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에 포상 잔치, 서민엔 임금 인상…돈바스 우세 자축하는 푸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한 축을 담당하는 루한스크주(州)를 점령한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내부 결속 다지기에 나서고 있다. 군에는 포상과 휴식을 주고, 서민에겐 경제적 지원을 시행하면서다. 한편으론 반대 목소리를 낼 법한 인사들을 연이어 체포하며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간) 러시아 크렘린궁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AP=연합뉴스]

지난 4일(현지시간) 러시아 크렘린궁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AP=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으로부터 루한스크주 점령 사실을 보고받고 승리를 공식 선언한 뒤, 공훈을 세훈 알렉산드르 라핀 러시아 중부군관구 사령관 등에 ‘러시아 연방영웅’ 훈장 수여를 결정했다.  

이 훈장은 옛 소비에트연방(소련) 영웅 칭호를 계승한 것으로 러시아 군인에게 내려지는 최고 훈장이다. 앞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군사적 실패로 연이어 장성들을 경질하던 것과 달리, 동부 전선에서의 승리를 자축하는 모양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루한스크에서 전투를 벌인 군인들에게 휴식을 줘 전력 회복을 지시하며 “지금까지 루한스크에서 그랬던 것처럼 모든 것이 적절한 방향으로 지속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주 리시찬스크에서 한 주민이 자신의 집 발코니에 러시아 국기를 게양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주 리시찬스크에서 한 주민이 자신의 집 발코니에 러시아 국기를 게양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은 서민에겐 경제적 지원을 통해 서방의 제재로 인한 불만을 잠재우는 중이다.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최저임금을 10% 늘렸으며, 연금 지급액도 20%가량 인상했다. 임산부와 유자녀 가정, 공무원 등에 대한 개별 지원도 강화하는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3일 “러시아가 석유와 천연가스를 판매한 대금으로 경기 침체를 상쇄하진 못하겠지만, 이런 지원 정책들은 푸틴 대통령이 '서방의 제재가 러시아보다 서방에 더 큰 피해를 주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게 만든다”고 전했다.   

반면 비판적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이는 인사들을 대대적으로 체포하는 등 공포정치를 벌이고 있다. 췌장암을 앓던 물리학자 드미트리 콜케르가 간첩 협의로 지난달 30일 체포됐다가 이틀 만에 숨진 데 이어, 저명한 경제학자인 블라디미르 마우 국가경제행정아카데미(RANEPA) 소장과 노보시비르스크에 있는 이론·응용수학 연구소의 과학자 아나톨리 마슬로프도 각각 사기와 간첩 혐의로 최근 체포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들 중 누구도 공개적으로 정권을 비판하는 인사들이 아니었다”며 “체포 방식을 보면 파장을 일으키기 위해 의도된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가 이처럼 내부 결속 강화에 나서면서 러시아군을 지치게 하겠다는 우크라이나의 전략이 타당한지 살펴야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부 전선에서 러시아군이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지만, 천천히 목표를 달성하고 있고 우크라이나 측의 피해도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우크라이나 정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에서도 매일 200명에 달하는 사상자가 나오고 있으며, 러시아군에 대적하는 중무기의 피해도 상당하다. 비록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꾸준한 무기 지원을 받고 있지만, 경제 규모가 더 크고 냉전 시기부터 쌓아온 무기가 많은 러시아 측이 장기전에 유리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그러나 4일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은 온라인 연설을 통해 “(루한스크 승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땅에서 거두는 마지막 승리가 될 것”이라며 항전 의지를 다졌다. 현재 루한스크주 리시찬스크에서 후퇴한 우크라이나군이 도네츠크주 북부 슬로비얀스크와 바흐무트 사이에서 러시아군의 침공에 대비하고 있다고 우크라이나 정부 당국자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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