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노동자 고소한 학생들…연세대 교수 "회의감이 든다"

나윤경 연세대 교수. 오종택 기자

나윤경 연세대 교수. 오종택 기자

연세대학교의 일부 재학생이 교내에서 처우개선 요구 집회 중인 청소·경비 노동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연세대의 한 교수가 “회의감이 든다”는 의견을 냈다.

2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나윤경 연세대 문화인류학 교수는 지난달 27일 연세대 학사관리 홈페이지에 2022학년도 2학기 ‘사회문제와 공정’ 수업계획서를 등록했다.

‘온라인 플랫폼 에브리타임 분석’을 통해 운영될 예정이라는 이 수업에 대해 나 교수는 2030의 기득권 옹호에 대해 비판하면서 최근 연세대 일부 재학생이 청소‧경비 노동자를 고소한 일을 함께 비판했다.

나윤경 연세대 문화인류학 교수의 2022학년도 2학기 ‘사회문제와 공정’ 수업계획서.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나윤경 연세대 문화인류학 교수의 2022학년도 2학기 ‘사회문제와 공정’ 수업계획서.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나 교수는 “20대 대선 과정에서 드러난 2030 세대 일부 남성들의 공정 감각은 ‘노력과 성과에 따른 차등 분배’라는 기득권의 정치적 레토릭(수사학, 미사여구)인 능력주의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며 “기회와 자원에 있어 역사적으로 가장 많은 ‘상대적 박탈’을 경험하는 한국의 2030이 왜 역사적으로 가장 많은 특권을 향유하는 현재의 기득권을 옹호하는지는 가장 절실한 사회적 연구 주제”라고 언급했다.

이어 “이들의 지지를 업고 부상한 30대 정치인은 ‘청년 정치’가 줄 법한 창조적 신선함 대신 ‘모든 할당제 폐지’, ‘여가부 폐지’를 주장하는가 하면 20년간 이동권을 주장해온 장애인 단체의 최근 출근길 지하철 투쟁에 대해 ‘수백만 서울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는 부조리’라며, 그렇지 않아도 기득권 보호를 위해 한창 채비 중인 서울의 경찰 공권력 개입을 강하게 요청했다”고도 언급했다.


나 교수가 언급한 ‘30대 정치인’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인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최근 장애인 단체의 출근길 지하철 투쟁에 대해 “수백만 서울 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는 부조리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낸 바 있다.

나 교수는 “연세대 청소 노동자들이 속한 민주노총에 대해 수업권 방해를 이유로 연세대 몇몇 학생들이 소송을 준비하는 것 또한 같은 사안으로 보인다”며 “연세대 학생들의 수업권 보장 의무는 학교에 있지 청소 노동자들에게 있지 않음에도, 학교가 아니라 지금까지 불공정한 처우를 감내해온 노동자들을 향해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그들의 공정감각이 무엇을 위한 어떤 감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그 눈앞의 이익을 ‘빼앗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향해서 어떠한 거름도 없이 ‘에브리타임’에 쏟아내는 혐오와 폄하, 멸시의 언어들은 과연 이곳이 지성을 논할 수 있는 대학이 맞는가 하는 회의감을 갖게 한다”고 적었다.

나 교수는 “현재 대학의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은 대학 내 혐오 발화의 온상이자 일부의, 그렇지만 매우 강력하게 나쁜 영향력을 행사하며 대표를 자처하는 청년들의 공간”이라며 “대학이 이 공간을 방치하고서는 지성의 전당이라 자부할 수 없다. 연세대가 섬김의 리더십을 실천하는 고등교육기관이라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맥락에서 본 수업을 통해 ‘에브리타임’이라는 학생들의 일상적 공간을 민주적 담론의 장으로 변화시킬 수는 없을지 모색하고자 한다”고 수업 취지를 덧붙였다.

교내에서 처우개선 요구 집회 중인 청소·경비 노동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연세대의 한 재학생이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게시한 글. [에브리타임 캡처]

교내에서 처우개선 요구 집회 중인 청소·경비 노동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연세대의 한 재학생이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게시한 글. [에브리타임 캡처]

앞서 연세대 재학생 이모 씨 등 3명은 최근 서울서부지법에 김현옥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연세대 분회장과 박승길 부분회장을 상대로 수업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이들 학생은 “노조의 교내 시위로 1~2개월간 학습권을 침해받았고, 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주장하며 약 638만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또 지난달 청소노동자들이 미신고 집회를 열었다며 업무방해와 집시법 위반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에브리타임에선 이씨 등을 옹호하며 청소·경비노동자를 비판하는 여론이 일어났다. 반면 연세대 학생 등 2300여명은 청소‧경비 노동자들을 지지하겠다며 연대의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