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관리는 인간의 기본권" 글로벌 핀테크 프리베 대표 인터뷰

데이비드 리 프리베 대표 "자산관리는 인간의 기본권"

 
늘어난 기대수명, 코로나 등 예기치 못한 변수는 미래 불확실성을 더욱 키웠다. 돈의 많고 적음과 관계없이 누구든 현재 수입, 장단기 목표 등을 고려한 생애 맞춤형 자산관리는 필수가 됐다. 금융권·비금융권 할 거 없이 자산관리 대중화를 내세우며 경쟁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상품을 다양화하고, 시스템을 갖춰 운영하는 데 적잖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이 같은 상황을 일찌감치 간파하고 한국에서 사업 확장을 꾀하는 기업이 있다.

지난 2011년 설립된 홍콩 핀테크(금융+IT) 전문 기업 '프리베 테크놀러지'다. JP모건 출신 찰스 웡 회장, 줄리언 실링거 최고경영자(CEO), 유럽 최대 투자은행 크레디트 스위스 출신의 데이비드 리 등 3명을 주축으로 설립됐다. 프리베는 금융권 전문투자자를 위한 사스(SaaS,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제공업자다. 국내외 금융 회사가 프리베의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를 깔면 개인자산관리사(PB)가 고객 개인별 특성에 맞는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거나 리스크 관리, 리밸런싱(자산 배분 비율 조정)하는 등 종합적 해법을 줄 수 있다.

직투 못하는 해외 상품 포트폴리오 따라잡기

데이비드 리 프리베 대표. 사진=박재현 PD

데이비드 리 프리베 대표. 사진=박재현 PD

최근 중앙일보와 만난 데이비드 리 프리베 대표는 자사의 독보적 경쟁력으로 "전 세계 3만 5000여 개 상품을 반영해 모델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제안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한국의 자산관리 소프트웨어는 주로 상장지수펀드(ETF)에 국한되는 등 그 수가 제한적이다. 반면 프리베의 소프트웨어를 탑재하면 블랙록 등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를 포함, 60개 글로벌 자산운용사의 파생상품과 주가연계증권(ELS) 같은 구조화 금융상품 등 3만여 개 이상을 반영한 모델 포트폴리오를 구현한다. 

직접 투자하기 어려운 해외 자산운용사의 상품 포트폴리오를 미러링 방식으로 가져와 채권, 뮤추얼 펀드, 기타 자산 등의 구성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많아야 수백개에 그치는 상품을 개별 판매하는 기존 방식에 비해 다양성이 확연히 높다. PB(개인자산관리사) 개인의 판단에 의존하는 위험에서도 자유롭다. 

리 대표는 "금융사들은 주문, 포트폴리오 구성, 리밸런싱 등 16가지 프리베 솔루션 블록 중 필요한 기능만 레고처럼 조립해 초개인화 프라이빗 뱅킹을 많은 이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의 투자성향과 선호에 따른 포트폴리오 추천, 리스크 관리와 자산재분배, 결혼과 은퇴 등 생애주기에 맞춘 자산 계획도 손쉽게 처리할 수 있다.  


신한금투, 빅스비 등에 프리베 솔루션 탑재

지난 2016년 씨티은행은 일찌감치 프리베 소프트웨어를 도입, 자산 규모 10억원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일대일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 '포트폴리오 360'을 운영했다. 최근 신한금융투자도 프리베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초개인화 자산관리 플랫폼 'S-ray(에스레이)'를 출시했다. 국내 증권업계에서 글로벌 자산관리 모델이 적용된 최초 사례이다. 개별 상품 위주 판매 영업이 아니라 자산 배분 중심의 진정한 자산관리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할 수 있었다는 게 신한금융투자 측 설명이다. 

금융권에만 한정된 건 아니다. 삼성전자의 인공지능(AI) 비서 빅스비를 비롯해 삼성페이 등에도 프리베의 자산관리 서비스가 도입될 전망이다. 리 대표는 "한국뿐 아니라 싱가포르, 대만, 독일 등 16개국 50여 개 기업에 프리베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며 "이를 활용한 자산관리 총액(AUM)이 현재까지 약 470억 달러(약 60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성장 빠른 아시아 자산시장 선점 노려

프리베는 곧 시리즈 C 투자 유치를 앞두고 있다. 내년에는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도 진행할 계획이다. 올해 초부터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의무화됐고, 오픈뱅킹과 연계된 만큼 똑똑한 금융자산 관리 플랫폼을 누가 선점하는지가 관건이다. 

◇오픈뱅킹: 하나의 앱에 모든 은행의 계좌 조회, 결제, 송금 등을 할 수 있는 금융 서비스
◇마이데이터: 흩어져 있는 금융정보를 일괄 수집해 본인이 한 곳에서 직접 관리하는 것.

 
리 대표는 "금융 서비스를 찾는 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쓰기 편하면서, 나한테 딱 맞는 자산 관리 서비스를 다채롭게 제공해 줄 수 있는 플랫폼을 최종 선택하게 될 것"이라며 "프리베의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는 전 세계 3만 개 이상의 상품을 반영한 모델 포트폴리오 구현이 가능한 만큼 금융사, 비금융사 할 거 없이 협업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리 대표는 아시아 개인 자산관리 시장 성장 속도가 빨라 향후 8년 안에 미국 등 선진 시장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그는 "초개인화 자산관리 서비스는 기본권이고, 돈이 많건 적건 관계없이 누구든 각자 환경에 맞는 자산 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나아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탤 것"이라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