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셀카 한장 받자고 돈 냈냐" 아이돌에 뿔난 팬들, 왜

NCT 멤버 재현은 유료 팬 플랫폼 버블에서 소통을 성의없게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버블은 메시지나 사진 외부 유출을 막고 있어 문제를 제기한 팬이 아이돌의 얼굴을 가렸다. [사진 팬커뮤니티 캡처]

NCT 멤버 재현은 유료 팬 플랫폼 버블에서 소통을 성의없게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버블은 메시지나 사진 외부 유출을 막고 있어 문제를 제기한 팬이 아이돌의 얼굴을 가렸다. [사진 팬커뮤니티 캡처]

 
“대충 찍은 셀카 한장 받자고 4500원 낸 거냐”

 
지난달 13일 팬 플랫폼 ‘디어유 버블’에서 보이그룹 엔시티(NCT) 재현을 구독하는 팬들 사이에서는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버블은 월 4500원을 내면 아이돌 멤버가 개인 메시지를 보내주는 구독 서비스다. 이날 재현은 무덤덤한 셀카 한 장을 올렸다. 3월 26일 미용실 거울 앞에서 머리를 하면서 올린 사진에 이어 19일 만이었다. 이 사진에 대해 팬들은 “성의 없다”, “돈값 하라”는 불만을 쏟아냈다. 걸그룹 레드벨벳의 조이도 지난해 한 달간 메시지를 보내지 않자 그를 구독하는 팬들로부터 “팬들에게 버블 할 시간이 그렇게 없냐”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누가 메시지 많이 보냈나…‘버블 줄 세우기’  

 

모바일 팬 플랫폼이 K팝 산업의 신성장 동력, 미래 먹거리로 뜨면서, 부작용도 나오고 있다. 같은 구독료를 내는데 아이돌의 사정, 성격에 따라 메시지나 사진을 보내는 빈도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안 그래도 바쁜 아티스트를 감정적으로 착취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억지로 소통하는 건 일종의 ‘감정노동’이라는 것이다. 이래저래 ‘팬심’을 볼모로 한 무리한 유료화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때로는 팬들 사이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현재 팬들 사이에서는 ‘버블 줄 세우기’ 논쟁이 한창이다. 한 달간 보내는 버블 횟수를 근거로 어떤 멤버가 팬을 가장 아끼는지 정량적으로 평가하겠다는 얘기다. 메시지 빈도와 애정이 정비례하는지는 당연히 알 수가 없어 결론 없는 논쟁만 계속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의 팬플랫폼 버블. 아티스트와 소통하려면 월 구독권을 사야 한다. 그룹이더라도 멤버별로 결제해야 이용할 수 있다. 에스파의 윈터를 구독하면 메시지가 온다. [사진 버블 캡처]

SM엔터테인먼트의 팬플랫폼 버블. 아티스트와 소통하려면 월 구독권을 사야 한다. 그룹이더라도 멤버별로 결제해야 이용할 수 있다. 에스파의 윈터를 구독하면 메시지가 온다. [사진 버블 캡처]

현재 버블에선 NCT와 스트레이키즈 구독자가 전체의 49%를 차지한다. 1인당 4500원씩, 멤버가 23명인 NCT를 모두 구독하려면 할인을 모두 적용해도 월 8만8500원이 든다.1000~2000원을 할인하는 2인권(8000원)이나 3인권(11500원)만 이용한다고 해도 부담스러운 액수다. 


NCT 팬인 A씨는 “한 달에 많아야 두세 번 문자를 받으니, 서운한 마음이 들어 구독을 해지했다”며 “돈을 냈는데도, 언제 버블이 올지 목 빠지게 기다려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팬 B씨는 “내가 구독하는 아티스트는 메시지를 성실하게 보내는데, 그렇지 않은 멤버와 수익을 똑같이 나눠 갖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팬덤 불만 속에서도 구독 유지율 90%   

