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함 통신두절' 진실…'한산'을 보라, 충무공이 안위 챙겼나 [뉴스원샷]

이철재 외교안보팀장의 픽 : 보고

 
요즘 인기몰이를 하는 영화 ‘한산’을 보면서 충무공 이순신의 리더십에 또 한 번 감탄했다.

작전 중인 구축함 최영함(4400t급). 연합

작전 중인 구축함 최영함(4400t급). 연합



※아래 문단에 영화 내용을 일부 소개했습니다. 스포일러를 원치 않으신 독자는 건너 띄어 읽으시면 됩니다.  

1592년 5월 7~8일 사천 해전에서 거북선이 왜선을 당파(撞破ㆍ뱃머리로 적선의 옆을 들이받아 깨는 전법)했다. 용머리가 끼어 거북선이 왜선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됐다. 거북선의 함장인 나대용이 도끼를 들고 걸린 부분을 쳐내려 했다. 왜군은 조총으로 나대용을 쏘려고 하자, 충무공은 활을 들어 그를 엄호했다. 충무공은 조총을 어깨에 맞고 쓰러졌다. 충무공을 저격한 왜군인 준사(俊沙)는 포로가 됐다. 준사는 부하를 살리려고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은 충무공의 모습에 감동했다. 그리고 항왜(降倭)로 조선에 귀순한 뒤 첩자로 활동했다.
 
장수는 부하를 사지(死地)로 내보내는 자리다. 그렇기 때문에 장수가 자신의 안위만 챙긴다면 결코 영이 설 수 없다. 무릇 장수는 부하를 위해 자신을 내던질 수 있는 모습을 보여야만 한다. 이게 충무공 리더십의 요체다.

 
그런데 요즘 군 지휘부는 충무공의 가르침과 정반대로 가고 있는 모양새다. 발단은 1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다. 이날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군의 4400t급 구축함인 최영함에서 지난달 5일 새벽 통신이 3시간 끊긴 데 대한 보고를 받았는지 군 지휘부에게 물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보고를 받지 않았다”고 답했다. 

김승겸 합동참모의장은 “지난주에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김병주 의원의 제보로 최영함의 통신 두절이 기사로 나온 지난달 28일에 김승겸 의장이 이를 인지했다는 뜻이다.

해외 출장 중인 총장을 대신해 출석한 김명수 해군참모차장에겐 답변할 기회가 없었다.

 
김병주 의원은 “장관은 실시간으로 보고를 받지 못하고, (윤석열) 대통령도 모르고 있었다”며 “안보에 큰 구멍이 났다”며 군 지휘부를 질책했다.

 
합참은 전비태세검열단을 해군에 보내 조사할 계획이다. 결국 해군이 보고를 제대로 못 한 책임을 지게 됐다.

그러나…. 이 사안은 단순히 해군의 ‘보고 누락’이나 ‘보고 지연’으로만 볼 일이 아니었다.

중앙일보의 취재 결과 지난달 5일 상황은 이러했다.

 
당시 최영함은 해상 상황이 나빠져 피항하던 중이었다. 3시간 동안 모든 통신이 차단된 것은 아니었다. 위성통신 만이 문제였다. 함정의 위성통신 안테나와 통신위성간 교신 위치가 어긋나면서 벌어졌다.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함정의 침로를 살짝 바꾸면 위성통신이 재개된다.

 
위성통신이 끊겼다고 하더라도, 함정엔 다른 통신 수단이 마련됐고 당시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다. 그래서 최영함은 모든 통신이 두절된 상태가 아니었다.

군 관계자는 “작전 중이 아니었고, 다른 통신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당직 사관이 안일하게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합참의장ㆍ국방부 장관ㆍ대통령에게 실시간으로 전할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한마디로, 해군이 자체적으로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적절한 절차를 진행하면 끝날 일이었다.

그런데 1일 국회에서 군 지휘부의 ‘보고받지 않았다’는 답변은 마치 책임을 아래로 떠넘기려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김승겸 의장은 보고를 받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보고를 받은 것과 같다. 해군 작전사령부가 합참 작전본부에 최영함의 위성통신 두절을 알렸다. 

군에서 보고는 지휘보고ㆍ참모보고ㆍ상황보고 등 세 종류가 있다. 보고의 주체와 대상에 따른 구분이다. 하급 제대의 지휘관이 상급 제대의 지휘관에게 하는 보고가 지휘보고다. 참모와 참모간 보고는 참모보고, 상황실과 상황실간 보고는 상황보고다.

 
중요한 내용은 지휘보고로 해야 한다. 그러나보고의 형식과 상관 없이 보고는 보고다.  그리고 또 다른 군 관계자는 “합참 작전본부가 합참의장에게 보고할만한 사항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다시 1일 국회로 돌아가 보자. 당시 군 지휘부의 모범답안은 이랬어야 했다.

 

최영함의 위성통신 두절을 뒤늦게 보고받았다. 그러나 안보에 큰 구멍이 났던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보고받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해군이 알아서 처리하면 된다.
 
만일 의원들이 기술적 설명이 필요할 것 같으면 뒤에 앉은 해군참모차장을 부르는 걸 권하면 됐다. 그렇다면 위성통신만 끊겼고, 다른 통신은 문제가 없었다는 답변을 들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군 지휘부는 ‘보고 누락’이나 ‘보고 지연’에 숨어 자신의 안위만 챙기려 했다. 이런 군 지휘부의 영이 바로 설 수 있을까.

익명의 군 관계자는 이렇게 한탄했다.

 

앞으론 사소한 사항도 다 지휘보고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군 지휘부는 보고의 홍수에 빠지게 돼 정작 중요한 사항을 놓치게 된다. 그리고 전비태세검열단이 애먼 희생양만 찾을까 우려한다. 희생양은 대개 낮은 계급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