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신저 "미·중 50년간 평화 유지…美, 기본 틀 바꾸기 신중해야"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사진은 2019년 11월 워싱턴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 참석한 모습. AFP=연합뉴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사진은 2019년 11월 워싱턴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 참석한 모습. AFP=연합뉴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19번째 저서 출간을 계기로 한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미국 대외정책은 방향성을 잃고 순간의 감정에 즉각적으로 반응한다고 비판했다. 외교에 전략적 목표가 없고 균형감각과 전략적 리더십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12일(현지시간) 게재된 WSJ 인터뷰에서 "현 시대는 방향을 정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순간의 감정에 매우 즉각적으로 반응한다"고 미국 외교를 평가했다. 

또 미국 리더십이 다른 생각을 가진 적과 협상하고 관여하는 대신 자신이 동의하지 않는 이데올로기를 비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미국인들이 외교에 대한 생각과 "적성국과 개인적 관계"를 구분하지 않으려 하며, 협상을 심리적 개념으로 보지 않고 행사로 여기며, 상대의 사고를 파고들기보다는 개조하거나 비난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 99세인 키신저 전 장관은 최근 신간 『리더십: 세계 전략의 6가지 연구』를 펴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적 지도자 6명의 비전과 역사적 성과를 담은 책이다. 


콘래드 아데나워 독일 수상,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 리콴유 싱가포르 총리,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의 역사적 성취와 리더십을 분석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오늘날 세계는 위험한 불균형에 가깝다고 봤다. 그는 "우리는 이 사안이 어떻게 끝날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에 대한 어떤 개념도 없이, 부분적으로는 우리 스스로 만들어낸 문제로 러시아·중국과 전쟁의 가장자리에 갔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긴장을 끌어올리지 않고 선택지를 만드는 것이고, 그것을 위해서는 목적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우리 군사력을 어떻게 전략적 목적에 결합할 것인지, 그리고 그것을 우리 도덕적 목적과 어떻게 일치시킬 것인지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라고 덧붙였다.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과 중국이 위기를 향해 가고 있다고 우려하면서 미국 측의 변함없는 입장 견지를 촉구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미국) 양당이 수행한 정책은 대만을 민주적 자치 독립체로 발전시키고 만들도록 했으며, 50년간 중국과 미국 사이에 평화를 유지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기본적 구조를 바꾸는 것 같은 조치에는 매우 신중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1970년대 초 이후 미국이 시도한 대중국 포용정책을 주도했다. 1971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해 저우언라이 총리와 만났으며, 이듬해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과 마오쩌둥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1979년 미·중 수교의 주춧돌을 놓았다.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키신저 전 장관이 바이든 행정부에 대만에 관한 현상 변경을 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