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 28일 '우크라이나 프리덤 오케스트라'의 세계 투어를 앞두고 바르샤바 오페라 극장에서 리허설 중인 지휘자 케리 린 윌슨. AFP=연합뉴스
사촌은 돈바스 최전선에

케리 린 윌슨. 사진 페이스북
윌슨은 줄리어드 재학 시절인 1989년 카네기홀에서 첫 공연을 했고, 줄리어드에서 플루트와 지휘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댈러스 심포니 오케스트라 부지휘자를 거쳐 2013년 여성 최초로 슬로베니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 지휘자가 됐다. 캐나다의 음악가 집안으로, 증조부모가 우크라이나 남서부 도시 체르니우치 출신이다. 증조부모의 고향 체르니우치에 여전히 살던 그의 사촌은 현재 돈바스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다. 윌슨은 현지에서 의료물품 수송 등 자원봉사를 하는 또 다른 사촌에게 각종 지원 물품을 보내고 있다.
윌슨은 “나는 우크라이나를 ‘제2의 고향’이라고 말하지만, 그 고향에는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항상 러시아도 포함돼있다”고 했다. 윌슨은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우크라이나 예술가로 예우받았고, 러시아의 볼쇼이 극장을 ‘예술적 고향’으로 삼는다. 윌슨은 워싱턴포스트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정말로 한 국가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그런 그에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소식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TV에서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를 보면서 뭔가를 해야만 한다는 생각을 했다.
“무기 대신 지휘봉을 잡았다”

지난 7월 28일 바르샤바 오페라 극장에서 리허설 중인 '우크라이나 프리덤 오케스트라' 지휘자 케리 린 윌슨. AFP=연합뉴스
당시 투어 셋째 주엔 오데사 필하모닉과의 연주가 예정돼 있었지만, 단원들의 대피로 연주는 불발됐다. 그러다 TV에서 난민 수백만 명이 폴란드 바르샤바에 도착하는 것을 보고 이 중 몇 명이나 음악가일지 궁금해졌다. 오케스트라 결성의 시작점이었다. 당장 바르샤바로 건너가 현지 음악가에게 오케스트라에 합류할 수 있는 단원 명단을 받고 폴란드 국립 오페라 극장 사용 허가를 받아 열흘 만에 첫 콘서트를 열었다. 윌슨은 “나도 싸우고 싶었다”며 “나는 무기를 들고 싸울 순 없었지만, 대신 지휘봉을 잡았다”고 말했다.
윌슨은 “이것은 단지 연주하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우리는 전투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그는 매일 모든 방법을 동원해 우크라이나를 침묵시키려고 한다”며 “우크라이나엔 문화와 전통이 없다고 말하지만, 거짓말”이라고 비난했다.
“이 공연은 (푸틴에게) 이야기하는 또 다른 방법입니다. ‘문화는 우크라이나의 영혼이다. 그러니 당신은 이길 수 없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