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신영증권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상선 기자
불과 지난달 중순 만해도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코스피가 2300선이 붕괴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또 2400선을 회복했는데요. 연말까지 이 회복세는 이어질 수 있을까요.
대세 상승은 어렵다고 보는군요.
제 생각에는 경기 둔화는 매우 높은 확률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경기가 나쁠 것이라는 우려',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이라는 조합은 주가가 올라갈 수 있는 조합은 아닌 것 같고요. 미국 소비지표와 경기 선행지수가 꺾이고 있는 것도 미국 경기둔화의 징후들입니다. 한국은 수출이 뚜렷하게 둔화하고 있어서 하반기에는 한국이든 미국이든 경기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기업들도 어려워지겠네요. 지금까지 나온 2분기 실적은 대체로 양호합니다만.
이게 늘 반복되는 패턴입니다. 미국이 금리 올린 다음에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가 온전했던 적이 없었습니다. 1980년대 초에 미국이 금리를 많이 올리면서 인플레이션을 제어했을 때는 미국경제도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실업률이 높아졌죠. 미국 농민들이 워싱턴에 있는 연준 사무실에 트랙터를 몰고 와 시위를 할 정도였습니다. 1980년대 후반에는 미국이 금리를 올린 다음에 미국 주택대부조합 S&L이라고 하는 우리나라의 저축은행과 비슷한 그런 회사들이 파산하면서 어려움을 겪었고요. 1990년대 중반 금리 상승기엔 미국경제는 잘 버텼지만 멕시코에서 외환위기가 터졌고, 그다음 태국과 한국, 러시아까지 영향을 미쳤습니다. 1999년의 금리인상 다음에는 IT 버블 붕괴가 있었고요. 2004년부터 2006년까지의 금리인상 다음에는 미국 부동산 버블의 붕괴를 촉발했던 서브프라임 문제가 있었습니다.
현재 주가는 경기가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를 많이 반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에도 굉장히 높은 확률로 나타났던 어떤 경제·금융위기가 나온다고 하면 주식은 더 빠질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럴 경우엔 한국이나 미국이 경험적으로 주가지수가 반토막이 났었습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신영증권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상선 기자
심각한 위기가 찾아오는 건가요.
리먼 파산 이후 파산 없는 자본주의가 되다 보니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한국경제만 봐도 지난 10년간 심각한 위기는 없었지만 뭔가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활력을 잃은 자본주의거든요. 저는 파산 없는 자본주의라고 하는 게 경제에 심각한 충격을 주지는 않지만 그 다음에 좋아지는 힘도 약하게 했다고 봅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신영증권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상선 기자
연준이 또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어요. (한국시간 7월 28일 새벽)
그럼 여기서 이제 물가가 더 높으니까 금리가 2008년도보다 높아져야 될 텐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속도조절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이미 경기가 나빠질 것이라는 판단이 있기 때문이에요. 제 생각에는 이번 긴축 정책의 종착역은 인플레이션을 못 잡을 거라고 봅니다. 늘어난 부채를 생각하면 인플레이션만 잡겠다고 금리를 많이 올리긴 힘들 것 같거든요.
또 '인플레이션을 꼭 잡아야 하는가'라는 문제의식도 던지고 싶어요. 중앙은행은 매년 물가가 2% 올라가는 게 경제에 활력을 주는 이상적인 수준이라고 말하지만 물가가 3~4% 올라가면 세상이 망하는 건가요? 사람들이 과소비를 해서 경제에 과잉수요가 있다고 하면 중앙은행이 금리인상으로 억제할 수 있습니다. 금리를 올리면 소비가 위축되거든요. 그런데 지금의 금리상승은 과잉소비도 있지만 코로나19,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발생한 공급불안 측면도 있거든요.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전쟁이 멈춰지는 게 아니듯이 이번엔 본질적으로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없는 속성이 존재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수요를 잡아서 물가를 잡으려고 하면 경제를 많이 망가뜨려야 돼요. 그런 관점에서 보면 연준도 어느 정도 높은 물가는 인정하면서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된 건 한국에 불리하지 않을까요.
어떤 사람도 중앙은행과 기준금리로 직접 거래하지 않아요. 한국정부가 발행하는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을 생각해보면 3%가 넘습니다. 미국 국채는 2% 후반이고 한국보다 금리가 높은 나라가 많지 않아요. 세상에 미국과 한국만 존재한다면 금리가 높아진 미국으로 돈이 빠져나가겠지만, 미국과 한국뿐 아니라 다른 많은 대안들이 있어요. 그런데 한국은 그중에서도 금리가 높은 편입니다. 그래서 과거 한미 금리가 역전 됐을 때도 자본유출이 나타나지 않았고요.
2018년 역전된 금리 차이가 0.75%포인트까지 갔어요. 미국은 2.5%, 한국은 1.75%였는데 그 정도까지는 우리가 감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미국이 금리를 더 많이 올릴 수도 있을 텐데 그건 새로운 영역입니다. 거기선 자본유출이 없다고 말하기 힘들어요. 결국 칼자루는 미국이 쥐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향해 계속 오를 것 같더니 다시 주춤해졌습니다. 하반기 환율 다시 급등할 가능성이 있을까요.
이 모든 상황은 미국이 금리를 본격적으로 올리면서 강달러에 의해 다른 통화가치가 약해지고 있는 거예요. 기축통화가 아닌 나라 입장에선 득보다 실이 커요.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먹고 살려면 달러가 필요한데, 달러를 조달하는 비용이 커진다는 거니까요. 그래서 전체적으로 많은 나라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한국이 같이 올려서 해결될 일은 아닌 것 같고요. 궁극적으로는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완화돼야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봅니다. 7월 FOMC에서 그런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신영증권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상선 기자
하반기 전반적인 투자 전략, 어떻게 세워야 할까요.
삼성전자는 어떻게 할까요.
이외에 관심 가져볼 만한 주식이 있을까요.
요즘 20~30대들이 주식 하락은 물론 부동산 가격 하락, 비트코인까지 하락해서 힘들어하는 분들도 많은 것 같아요. 보릿고개를 현명하게 넘길 수 있는 방법을 조언해주신다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