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의 국민대…'김건희 논문 조사위' 비공개가 반발 키웠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 논란을 두고 국민대‧숙명여대 학내외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대의 경우 연구윤리위원회의 재조사위원회서 김 여사의 박사 학위 논문이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재조사위의 최종 결과보고서·위원 명단·회의록이 비공개로 남겨지면서 이를 “공개하라”는 요구가 빗발친다.

 
국민대 교수회에 따르면 이르면 내주 안에 논문 독자심사·재조사위 보고서 공개 요청을 두고 찬반투표를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 12일 열린 교수회 임시총회에서는 자체 검증위원회를 구성해 김 여사의 논문을 재검증할지, 재조사위원회 자료 공개를 요구할지를 두고 전체 교수를 대상으로 총투표를 하기로 했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회장은 “재검증 대상 범위를 투표 의제에 포함할지와 총투표 일시를 두고 교수회 회장단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일 국민대 정문 앞에서 국민대 동문 비상대책위원회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2007년 쓴 박사학위 논문조사 결과에 항의하는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김 여사의 석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을 살펴보고 있는 숙명여대의 민주동문회도 숙명여대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개최를 촉구하는 현수막을 들고 동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일 국민대 정문 앞에서 국민대 동문 비상대책위원회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2007년 쓴 박사학위 논문조사 결과에 항의하는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김 여사의 석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을 살펴보고 있는 숙명여대의 민주동문회도 숙명여대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개최를 촉구하는 현수막을 들고 동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의 ‘최종 조사보고서’는 여전히 베일에

홍성걸 국민대 교수회장이 지난 12일 교수 임시총회를 주재하고 있다. 국민대 교수회 제공

홍성걸 국민대 교수회장이 지난 12일 교수 임시총회를 주재하고 있다. 국민대 교수회 제공

 
김 여사 논문에 대한 의심의 불씨가 꺼지지 않는 이면엔 국민대의 ‘비밀주의’가 있다. 국민대는 지난 1일 김 여사의 논문 4편에 대한 표절 의혹을 재조사한 결과 3편에 대해선 연구윤리 위반에 해당하지 않고, 1편은 검증이 불가하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재조사위 최종 조사결과 보고서와 조사위원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김건희 논문심사 촉구 국민대 동문 비상대책위원회(동문 비대위), 더불어민주당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자료 공개를 요청했지만, 국민대는 공개 거부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임홍재 국민대 총장은 지난 8일 입장문을 통해 “조사위원 개인의 학문의 자유,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와 대학의 자율성이라는 자유민주국가의 기본 가치가 심각히 훼손될 우려가 있어 비공개로 결정됐다”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최종 조사결과 보고서 공개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교육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국정감사를 통한 보고서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대의 협조가 필요한 부분이라 해당 자료가 제출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동문 비대위는 지난해부터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지만, 학교 본부 측이 법원에 보고서 원본을 제출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교수회가 보고서를 요청한다 해도 강제력이 없다. 일각에선 총장 탄핵으로 인한 재조사위 무력화 등 극단적 방법을 취하라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탄핵은 국민대 학칙에 없어 이 역시 어렵다. 총학생회 부재로 인해 학교 측을 압박할 재학생들의 결집이 없는 점도 보고서 공개의 어려움으로 꼽힌다.

 
상황이 이렇자 학계에선 김 여사의 논문 표절 문제에 대한 자체 검증에 나섰다. 숙명여대 민주동문회는 김 여사가 지난 1999년 발표한 석사학위 논문 『파울 클레의 회화의 특성에 관한 연구』를 자체적으로 검증했다. 동문회에 따르면 이 논문의 표절률이 최소 48.1%에서 최대 54.9%에 달한다.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사회대개혁지식네트워크 등 13개 단체는 ‘범학계 국민검증단’(가칭)을 구성해 김 여사의 논문 검증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사회대개혁지식네트워크의 김동규 동명대 교수는 “검사 프로그램을 돌려 표절률이 10%만 넘어도 교수가 다시 쓰라고 한다”며 “‘특수대학원이라 다르게 봐줘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납득이 안 되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논문 심사 과정과 연구 윤리 전반 재정비" 목소리도 

우희종 사회대개혁지식네트워크 상임대표(서울대 교수)가 지난 5일 국회 소통관에서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에 대한 범학계 규탄 성명을 발표하고, 국민검증 돌입 등 항후 계획을 밝히고 있다.   이날 회견은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와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사회대개혁지식네트워크 등 학계 13개 단체가 참여했다. 뉴스1

우희종 사회대개혁지식네트워크 상임대표(서울대 교수)가 지난 5일 국회 소통관에서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에 대한 범학계 규탄 성명을 발표하고, 국민검증 돌입 등 항후 계획을 밝히고 있다. 이날 회견은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와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사회대개혁지식네트워크 등 학계 13개 단체가 참여했다. 뉴스1

김 여사의 논문 논란은 표절에 대한 문제뿐만 아니라, 학계의 논문 심사 과정과 연구 윤리 전반에 대한 전면 재정비로까지 확산하는 모양새다. 김성하 논준모(논문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임) 연구소장은 “애초 지도나 심사과정에서 표절 등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교수들이 문제”라면서 “논문 지도를 하다 보면 고의든, 실수든 간에 참고문헌을 빼먹는 등 문제가 나올 때가 있다. 그럴 때 ‘왜 참고문헌이 1대1로 매치가 안 되나’ ‘이러면 표절’이라고 말을 해주는 게 심사과정에서 교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이어 대학원에서의 논문 작성 교육이 부실하다는 점도 꼬집었다. 그는 “논문 지도나 조사방법론 과목이 있는데 국내 대학원에서는 학생들에게 이를 제대로 듣게 하질 않는다”며 “이런 수업을 듣지 않고 학생들은 갑자기 논문을 쓰게 되고, 교수들은 알아서 잘하라고 하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특수대학원의 논문 수준 하락 문제를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 대학 시간강사로 일하는 김모씨는 “논문 검증이 소위 ‘빡세다’고 알려지면 특수대학원 학생 모집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검증 과정이 허술할 수밖에 없다”며 “특수대학원의 경우 김 여사의 논문 외에도 문제 있는 논문이 상당히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대학 ‘학위장사’의 한 채널인 만큼 교육부의 의지 없이 뿌리 뽑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