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끊는 개미들, 거래대금 20개월만에 최저

증시가 연일 급락세다. 지난 1일 코스피는 2305.42로 마감해 2300선마저 위협받았다. [뉴스1]

증시가 연일 급락세다. 지난 1일 코스피는 2305.42로 마감해 2300선마저 위협받았다. [뉴스1]

‘동학개미(국내 주식에 투자한 투자자)’가 국내 주식시장을 떠나고 있다. 미국발(發) 금리 인상과 세계 경제 침체 우려로 올해에만 코스피가 20% 넘게 급락하자 벌어지는 현상이다.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6개월 만에 10조원이 줄었고, 개인 투자자의 하루 평균 거래 대금은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년 4개월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피에서 개인 투자자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4조3009억원으로 집계됐다. 월간 기준으로 따져 2020년 2월(3조7020억원) 이후 가장 적다.

개인 투자자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주가가 V자 반등할 때 급증했다. 특히 ‘동학개미 운동’이 일며 코스피가 사상 최초로 3000선을 넘었던 지난해 1월에는 17조2994억원까지 늘었다. 이후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9조∼12조원대를 횡보했으나 최근 국내 증시 급락으로 4조원대로 떨어졌다. 1년 전인 지난해 6월(11조4018억원)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셈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개인의 코스닥 시장 하루 평균 거래대금도 지난달 6조533억원으로 기록, 2020년 2월(5조5885억원) 이후 가장 적었다.

거래대금은 그 날 주식이 사고 팔리는 과정에서 오간 돈의 총합(合)으로 매수대금과 매도대금의 평균이다. 일반적으로 증시에서 오고 간 전체 거래대금이 크면 클수록 증시가 활발하게 움직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 최근 1년 국내 증시가 그만큼 활기를 잃었다는 의미다.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과 신용거래융자 잔고(개인이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한 후 아직 갚지 않은 금액)도 빠지고 있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57조3649억원으로 6개월 전(67조5307억원)보다 10조원 넘게 줄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지난해 말 23조886억원에서 지난달 말 17조8683억원으로 5조원 이상 줄었다.

동학개미의 증시 이탈은 부진한 코스피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30일 기준 코스피는 2332.64를 기록, 지난해 말(2977.65)보다 21.66% 급락했다. 올해 상반기 성적을 따져보면 주요 20개국(G20) 증시 대표 지수 가운데 꼴찌에서 두 번째(19위)다. G20 가운데 대표 지수 수익률이 코스피보다 낮은 국가는 이탈리아(-22.13%)뿐이다.

물론 국내뿐 아니라 세계 주요 증시의 상반기 성적도 좋지 않았다. 미국(-20.58%), EU(-19.62%), 독일(-19.52%), 프랑스(-17.20%) 등 나라의 대표 지수도 줄줄이 급락했다. 하지만 국내 증시 하락 폭은 주요국 증시보다 유달리 컸다.

문제는 당분간 국내 증시가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하반기에도 전 세계의 경기 침체 공포가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가 많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오르려면 3분기 안에 미국 정부의 노력 등으로 물가가 정점을 찍었다는 신호가 나오거나, 국내 기업의 수출 비중이 높은 중국이 경기 부양책을 펼쳐 수혜 기대감이 퍼지는 등 투자 심리를 개선해 줄 동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현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과 같은 고유가 상황이 이어진다면 수출 중심인 국내 기업은 영업 이익률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 침체 공포가 진정돼 반도체 수요 회복 기대 심리가 다시 생기기 전까지 주가 반등은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반면 약세장을 오히려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조정으로 금리 인상이나 경기 침체 우려 등 기존 악재는 대부분 이미 반영됐다”며 “오히려 하반기 금리 인상 속도가 완화된다면 낙폭이 컸던 국내 기업 가운데 실적이 좋은 종목이 새로운 주도 주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