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아이] 흑사회와 관시

박성훈 베이징특파원

박성훈 베이징특파원

흑사회는 특정 폭력 조직의 명칭은 아니다. 중국에서 불법을 자행하는 폭력 조직을 통칭할 때 사용하는 은어다. 잊혀진 듯했던 흑사회란 말이 다시 중국 여론의 주목을 받은 건 지난 10일 허베이성 탕산시에서 벌어진 여성 집단 폭행 사건 때문이다.  

이 사건은 중국 안팎에 보도되며 충격을 안겼다. 9명의 남성들이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던 여성 4명을 무자비하게 집단 폭행했다. 갑자기 한 여성의 등을 만지며 시비를 걸자 이에 저항하는 여성을 식당 밖으로 끌고 가 맥주병으로 내려치고 얼굴을 발로 짓밟았다. 동료 여성들은 이를 도우려다 다른 남성들에게 구타당했고, 이가 부러지고 머리에 골절상까지 입었다. 공개된 장소에서 벌어진 이 끔찍한 폭행은 통제로 점철된 중국이 최소한의 안전은 보장해줄 거란 일말의 기대조차 무너뜨렸다. 허베이성 탕산시는 인구 800만 명의 대도시다. 그런데 이 사건이 던진 메시지는 폭력이 아니다. 폭력조직과 공권력의 관시(관계)라는 중국의 치부였다.

 

지난 10일 새벽 중국 허베이성 탕산시의 한 식당에서 조직폭력배 9명이 여성 4명을 집단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웨이보 캡처]

지난 10일 새벽 중국 허베이성 탕산시의 한 식당에서 조직폭력배 9명이 여성 4명을 집단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웨이보 캡처]

폭행 영상에 여론이 들끓자 사건 발생 사흘이 넘도록 경찰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피해 여성들이 공안에 신고했지만 묵살당한 것이다. 뒤늦게 공안이 수사에 나섰지만 가해자 4명은 이미 다른 지역으로 도주한 뒤였다. 여론의 관심은 여성 폭행 문제에서 경찰이 왜 수사를 하지 않았는가로 급격하게 옮겨갔다. 가해자들이 이른바 흑사회, 조폭이란 사실도 그제서야 알려졌다. 이들은 불법도박장을 운영하고 고리대부, 술집 뒤를 봐주는 각종 폭력 사건에 연루돼 있었다. 심지어 가해자 한 명은 여성을 자동차 트렁크에 10시간 동안 가두고 폭행해 두개골까지 파열됐지만 체포되지 않았다. 같은 도시에 사는 또다른 여성이 술집에 끌려가 16시간 동안 감금당해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아무도 출동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폭로됐다. 얼굴과 실명을 공개한 여성의 한 맺힌 영상은 또 한 번 중국 사회를 뒤집었다.

 
2018~2020년까지 3년간 중국은 ‘조직범죄 특별 척결’ 조치를 시행했다. 공안부 통계에 따르면 이 기간 3644개의 조폭 조직을 적발해 23만7000명의 범죄자를 체포했다고 한다. 하지만 발표가 무색하게 흑사회는 지역 공안과 결탁해 사회에 기생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났다. 한 중국인은 SNS에 “부당한 피해를 당했을 때 먼저 찾는 것은 경찰이 아니라 힘 있는 ‘관시’”라고 일갈했다. 탕산시는 이후 도심 광장에 1만 명의 공안을 집결시켜 치안 쇄신 선포식을 열었다. 하지만 시민들은 조롱했다. “2022년 6월 처음으로 탕산에 경찰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