'으로 불리는 견인 수수료였다. 견인기사에게 차량 수리비의 일정액을 떼주는 조건으로, A정비업체에 차량을 몰아주도록 하는 방법이다.  

부천에 있는 정비업체는 견인기사들에게 2년 간 14억원의 불법 수수료를 지급하고 사고 차량을 넘겨 받았다. 셔터스톡

부천에 있는 정비업체는 견인기사들에게 2년 간 14억원의 불법 수수료를 지급하고 사고 차량을 넘겨 받았다. 셔터스톡

경찰 조사 결과 A업체가 2018년 1월부터 2019년 4월까지 견인기사에게 지급한 수수료만 14억4334만원에 달한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렇게 수수료를 떼준 A업체가 보험사로부터 받은 공임 등 보험금은 50억원 수준이다. 자동차관리법과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라 사고 차량을 견인해주는 대가로 수수료를 주고받는 건 금지돼 있다. 

 
수수료 액수는 견인기사마다 달랐다. 차량 견인 대수 당 정액을 지급하거나 보험사에 청구한 공임의 20~30%를 지급하는 식으로 계약했다. 일부 견인기사의 경우 견인 차량 구매 보조금 지원 조건으로 수수료를 덜 주기도 했다. 차량 견인을 많이 해온 기사에게는 성과급 명목으로 수수료를 더 줬다. 견인기사 B씨는 A업체에서만 1900만원의 수수료를 받았다.  

견인 수수료가 후하다 보니 서울과 경기도는 물론 강원도 인근에서 난 사고 차량까지 해당 정비소로 견인해왔다. 견인기사들은 다른 공업사에서도 수수료를 챙겼다. 경찰 관계자는 “(A공업사의) 할당량을 채운 뒤에는 다른 공업사로 가 수수료를 받기도 했다”며 “부천 일대에 정비업체가 많이 생긴데다, 수수료 지급이 일상화하며 제살깎아먹기식 경쟁이 심해졌다”고 말했다.  

A정비업체는 수리가 필요없는 부위까지 수리를 한 것처럼 꾸며 보험사에 수리비를 청구했다. 셔터스톡

A정비업체는 수리가 필요없는 부위까지 수리를 한 것처럼 꾸며 보험사에 수리비를 청구했다. 셔터스톡

견인기사들은 주로 C견인업체 소속 기사들이었다. C업체는 소규모 견인기사 업체를 모아 만든 대형 견인업체다. 견인기사에게 일정액의 수수료를 받은 뒤 광고와 콜센터 운영 등을 대행해줬다. C업체는 택시기사를 상대로 (교통사고) 제보 콜센터도 운영했다. 사고 현장을 알려준 택시기사에게 7만원을 줘 견인기사들이 빨리 출동하게 한 것이다.


 
사고 차량 입고를 늘리려 견인기사에게 수수료를 많이 지급한 정비업체는 이문을 남기려 수리비를 부풀렸다. 수리할 필요 없는 곳까지 수리한 것처럼 꾸며 견적을 부풀리는 방법을 썼다. 주로 판금 작업을 한 것처럼 가장한 사진을 촬영한 뒤 이를 보험사에 제출해 공임비를 더 받았다. 보험사 직원이 매번 해당 공업사를 방문해 수리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을 노렸다.  

이들의 범행은 인천과 부천 등 특정 지역에서 자동차 수리 건당 공임이 유난히 많은 것을 의심한 한화손해보험 보험사기특별조사팀(SIU)과 금융감독원이 조사에 나서며 덜미를 잡혔다. 

한화손보 이현욱 SIU 조사팀장은 “보험개발원 시스템에 등록된 자동차 수리비 산출내역을 분석한 결과 인천과 부천 지역이 전국에서 자동차 수리 건당 공임 청구액이 많았다”며 “특히 해당 공업사는 부천 지역에서 수리 건당 공임 청구액이 가장 많아, 청구 내역 등을 주의 깊게 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보험사 등은 이른바 '통값'이 오가는 정황을 확인한 뒤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6개월간의 수사 끝에 정비업체와 견인기사 등 48명 사이에서 불법적으로 오간 수수료와 허위 수리 사실 등을 확인했다. 

보험사기 적발금액 및 환수금액.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보험사기 적발금액 및 환수금액.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A업체 대표인 D씨에게 보험사기와 자동차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징역 2년 형을 선고했다. 보험사기 금액으로는 8198만원만 인정됐다. 보험사에 제출한 사진 중 판금 수리가 없었다는 점이 명확히 입증된 것만 대상으로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부정한 금품제공으로 인해 견인차 기사들이 사고 차량을 부천 소재 피고인의 수리업체까지 무리하게 장거리 이동을 하도록 유인해 자동차관리업소의 시장 질서를 심각하게 교란했다”고 지적했다.   

견인기사들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견인기사 대부분은 조사 과정에서 수수료를 받는 게 불법인지 몰랐다고 진술하고 있지만, 견인업자가 정비업소에서 수수료를 받는 건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상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말했다.  

이런 '통값' 관행은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진다. 견인기사들이 수수료를 많이 주는 정비업체로 차량을 견인하다 보니 장거리 견인이 많아지게 돼 견인료 명목으로 나가는 보험금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수수료를 주는 정비업자들이 수리 견적을 부풀리고, 이에 따라 보험금이 지급되며 선량한 가입자의 보험료가 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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