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은 암 투병도 공시했는데…BTS·현우진 '주식 쇼크' 책임은 [View & Review]

방탄소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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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시간을 가지고, 긴 시간을 가지고 돌아오면 우리끼리 할 얘기가 얼마나 많을까 이런 생각이 든다.”

방탄소년단(BTS)이 지난 14일 공개한 영상에서 한 멤버의 발언이다. 단체활동 중단을 시사하는 듯 들린다. 파급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영상 공개 다음 날 하이브 주가는 24.87% 폭락했다. 이날만 2조원에 가까운 시가총액(시총)이 증발했다.

스타 강사 현우진은 지난 9일 라이브 방송에서 “나의 또 다른 즐거움을 찾아서 떠나는 게 맞지 않을까”라며 “재계약을 안 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언급했다. 그는 연봉이 200억원에 달하는 메가스터디의 대표 강사다. 이 발언 한마디에 이틀간 메가스터디교육 시총 약 1400억원가량이 날아갔다. 당시 전체 시총(1조1600억원)의 10%에 달한다.

연예기획사 하이브와 온라인 교육플랫폼 메가스터디. ‘사람’이 상품이 돼 매출을 올리는 기업이다. 상장 기업이란 공통점도 있다. 유튜브를 통한 이들의 발언으로 주주 수만 명이 보유한 주식은 급락했다.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정보였지만, 공시도 별도의 공식 발표도 없었다. 최근 이 두 사례는 ‘무형 자산은 공시에서 자유로운가’란 화두를 시장에 던졌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주식 투자자는 어느 정도의 위험은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정보의 비대칭성이나 불공정 거래를 막기 위해 전 세계 금융시장은 공통적으로 ‘공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다양한 형태가 있지만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공시 ▶자율공시 ▶공정공시 등이 대표적이다.


기업의 투자 활동이나 재무활동 중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들이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공시에 해당한다. 반드시 해야 할 사항들이 열거돼 있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불성실공시 법인으로 지정된다.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돼 벌점이 쌓이면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될 수 있고, 기업의 상장폐지로도 이어질 수 있다.

예컨대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기업이 직전 연도 매출액의 2.5%가 넘는 생산이나 거래가 중단된 경우 공시를 해야 한다. 하이브의 지난해 말 자산 총액은 4조7000억원에 달한다. 하이브 매출에서 BTS가 차지하는 비율은 대략 70% 정도로 알려져 있다.

물론 아이돌 그룹의 활동 방식 변화에 제조업체와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긴 어렵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엄격하게 따지면 의무 공시 사항도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BTS의 활동 계획은 현대자동차로 치면 공장의 셧다운 문제만큼이나 중요하다”며 “이전에 없던 형태의 회사라서 그렇지 충분히 공시 사항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의무공시사항은 아니지만,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이라면 자율공시나 해명공시 등을 활용했어야 했다는 시각도 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유튜브가 마케팅 전략의 하나였고 의도치 않게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발언이 나왔다 해도, (하이브의) 이후의 행보는 상장회사로서는 아쉬움이 크다”며 “자율공시나 해명공시 등 투자자와의 공식적인 소통 채널을 활용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시를 이용하지 않고 유튜브를 통한 소통이 야기한 또 다른 문제는 정보의 시차다. 멤버들의 발언을 볼 때 영상 촬영과 영상 공개까지 2~3주 동안의 기간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공교롭게도 하이브 주가는 회식 영상 공개 하루 전인 지난 13일 11% 가까이 떨어졌다.

김 연구위원은 “상장사에 엄격한 공시제도를 요구하는 건 내부자 정보를 이용한 거래 등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번 사안에서 만약 (영상 촬영과 공개까지) 기간 동안 내부자가 선의의 거래를 해도 ‘오비이락’처럼 의심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애널리스트도 “회사 매출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는 그룹의 결정을 유튜브로 내보내고, 심지어 (공개까지) 시차가 있었다면 자본시장에서 문제 삼을 수 있는 사안”이라며 “만약 실제로 그런 거래가 있었는지 금융감독원이 들여다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의 경우는 어떨까. 미국의 경우에는 기업의 공시 의무가 보다 기업의 자율에 맡겨져 있다. 하지만 한국보다 공시에는 더 철저하다.

이남우 연세대 국제대학원 객원교수(전 메릴린치 한국 공동대표)는 “미국은 최고경영자(CEO) 사임은 물론 기업의 주요 인물에 관한 사안에 대해서는 주가와 연관이 있다면 수시로 공시한다”며 “특히 공시를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주주들이 소송도 불사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2012년 4월 진단을 받자마자 암 투병 사실을 공시한 것이다. 버핏은 당시 투자자에게 보낸 서한에서 “만약 건강 상태에 변화가 있으면 ‘즉시’ 알리겠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이번 건은 BTS가 소회를 밝히는 과정이었고, 정확히 활동 중단이라는 기업의 의사 결정은 아닌 것으로 보여 공시 대상으로 단언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다만 앞으로 엔터사가 그룹을 중단 혹은 해체하기로 했고 그 그룹이 (엔터사의) 중요한 수입원이라면, 의무 공시 사항으로 보는 게 타당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