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하락에 3% 금리…원금보장형 퇴직연금에 돈 들어온다

낮은 수익률로 외면받던 원리금보장형 퇴직연금에 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긴축의 시대로 진입하면서 주식 시장이 하락하고, 금리가 오르면서 안전 자산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영향이다. 이런 흐름을 놓칠까, 노후 대비 자금을 붙잡기 위한 금리 인상 경쟁도 불붙고 있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이번 달 개인형 퇴직연금(IRP) 원리금보장형의 3년 만기 금리를 연 3.4%로 인상했다. 지난달보다 0.7%포인트 올렸다. 같은 상품의 미래에셋생명과 교보생명 금리는 연 2.85%다. 격차가 크다.

저축은행에서도 연 3%대의 퇴직연금 상품이 등장했다. 유안타저축은행의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 3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3.12%다. 같은 상품군에서 다올저축은행이 연 3.05%, SBI저축은행과 애큐온저축은행이 연 3%의 금리를 주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총액(295조6000억원)에서 원금보장형 상품(255조4000억원)은 86.4%를 차지한다. 근로자 상당수가 원금보장형에 노후 자산을 맡겨놓은 셈이다. 수익률은 저조했다. 지난해 평균 수익률은 연 1.35%에 불과했다. 소비자물가상승률(2.5%)을 감안하면 사실상 마이너스인 셈이다. '쥐꼬리 수익률'에 투자자들도 등을 돌렸다.  

주식 시장 상승세 속 원금 손실의 위험을 감수하고도 주식과 채권 등에 투자해 높은 이자 수익을 추구하는 실적배당형 상품을 선택하는 퇴직연금 투자자가 늘어났다. 그 결과 2017년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8.4%이던 실적배당형 상품의 비중은 지난해에 13.6%까지 늘었다.  


퇴직연금 적립금은 늘고 수익률은 하락.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퇴직연금 적립금은 늘고 수익률은 하락.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하지만 연 3%대의 원리금보장형 퇴직연금 상품이 나오고 실적배당형의 수익률이 떨어지며 투자자도 돌아오고 있다. 올해 1분기 은행권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적립금 중 원금보장형은 전분기보다 2045억원 늘어났지만, 실적배당형은 630억원 감소했다. 생명보험사에서 판매하는 DC형 퇴직연금도 원금보장형이 1135억원 늘었고 실적배당형은 407억원 줄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지난 3년간 실적배당형의 수익률이 높다 보니 비중을 급격하게 높인 투자자가 많았는데, (증시) 정점에 들어간 경우 20% 넘게 손해를 보고 있다”며 “여유 자금을 투자하는 것과 달리 안정적인 노후자금을 만들기 위한 퇴직연금의 경우 최근처럼 불확실성이 커졌을 때는 저위험 중수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운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실적배당형의 평균 수익률은 2020년 연 10.67%, 지난해 연 6.42%였다. 하지만 올해 1분기 퇴직연금 설정액 기준 상위 10개 국내주식형 펀드의 12개월 수익률은 지난 2일 기준 -8.26%였다. 같은 조건의 해외주식형 펀드는 -6.24%다.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본부장은 “작년과 재작년에 실적배당형 상품의 수익률을 보고 과도하게 적립금을 옮겼다가 올해 초 하락세에 놀라서 빠져나간 투자자가 많다”며 “원금보장형 금리가 연 3% 수준이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리 인상이 얼마나 이어질지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3년 만기보다는 1년이나 2년 만기로 설정하는 게 나을 수 있다”며 “불확실성이 클 때는 자산을 균형 있게 배분해놓고 시장을 살펴보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 DC형과 IRP 가입자에게 적용되는 디폴트 옵션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디폴트 옵션은 근로자가 퇴직연금 상품에 가입할 때 사전에 지정한 방식에 따라 퇴직연금사업자가 이를 운용하는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