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급 인플레 눈앞으로…IMF 이후 첫 6%대 물가상승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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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로 올라섰다.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기름값과 먹거리 가격이 오름세를 이어가고, 서비스 가격도 물가를 밀어 올리고 있다. 물가 상승 압력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5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22(2020년=100)로 전년 동월보다 6.0% 상승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8년 11월(6.8%) 이후 월간 물가가 6%대로 상승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시 환율이 급등하면서 원자재 등의 수입 비용이 커졌던 때다. 최근 상황도 비슷하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에 육박하는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유가까지 오르는 부담 요인이 늘어서 있다.

 
지난달 고물가는 기름값과 외식물가의 영향이 특히 컸다. 석유류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39.6% 상승했다. 석유류를 포함한 공업제품 가격은 전체 물가상승률 6% 중 3.24%포인트를 끌어올렸다. 외식 가격은 전년 대비 8% 올라 1992년 10월(8.8%) 이후 약 30년 만에 가장 크게 상승했다. 외식을 포함하는 개인서비스 가격은 전체 상승률에서 1.78%포인트를 기여했다.

공업제품과 개인서비스 가격이 6% 상승률에서 총 5%포인트를 올렸다. 두 분야가 전체 물가 상승의 8할 이상을 견인했다는 의미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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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물가를 끌어올리는 공급 측 요인은 공업제품과 농축수산물, 수요 측 요인은 개인서비스 가격에서 나타난다고 본다. 통계청은 최근 인플레이션을 수요보다 공급이 주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개인서비스 가격도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연료비 인상, 국제 곡물 가격 상승에 따른 사료비 인상 등 대외적인 영향에 의해서 확대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농축수산물 가격이 오름세가 거세지고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6월 농축수산물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4.8% 오르며 5월(4.2%)보다 더 크게 상승했다. 특히 축산물(10.3%)과 채소류(6.0%) 가격이 특히 많이 올랐다. 구체적으로 돼지고기(18.6%), 수입 쇠고기(27.2%), 포도(31.4%), 배추(35.5%), 닭고기(20.1%), 수박(22.2%), 감자(37.8%) 등이 비싸지고 있다.

 
공급 측 물가 상승 요인의 파장이 전방위적으로 번지고 있다는 사실은 ‘근원물가’로도 확인할 수 있다. 농산물과 석유류 관련 품목을 빼고 작성해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볼 수 있는 근원물가의 상승률은 지난달 4.4%로 2009년 3월(4.5%) 이후 가장 높다. 

문제는 현재 물가 상승 요인의 상당 부분이 나라 밖에 있다 보니, 정부가 손쓸 수 있는 방법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만큼 물가 대책을 많이 내놓은 나라도 별로 없을 건데, 대외 위험이 장기화하면서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개최한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물가 민생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관세와 유류세 인하로 공급비용을 낮추고 취약계층의 생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민생 현장에 나가 국민 여러분의 어려움을 듣고 매주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겠다”고 말했다.

 
통계청은 최근의 물가 상승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고 평가했다. 어운선 심의관은 “이런 상승 속도를 유지한다면 월 7%대를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부 안팎에선 올여름 전기·가스요금 인상 효과와 휴가철·추석 수요 증가로 물가상승률이 더 커져 7~8%대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는 과거 외환위기 때처럼 외환시장의 불안이 추가적인 물가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환율이 이어지며 높은 수입물가가 경제에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며 “환율을 안정시켜서 수입물가라도 낮춰놓지 않으면 하반기에는 전방위적인 임금 인상 요구 등이 부담을 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임금도 계속 올라 추가적인 물가 상승을 유발하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