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동맥류는 병이 진행되는 동안 특별한 증상이 없어 알아채기 어려운데, 결국 뇌혈관을 파열시켜 사망 위험을 높이고 영구적 후유장애를 일으켜 ‘머릿 속 시한폭탄’이라 불린다. pixabay.
보건복지부가 8일 오후 6시 서울 중구 서울시티타워에서 연 ‘아산병원 사건 관련 정책간담회’에서 나온 주장들이다. 정부 측에서는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2차관과 최종균 건강보험정책국장이, 의료계 측에서는 김우경 대한신경외과학회 이사장과 김재문 대한신경과학회 이사장, 최성혁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 박수성 서울아산병원 기획조정실장 등이 참석했다.
학회 “환자가 의사였어도 전원조치 불가피”

뇌혈관조영술에서 혈관벽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뇌동맥류 모습.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환자가 만약 ‘의사’였으면 어떻게든 아산병원에서 수술하지 않았을 거냐는 의혹에는 “전혀 아니다. 이날 휴가를 낸 뇌혈관외과의사는 남쪽 지방에 있었기에 도저히 수술 시간에 맞춰 올라올 수 없었던 상황”이라며 “환자가 의사였어도 똑같이 전원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필수인력 부족 사실…의대 확충이 답 아냐”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일각에선 이 문제를 의대 정원 확대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이날 대한의사협회는 “정원 확충이 답이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인구 10만명당 신경외과 의사 수’를 보면 한국은 4.7명으로 평균인 1.3명보다 높다. 의사 수는 많지만, 개두술 등 뇌혈관외과 수술을 집도할 수 있는 중증 진료 전문의가 소수라는 것이다.
김우경 대한신경외과학회 이사장은 “의대 정원이 늘어나면 인기 과에만 의사들이 몰리게 될 뿐 필수 의료 분야 인력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공공 의대 역시 10년간 의무 복무를 채우고 나면 해당 과를 떠날 것이 자명하다”라며 “결국 필수 의료 분야에 자원하게끔 생태계 자체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1년 당직 180~350일…온콜 불려 나와도 교통비 5만원”
이 외에 필수 의료 인력 수련비용을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미국이나 영국, 독일, 일본처럼 의사 양성 비용을 국가와 사회가 분담하는 식이다. 단기적으로는 정부와 수련병원이 각각 50%씩, 장기적으로는 정부가 100% 부담하는 안이다.
또 환자 입장에서의 개선책으로는 생애주기별 건강검진에 뇌동맥류 검진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뇌동맥류 유병률이 전체 인구의 1~5%이고 40~60대에 흔히 발견되는 질환이므로 조기 검진을 통해 발견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이기일 차관은 “정부는 국민이 어느 지역에 있더라도 적절한 치료와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필수의료 인력 및 관련 인프라 확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