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폭행사건 경찰 "나도 억울하다" 법정서 울먹인 까닭 [法ON]

술에 취해 택시 기사를 폭행한 혐의를 받는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사건을 무마한 혐의를 받는 전직 경찰관 진모씨에 대한 재판은 1심 선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2부(조승우·방윤섭·김현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이 전 차관에게 징역 1년, 진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습니다. [法ON]에서 쟁점을 정리해봤습니다. 

택시 기사 폭행 혐의로 기소된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택시 기사 폭행 혐의로 기소된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용구 측, "폭행 영상, 증거인멸은커녕 재생산"

 
이 전 차관 측은 운전자 폭행 혐의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이날 이 전 차관 측 변호인은 "학계에서는 목적지에 도달해 승객을 깨우는 때에는 운행 중으로 보지 않는 견해도 있다"고 덧붙이면서도 "혐의를 깨끗이 인정하기로 했다"고 했는데요. 다만 "멱살을 10여초 정도 잡은 것은 비교적 경미한 행위이고, 당시 교통 상황 등을 고려하면 위험이 생길 가능성이 작았다"며 재판부가 이를 충분히 고려해 형을 정해달라고 했습니다.

 
문제가 되는 건 증거인멸교사 혐의입니다. 카카오톡 채팅방에 있는 영상을 '나에게서만 삭제'한 것이 증거인멸이 될 수 있는지가 쟁점인데요. 검찰은 영상을 지워달라는 이 전 차관의 부탁에 따라 피해 기사가 이런 행동을 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전 차관 측은 증거인멸 교사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우선 원본은 휴대전화에 버젓이 살아있었다고 하고요. "피해 기사가 채팅방 영상을 지운 뒤에도 지인에게 폭행 영상을 보내는 등 증거인멸은커녕 '재생산'했다"는 겁니다. 결국 수많은 디지털 증거의 사본 중 하나를 지운 것을 증거인멸로 볼 수 있을까? 하는 재미난 질문이 남습니다.  

검찰은 이 전 차관이 맨 처음 수사 기관에서 자신의 범행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던 점을 들면서 반박합니다. 이 전 차관이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진작 이 영상을 받았기 때문에, 이 영상은 이 전 차관의 초기 진술이 허위라는 걸 드러내는 중요한 증거라는 거죠. 이에 이 전 차관 측은 "피의자가 범행을 사후에 인지했는지는 범행 성립과 관련이 없다"고 다시 반박했습니다.


피해 기사가 영상을 지운 경위도 따져봐야 합니다. 이 전 차관 측은 피해 기사가 경찰에 "영상이 없다"고 거짓말한 적이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경찰관이 조사 중에 이 전 차관과의 카카오톡 채팅방을 확인하면, 자신의 거짓말이 들통날 수 있기 때문에 조사 도중 후다닥 지웠다는 건데요. 결국 이 전 차관의 부탁에 따라 지운 게 아니라는 취지입니다. 피해 기사가 공무 집행 방해가 될 수 있는 자신의 행위를 숨기기 위해 방어권을 행사한 것이라, 증거인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이어갔습니다.  

그러면서 이 전 차관 측은 이른바 '현미경 판결'을 인용했습니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에서 보이는 여러 불일치, 모순, 의문에는 애써 눈감으면서 피고인의 주장과 증거에는 불신의 전제에서 현미경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형사법원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라고 본 대법원 판결입니다.  

이 전 차관은 최후 진술에서 "송구하고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며 "제 불찰로 시작된 일로 인해서 많은 분이 고통받았다"고 사과했습니다. 

방송 보도된 폭행 장면. [채널A 캡처]

방송 보도된 폭행 장면. [채널A 캡처]

전직 경찰, "상급자도 유사 사건 돌려보내" 

 
이번에는 함께 재판에 넘겨진 전직 경찰관 진모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검찰은 진씨가 폭행 장면이 담긴 영상을 보고도 "못 본 것으로 하겠다"며 단순 폭행으로 내사결과보고서를 작성했다며 특수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기소했습니다.  

 
진씨 측은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습니다. "사건을 무마하라는 청탁이나 지시를 받은 것도 없을 뿐 아니라, 이 전 차관이 이미 처벌을 각오하고 있었으므로 사건에 영향을 미칠 이유가 없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진씨는 왜 사건을 이렇게 처리했을까요. 진씨가 이 전 차관 사건을 맡기 석 달 전쯤에, 비슷한 사건이 하나 왔다고 합니다. 그때 진씨가 운전자 폭행 혐의를 적용해 보고를 올렸더니, 당시 상급자가 "운행 중에 잠시 멈춘 경우에는 운전자 폭행이 아니다"라며 사건을 돌려보낸 적이 있다고 합니다. 당시 상급자가 잘못된 교육을 했던 건데, 진씨 입장에서는 이에 따라 이 전 차관 사건도 단순 폭행으로 처리했다는 겁니다. 진씨 측은 "당시 수사 현장에서는 개정법에 대한 인식이 크게 퍼져있지 않았다"라고도 했습니다.  

변호인이 최후 변론 말미에 "어린이집을 다니는 어린 자녀를 두고 생계가 곤란해진 피고인에게 억울함이 없도록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하자, 진씨는 고개를 푹 숙이고 흐느꼈습니다. 자신이 직접 최후 진술할 기회를 얻어 일어선 뒤에도 내내 울먹였는데요.  

이때 진씨는 "피해 기사의 휴대전화를 압수하는 등 적극적으로 영상을 찾을 수 있지 않았냐"하는 의문점에 관해 설명했습니다. 평소에 "내가 피해자인데 왜 내 휴대전화가 압수당해야 하느냐"며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례가 '필드'에선 비일비재하다는 겁니다. 게다가 이 사건에서 피해자는 택시 기사라서 휴대전화가 필수적이죠. "경찰 조사를 하기도 전에 양측이 이미 합의한 사건이라 휴대전화를 압수할 필요성을 더더욱 느끼지 못했다"라고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진짜 어떤 동기나, 정말 뭐가 있으면 저도 억울하지는 않겠는데 그런 게 없습니다. 제가 무슨…"이라며 잠시 생각에 잠기기도 했습니다.

반면 검찰은 영상 속 차량 창문에 비친 풍경이 계속해서 달라지는 등 운행 중인 사실이 명백했는데도 진씨가 이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진씨가 뒤늦게 영상을 확인하면서 보인 당황하는 반응 등도 재판부가 살펴달라고 했죠.  

여러 질문이 얽힌 이 사건. 법원은 어떤 결론을 내릴까요? 재판부는 다음 달 25일 두 사람에 대한 판결을 선고하겠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