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청장일까 소신파일까…윤희근 청장이 답해야 할 쟁점들

 윤석열 정부 첫 경찰청장으로 임명된 윤희근 청장이 오는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업무보고 참석이 예정되면서 취임 전후 불거진 각종 쟁점에 대한 질의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 안팎에선 법무부의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 추진과 경찰 인사, 행안부 경찰국 여진 등이 주요 쟁점으로 거론된다. 야당은 윤 청장의 인사청문회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았던 만큼 그를 상대로 공세를 벌일 전망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 1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전국 경찰 화상회의에 참석해 모두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 1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전국 경찰 화상회의에 참석해 모두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청장 취임 후 국회 데뷔전…쟁점들은

윤 청장이 풀어나가야 할 과제로는 검찰의 수사 개시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무부의 대통령령(시행령) 개정 추진이 가장 먼저 언급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11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으로 오는 9월부터 검찰 수사 범위에서 제외되는 공직자·선거·방위사업범죄 수사권 등 상당 부분을 시행령 개정을 통해 복원하는 내용의 입법예고안을 발표했다.

윤 청장은 지난 8일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궁극적으로 수사·기소는 분리돼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검수완박 이후 일선 수사 현장에선 ‘업무량만 대거 늘어났을 뿐 권한은 늘지 않았다’는 인식이 심해 베테랑 수사관들이 현장을 떠나가고 있다. (수사관들이) 다시 돌아오는 수사로 만들어야겠다는 게 목표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런 윤 청장의 발언은 사실상 검수완박 취지에 동의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지난 10일 윤 청장이 취임하고, 바로 그다음 날 법무부로부터 사실상 기습적인 ‘선전포고’를 당했다는 게 경찰 안팎의 해석이다. 일반 출신 한 경사는 “법무부 시행령 개정 발표는 경찰청장에게 보란 듯이 선수를 친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그다음 쟁점으로는 경찰청장 취임 직후 이뤄진 경찰 인사가 거론된다. 윤 청장 취임 당일 치안정감, 치안감 승진·전보 인사가 난 데 이어 이튿날엔 293명의 총경 전보 인사가 실시됐다.


이번 인사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허위 경력 의혹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직무정지)의 성 접대 의혹, 황희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현 민주당 의원)과 유덕열 전 동대문구청장 등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이 연루된 각종 중요 사건 수사를 맡은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의 대장(강일구 총경)이 교체됐다. 강력범죄수사대(최진태 총경)와 금융범죄수사대(조창배 총경)의 책임자도 8개월 만에 인사 대상이 됐다.

주요 수사라인 지휘부 등이 대거 ‘비(非)경찰대’ 출신으로 교체된 상황에서 윤 청장이 “이상민 행안부 장관 입맛에 맞춘 인사를 한 것 아니냐(일선의 한 경찰관)”는 일각의 의심이 나온다. 윤 청장 인사청문회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10일 통화에서 “윤 청장이 소신을 갖고 수사 라인 쇄신 등 인사 조처한 게 맞는지 조직 안팎에서 의문점이 나온다”고 말했다.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며 총경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 인사조처(대기발령) 및 감찰 등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 여진도 윤 청장 앞에 놓인 과제다. 향후 류 총경에 대한 감찰 결과 등 처분에 따라서 지난 2일 공식 출범한 경찰국을 향한 조직 내 반발 기류에 변화가 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순호 초대 경찰국장의 ‘밀고 입직’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지만, 윤 청장은 임명 직후 강남경찰서를 방문한 자리에서 취재진에게 “행안부로 (김 국장을) 파견 보냈고, 파견받은 부처에서 결정할 사안”이라며 선을 그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희근 경찰청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희근 경찰청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식물 청장이냐 소신 청장이냐…국회 발언 주목

지난 8일 후보자 신분이었던 윤 청장은 임명(지난 10일) 일주일 만에 청장 신분으로서 직면한 과제들에 대한 입장을 국회에서 밝히게 됐다. 경찰 안팎에선 “윤 청장의 공개석상 발언은 그가 식물 청장이 될지 소신파가 될지 확인할 수 있는 가늠자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웅혁 교수는 “임기 2년이 보장된 만큼 지위가 불안정했던 후보자 때와는 달리 (윤 청장은) 소신에 찬 발언을 할 수 있게 됐다”며 “법무부의 시행령 개정 등에 대해 경찰청장으로서 구체적인 의견과 입장을 국회에서 밝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일선의 한 간부급 경찰은 “윤 청장은 과거 ‘역량과 인덕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국회 발언을 통해 그런 평가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향후 조직을 잘 추스를 수 있을 것”이라며 “반면 정치 편향적이란 일각의 우려를 끝내 해소하지 못한다면 내부 반발 및 혼란은 계속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치안정감, 치안감 승진 임명장 수여식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뉴스1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치안정감, 치안감 승진 임명장 수여식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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