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동구 옛 둔촌주공아파트단지에서 재건축 공사가 한창이다.뉴스1
올해 서울 아파트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대단지 아파트 분양이 줄줄이 연기될 가능성이 커져서다.
2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규모의 단지가 될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의 연내 분양이 불투명해졌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은 옛 둔춘주공 아파트를 재건축해 1만2032가구의 새 아파트가 들어서는데, 일반분양 물량만 4786가구에 달한다. 지난해부터 분양 일정이 계속 밀리다가 오는 6월에는 분양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증액 문제를 놓고 다툼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최근 분양가 산정 과정에서도 난항을 겪고 있다.
시공사 현대건설은 2020년 6월 총회에서 결정한 공사비 3조2000억원이 유효하다고 보고 있지만, 조합 측은 당시 계약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적법한 절차에 의해 결정된 금액이 아니기 때문에 공사비를 다시 책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중재하고 있지만, 여전히 양측의 입장 차이가 크다.
여기에 이달 초 한국부동산원이 토지비 감정평가 적정성 검토 결과 '재검토'를 강동구청에 통보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조합은 지난해 말 강동구청에 분양가 산정을 위한 택지비 감정평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조합에 따르면 감정평가 결과 강동구청으로부터 통보받은 평가액은 1㎡당 2020만원이다.
하지만 부동산원은 이 평가액이 과도하게 높게 책정됐다며 반려했다. 재신청을 해야 하는 데다 택지비가 조합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분양 일정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한 조합원은 "6월 분양은 물론 연내 분양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잠실진주아파트 재건축 공사 현장에서 삼국시대 유물이 발견돼 분양이 차질을 빚게 됐다. 연합뉴스
송파구 잠실진주를 재건축하는 '잠실래미안아이파크'는 2678가구의 대단지로 약 800가구를 올해 하반기에 일반분양할 계획이었지만 사업시행계획 변경과 문화재 정밀발굴조사 등으로 인해 사실상 연내 분양은 물 건너간 상황이다.
사업지는 유적분포가능지역으로 지난해 12월 참관조사를 하던 중 삼국시대 유구가 확인되면서 조합에서 전문업체를 정해 지난 1월부터 정밀발굴조사를 진행해왔다. 조합은 다음 달 말까지 정밀발굴조사를 진행한 뒤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유물이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문화재 보존 방안을 만들어 문화재심의위원회 심의를 받아야 하므로 분양일정이 밀릴 수밖에 없다. 일단 송파구는 "공사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강북 재개발을 통해 4321가구를 짓는 동대문구 이문3구역은 'NO 아이파크' 영향을 받고 있다. 시공사는 HDC현대산업개발(52%)·GS건설(48%) 컨소시엄인데,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 여파로 일부 조합원들이 시공사 교체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조합 측은 오는 4월 총회를 통해 교체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데, 교체 여부를 떠나 분양 일정은 예정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서초구 신반포4지구를 재건축하는 '신반포 메이플자이'(3307가구)도 사업지 내 시유지 매입 문제 등으로 일반분양 일정이 연기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GS건설 관계자는 "분양 일정을 놓고 조합과 협의 중"이라고 했다.
지난해 말 집계 기준으로 올해 서울 민영 아파트 분양 예정 물량은 약 4만8000가구인데, 일정이 늦어지는 단지가 많아 실제 공급량은 예정물량의 절반을 밑돌 전망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의 경우 실제 공급 물량은 연초 계획(4만4722가구)의 15% 수준인 6876가구에 그쳤다. 실제로 2017년 이후 연초 계획된 민영아파트 물량이 전부 분양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민간 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2020년 7월 본격화하면서 사업성 문제로 분양을 연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올해도 사업지의 개별 사정 외에도 대선 등 정부 정책변화 등의 변수가 있어 분양이 지연되는 경우가 더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