이런 원성에도 불구하고, 팬들은 버블을 떠나지 못한다. 박민주 한양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다음 달로 넘어가는 구독 유지율이 90%가 넘는다”며 “이용자가 단 한 명의 아티스트만 구독하는 경우보다 두 명 이상을 구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티스트 하나가 활동이 뜸하다고 해도 전체 구독 유지에는 별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덕분에 팬 플팻폼은 K팝의 미래로 불린다. SM엔터테인트의 자회사 디어유가 운영하는 버블은 2020년 2월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 140여만명의 유료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SM과 JYP엔터테인먼트를 포함해 기획사 23곳의 아티스트, 운동선수, 유튜버 등 총 296명이 서비스 중이다. 번역 기능도 제공돼 가입자의 약 71%가 글로벌 팬이다. 가파른 성장세에 힘입어 디어유는 지난해 11월에 코스닥에 상장했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00억원, 132억원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SM 자회사 디어유 관계자는 버블 논란에 대해 “아티스트에게 주 1회 버블 사용을 권하고 있지만, 자발적이고 자유로운 팬들과의 대화에 방점을 둔 서비스이기 때문에, 일일이 내용과 횟수까지 관여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또 “구독자에 대한 수익은 멤버 개별 수익이라 열심히 할 동기가 있다”며 “각 선택에 따라 메시지를 보낼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버블에서 2인 이상을 구독하면 할인을 받기 때문에 구독자는 평균 2명 이상의 이용권을 구매한다. [사진 버블 캡처]

버블에서 2인 이상을 구독하면 할인을 받기 때문에 구독자는 평균 2명 이상의 이용권을 구매한다. [사진 버블 캡처]

버블과 팬 플랫폼 양대산맥을 이루는 ‘위버스’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가 운영하는 이 플랫폼은 지난해 말 기준 가입자 3800만명을 확보했다. 연간 매출액은 지난해 기준 2587억원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위버스는 버블과 달리 아티스트와 소통 자체는 무료다. 대신 각종 굿즈와 티켓 등을 판매하는 위버스 숍으로 연동되는데, 폭리를 취한다는 지적이 자주 나온다.  

K팝 산업의 미래 먹거리 팬플랫폼.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K팝 산업의 미래 먹거리 팬플랫폼.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지난 1월 BTS 멤버 진이 디자인에 참여한 면 소재 잠옷과 베개가 각각 11만9000원, 6만9000원에 판매 된 것이 대표적 폭리 사례로 꼽힌다. 면 잠옷의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통상 1만5000~4만원이면 살 수 있다. 한 자루에 100원꼴인 연필은 멤버 글씨를 각인해 2000원에 팔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위버스에 BTS 멤버가 직접 홈쇼핑 콘셉트로 굿즈 구매를 독려하는 영상이 지속적으로 올라와 빈축을 사기도 했다. BTS 히트곡 ‘버터’의 로고를 박은 일회용 마스크 7장을 3만5000원에 판매한 것도 논란을 남겼다. 

‘팬 서비스’와 ‘감정 노동’ 사이   

위버스의 경우 소통 자체는 무료지만, 굿즈를 지나치게 비싸게 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위버스 캡처]

위버스의 경우 소통 자체는 무료지만, 굿즈를 지나치게 비싸게 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위버스 캡처]

아이돌의 디지털 소통의 중요성은 BTS 성공이 남긴 교훈이다. BTS의 글로벌 인기 요인에 대해 많은 전문가는 멤버의 적극적인 소셜미디어 활용을 꼽는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BTS를 “소셜미디어의 왕”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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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소통’에 얼마의 값을 매겨야 적당할지는 모호하다. 음원 앨범, 공연 티켓, 티셔츠 굿즈 등 원가와 마진을 계산할 수 있는 상품과 다르게 소통의 적정 가격에 대한 공감대는 아직 형성 전이기 때문이다. 어떤 방식의 소통이 바람직한지를 판단하기도 어렵다.  

아티스트마다 성향이 다른데 모두에게 같은 방식의 소통을 강요하는 점도 문제다. 타고나길 말이 많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팬덤에 대한 고마움이 있어도 표현에 서툴고 과묵한 사람도 있다. 소녀시대 멤버 태연은 팬들과 라이브 방송 도중 버블에 관해 설명하며 “나만 열심히 하면 된다”며 부담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시대를 지나면서 아이돌 노동 강도가 세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K팝 아이돌이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 유튜브·틱톡의 자체 제작 콘텐트 등 디지털 소통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관리 플랫폼이 늘어나면 그만큼 공급하는 콘텐트도 늘어나 결국 노동시간 연장으로 연결된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팬의 입장에서는 좋을 수 있지만,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버블도 자주 보내야 하는 아이돌 입장에서는 엄청난 감정노동”이라고 말했다. 또 “어느 스타가 몇 번 보내고 말고를 비판할 게 아니라 애초에 왜 친밀감이라는 감정이 유료화된 건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며 “소통이 돈이 개입되는 순간 의무화된다면, 과연 진정한 소통일지, 유료화될 수 있는 서비스와 없는 서비스의 차이는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