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일회용컵 보증금 200원 인하…카페간 '교차반환' 안할듯

지난달 한 카페 직원이 컵에 보증금 반환 바코드를 부착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한 카페 직원이 컵에 보증금 반환 바코드를 부착하고 있다. 뉴스1

12월부터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을 앞둔 가운데, 정부가 카페 등 매장 간의 컵 교차 반납을 제한하고 보증금도 200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편의점에서 컵을 수거한다는 계획도 폐기할 가능성이 높다. 카페, 편의점 점주 등 업계 반발을 고려한 보완책이다. 하지만 환경단체 등에서는 정책이 후퇴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23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환경부는 지점 100개 이상 프랜차이즈 본사 관계자, 환경단체와 각각 만나 새로운 일회용 컵 회수 방식을 설명했다. 원래는 카페 브랜드에 상관없이 어느 매장에서나 컵을 반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었지만, 같은 프랜차이즈 매장에서만 반환할 수 있도록 바꾸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A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음료를 샀다면, 다른 A브랜드 매장에서만 컵을 반납하고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식이다. 일회용컵 사용이 적은 소규모 매장에 많은 컵이 반납되면 업체 간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환경부는 1회에 5개까지는 타 브랜드 일회용 컵을 반납할 수 있는 규정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세종시의 한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범매장. 기계에 컵 라벨을 스캔하는 방식이다. 편광현 기자

세종시의 한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범매장. 기계에 컵 라벨을 스캔하는 방식이다. 편광현 기자

일회용 컵 반납 매장이 줄어드는 대신, 환경부는 전국 곳곳에 일회용 컵 수거센터를 1000개 이상 마련할 계획이다. 자발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힌 아파트관리사무소, 고물상, 서점, 이발소 등에 무인 회수기를 설치하고 지원금을 주는 방식이다.

당초 컵 수거 센터 후보엔 편의점도 포함됐다. 하지만 편의점주 등의 반발이 거세 아예 제외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제도에 참여하는 프랜차이즈 매장 3만 8000개 모두가 수거 센터였던 만큼, 사실상 소비자들의 컵 반납이 까다로워진 셈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자발적 참여와 보상을 전제로 편의점을 수거센터 목록에 넣는 방안을 고려했었지만 업계 반발이 심했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편의점은 수거센터 후보 대상에서 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일회용 컵을 돌려줄 때 받는 보증금 액수는 200원으로 줄이는 방안이 유력하다. 보증금을 매기는 만큼 소비자들이 내야 하는 음료값이 올라 사실상 가격 인상 효과가 있다는 업계의 반발 때문이다. 당초 보증금 액수는 소비자 설문 결과와 주요 프랜차이즈의 텀블러 할인 혜택 금액을 고려해 300원으로 책정했었다.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회원들과 컵가디언즈 활동가들은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스타벅스 더종로R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회원들과 컵가디언즈 활동가들은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스타벅스 더종로R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

또한 환경부는 컵에 붙일 라벨 구매 비용(7원)은 미반환보증금을 활용해 가맹점에 지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라벨 부착 부담은 원칙적으로 가맹점이 아닌 각 본사에서 담당하도록 협의했다. 보증금에 대한 수수료, 세금은 여신협회와 국세청 협조를 받아 면제하도록 추진한다.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업계 목소리를 대폭 수용하면서 정책이 후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차 반환이 금지되면 소비자가 컵을 반납하기 불편해지고, 보증금 액수가 낮아지면 굳이 컵을 반환할 유인이 줄어든단 이유에서다.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은 "처음부터 제도를 대폭 완화한 채 시행하면 별 효과 없이 결국 폐지로 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정부가 당초 설명 땐 교차 반환을 허용해주면서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했다가 논리를 뒤집었다. 기업 측 편의를 봐주려다 소비자에게 제도 부담을 떠넘기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컵 반환이 몰릴 수 있는 가맹점주 부담을 줄일 수 있게 외부 거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업 입장뿐 아니라 소비자 편의까지 모두 고려할 수 있도록 제도 시행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