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경북 청도 삼거리에서 열린 국민의힘 김하수 청도군수 후보 유세에서 이만희 의원이 불공정 공천 시비에 대해 '정당한 공천'이었다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어제의 동료가 오늘의 적.’ 여야의 텃밭인 영·호남에서 공천 탈락에 불만을 품고 출마한 무소속 후보들의 기세가 무섭다. ‘무소속 바람’이 뜨겁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중앙당 차원에서 “무소속 후보의 복당은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특히 경북이 비상이다. 영천·문경·경산·청도·군위·의성의 시장과 군수 선거에서 국민의힘 출신 무소속 후보들이 선전하고 있다. 포항의 지방의회 후보들은 “밀실 사천으로 무너진 정의를 일으켜 세우겠다”며 무소속 희망연대까지 결성했다.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수행단장이었던 이만희(경북 영천·청도 지역구)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9일 청도 유세 중 “공천 잘못 없다”며 눈물 유세를 한 것도 ‘무소속 바람’과 맞닿아 있다. 이 의원은 “요즘 인사를 다니면 저한테 이렇게 가위 표시를 하시는 분들이 있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 의원의 청도군수 공천에 불복한 박권현 전 경북도의원이 수백 명의 당원들과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했기 때문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30일 대전 서구 둔산동 KB국민은행 앞에서 후보자들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 대표는 "무소속 탈당자의 복당은 절대 안된다"는 입장을 수차례 피력해왔다. [뉴스]
이 의원이 공천한 영천 시장 선거에서도 무소속 최기문 후보의 위력이 상당하다. 두 후보 모두 당선 후 국민의힘 복당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최근 유세에서 “당 선거 흔드는 무소속 후보,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엔 절대 복당 안된다”며 급한 불을 끄고 있는 상태다.
"피 토하는 심정으로 탈당" 호남서도 무소속 강세
더불어민주당도 텃밭인 호남에서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전북 정읍·김제·장수와 전남 목포·영광·장성·장흥의 시장 및 군수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들이 저력을 보이고 있다. 광주·전남 지역 지자체장에 출마한 15명의 후보들은 지난달 16일 광주시의회에서 “평생을 헌신하고 사랑하는 더불어민주당을 피토하는 심정으로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며 무소속 연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북에 지역구를 둔 신영대 의원과 김성주 민주당 전북도당 위원장이 “무소속 출마자의 복당은 허용하지 않을 것”“무소속이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실제 효력이 있을진 미지수다.
지난달 16일 더불어민주당 공천 탈락에 반발해 탈당 후 무소속 출마한 광주전남 지역 후보 15명이 16일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정치권에선 ‘무소속 출마’ 바람에 대해 지역이 세분화되고 투표 인원이 적은 지방선거의 특수성이 반영됐다고 설명한다. 무소속 후보라도 지역과 학연 등 지역 기반이 탄탄하거나 지역 유지인 경우 당 소속 후보의 입지를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방의 시장과 군수 선거는 수백표 차로 승패가 갈린다”며 “지역에 오랜기간 뿌리를 내리고, 특히 우리당 출신으로 얼굴을 알렸던 무소속 후보는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각 정당의 ‘텃밭 공천’ 과정에서 파열음이 생길 가능성이 높은 점도, 무소속 출마를 늘리는 요인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당선될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보니 국회의원들이 후보의 경쟁력을 따지기 보단 자신과 가까운 후보에게 공천을 주곤 한다”고 했다.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레 반발이 나올 수 밖에 없단 설명이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