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에 삽시간에 번진 불, 타들어 간 주민 마음
31일 오후 2시쯤 경남 밀양시 부북면 화산마을에서 만난 김태원(70)씨의 말이다. 그는 "오전 11시까지 바람이 매우 강하게 불었다. 평생 화산마을에 살았는데 이렇게 큰불은 처음 봤다”며“마을회관 앞에 새집을 짓고 있던 중인데, 혹여 불길이 마을을 향할까 봐 속이 타들어 갔다"고 했다.

31일 오전 경남 밀양시 부북면 춘화리에서 발생한 산불 진압을 위해 소방헬기가 오가고 있다. 송봉근 기자
이 마을에서 소 5마리를 기르는 양대영(49)씨는”밀양 시내에 나갔다가 산불 소식을 듣고 곧장 달려왔다"라며 "연기는 특히 어린 소에게 치명적인데 다행히 오후 들어 바람이 잦아들어 불이 마을까지 번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밀양시가 대피를 당부하면서 마을 주민 일부는 화산·지곡마을회관으로 몸을 피했다. 바람이 마을 반대편으로 불고 있는데도 매캐한 탄내가 코를 찔렀다. 5월은 나뭇잎이 나와 산불이 나면 평소보다 연기가 심하게 올라오는 계절이다. 진압에 동원된 헬기는 자욱한 연기를 뚫고 10분 간격으로 현장을 오가며 물을 뿌렸다.

밀양구치소 이송장면. 김민주 기자
산불 3단계, 헬기 44대 투입해 총력 대응
불길은 이날 오전 9시24분 부북면 춘화리에 있는 화산(191.9m)에서 시작돼 바람을 타고 동쪽으로 크게 번졌다. 밀양엔 최근 한 달간 비가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아 이날 습도가 13%까지 떨어져 건조주의보가 내려졌다.
발화 지점 주변에는 화산·무연마을 등 250여 가구 450여명이 거주하는 민가와 밀양구치소 등 시설이 자리했다. 산림청은 ‘산불 3단계’와 ‘전국 소방 동원령 1호’를 발령하고 소방·공무원·군인 등 1600명과 헬기 44대를 화재 진압에 투입했다.

31일 오전 경남 밀양시 부북면 춘화리에서 발생한 산불이 번지고 있다. 송봉근 기자
산림청 “돌풍 변수, 늦어도 내일까지 진화”
이날 오후 들어 바람이 잦아들면서 산불 확산 기세가 꺾였다. 현장 지휘본부 관계자는 “오전 가장 심했을 때와 비교하면 불길이 절반가량 잡힌 것으로 보인다. 피해 면적은 180ha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산림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 현재 진화율은 18%정도다. 불은 크게 번졌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소방 당국은 이날 오후 6시까지 초속 5~10m의 북서풍이, 이후 자정까지는 같은 강도의 남서풍이 불 것으로 예상했다. 현장을 찾은 남성현 산림청장은 “돌풍 가능성이 있지만 주변에 저수지 등이 있다”며 “늦어도 내일 오전까지 완전히 진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