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벨 안 뗀 투명페트병 수거 안 한다”...부산 금정구 실험 통할까

지난 12일 오전 부산시 금정구의 400세대 규모 아파트 쓰레기 분리수거장. 오전 기온이 33도까지 오른 이날 아파트 미화직원 A씨가 쓰레기 재정리 작업에 구슬땀을 쏟고 있었다. 커터칼을 이용해 투명페트병의 라벨을 벗겨낸 뒤 찌그러트리는 작업을 반복하던 A씨는 “페트병 라벨을 떼지 않고 버리는 경우가 가장 많다. 일일이 라벨을 떼내야 하는데 일반종량제 봉투에 투명페트병을 넣어서 버리면 처리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라벨제거 안한 페트병 수거안한다

지난 12일 부산 금정구 한 아파트 투명페트병 전용 수거함에 배출 원칙을 어긴 투명페트병이 버려져있다. 김민주 기자

지난 12일 부산 금정구 한 아파트 투명페트병 전용 수거함에 배출 원칙을 어긴 투명페트병이 버려져있다. 김민주 기자

시행 2년이 다 되도록 공동주택 등에서 투명페트병 별도 배출이 정착하지 못하자 일부 지자체가 강도 높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부산 금정구는 오는 8월부터는 원칙을 어겨 배출한 투명페트병을 수거하지 않기로 했다.

금정구는 공동·단독주택에서 배출하는 투명페트병을 주 1회 수거한다. 이 과정에서 라벨 제거,세척, 찌그러트리기, 뚜껑 닫기 등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투명 패트병은 수거하지 않는다. 금정구 관계자는 “주민이 이 같은 내용을 미리 인지할 수 있도록 홍보물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다음 달부터는 분리 원칙 위반 사실이 기재된 스티커를 부착하고 실제로 수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정구 이외에도 부산 중구와 영도·연제·강서구 등이 이 같은 시책을 시행하거나 검토하고 있다.

지난 3~6월 부산시 투명페트병 분리배출 실태 점검에서 적발된 배출 원칙 위반 사례. 라벨을 제거하지 않은 투명페트병이 일반 플라스틱 등과 함께 버려져있다. 사진 부산시

지난 3~6월 부산시 투명페트병 분리배출 실태 점검에서 적발된 배출 원칙 위반 사례. 라벨을 제거하지 않은 투명페트병이 일반 플라스틱 등과 함께 버려져있다. 사진 부산시

“쓰레기와 전쟁도 불사?”
일부 아파트 단지에선 지자체가 주민 편의와 위생 문제를 볼모로 ‘쓰레기 전쟁’을 밀어붙인다는 불만도 나온다. 하지만 부산시를 포함한 해당 지자체는 이 같은 ‘충격 요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부산에서는 한 달에 투명페트병 약 390톤이 공공수거된다. 부산시는 지난 3월부터 4개월간 지역 16개 구·군 공동·단독주택을 대상으로 투명페트병 배출 실태를 점검했다. 그 결과 분리 배출 위반율이 6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는 위반율이 높은 구·군에 미수거 등 대책 시행을 권고했다.


투명페트병 분리배출 원칙. 환경부

투명페트병 분리배출 원칙. 환경부

 
부산시 관계자는 “공동주택을 기준으로 분리 배출이 시행된 지 2년이 돼가지만 투명페트병을 분리 배출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시민도 많은 것 같다”라며 “원칙을 어긴 투명페트병을 수거하지 않으면 민원이 폭주할 가능성이 있지만, 분리 배출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위반했다고 해서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정부, 유색페트병 사용 금지 
정부는 2019년 12월부터 음료나 먹는샘물(생수)을 시중에 유통할 때 유색 페트병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재활용이 사실상 불가능한 유색 페트병 대신 투명페트병을 사용하도록 하고, 이를 따로 수거해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는 한편 재활용률을 높인다는 목적에서다.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전기차 아이오닉5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전기차 아이오닉5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

이와함께 정부는 2020년 12월부터 전국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투명 페트병을 별도 배출하도록 했고, 지난해 12월엔 단독주택까지 별도 배출 의무를 확대했다. 투명페트병은 다른 쓰레기와 구분해 내놔야 하고, 버리기 전 라벨을 뗀 병을 세척해 찌그러트린 뒤 뚜껑을 닫아야 한다. 이를 어기면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30만원 이하 과태료를 매길 수 있다.

한편 별도로 모아들인 투명페트병은 의류·가방 등 제작에 사용될 수 있다. 실제 지난해 현대자동차가 전기차인 ‘아이오닉5’ 시트와 팔걸이에 재활용 투명페트병을 가공해 만든 소재를 활용하며 쓰임새를 입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