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배] 8강 TV 중계가 목표였는데…전주고, 37년 만에 결승행

전주고 선수들이 15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56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대구고와의 준결승전에서 끝내기 승리를 거둔 뒤 그라운드로 뛰쳐나가며 기뻐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전주고 선수들이 15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56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대구고와의 준결승전에서 끝내기 승리를 거둔 뒤 그라운드로 뛰쳐나가며 기뻐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TV 중계 한 번 나가 보자는 마음으로 왔는데, 결승이라니요." 전주고 2학년 투수 손현기(17)는 얼떨떨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전주고가 15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56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중앙일보·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주최) 준결승에서 우승 후보 대구고에 6-5 끝내기 승리를 거둔 뒤였다.  

전주고는 이 승리와 함께 1985년 황금사자기 대회 우승 이후 37년 만에 전국대회 결승에 진출하는 감격을 맛봤다. 대통령배 대회에선 창단 후 처음으로 결승에 올라 1982년 4강 진출 이후 역대 최고 성적을 예약했다. 결승전은 17일 오후 1시 열린다.  

15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56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대구고와의 준결승전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뒤 기뻐하는 전주고 선수들. 장진영 기자

15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56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대구고와의 준결승전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뒤 기뻐하는 전주고 선수들. 장진영 기자

 
극적인 승리였다. 전주고는 3-3으로 팽팽히 맞선 8회 초 대구고에 2점을 빼앗겼다. 결승에 오르려면, 남은 2이닝 동안 대구고 에이스 이로운을 상대로 3점을 더 뽑아야 했다. 하지만 패색이 짙어진 듯했던 그 순간, 전주고의 진짜 드라마가 시작됐다.  

전주고는 8회 말 이재현과 이한림의 연속 2루타로 1점을 추격했다. 긴장감이 감돌던 9회 말엔 선두 타자 최현규가 볼넷으로 출루하면서 득점의 물길을 열었다. 1사 1루에서 대타 성민수가 동점 적시 3루타를 쳤고, 1번 홍승원은 계속된 1사 3루에서 우중간 적시타를 날려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서서히 어둠이 내려앉던 목동의 그라운드는 펄쩍펄쩍 뛰어오르며 서로를 향해 달려가는 전주고 선수들의 함성으로 뒤덮였다.  

전주고 손현기가 15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56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대구고와의 준결승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전주고 손현기가 15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56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대구고와의 준결승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손현기는 마운드에서 그 승리의 디딤돌을 놓았다. 1-1로 맞선 3회 초 1사 1·2루에 구원 등판해 급한 불을 껐다. 이후 8회 1사 만루에서 마운드를 내려올 때까지 공 92개를 던지면서 5이닝을 책임졌다. 탈삼진 9개를 잡아내는 위력도 뽐냈다. 손현기는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어차피 상대는 네 공 못 친다'고 자신감을 심어 주셨다. 나 역시 '칠 테면 쳐봐라'라는 마인드로 던졌다"며 "8회 들어 힘이 빠지면서 (실점하게 돼) 아쉬웠지만, 동료 선수들 모두 잘 던졌다고 격려해줬다"고 활짝 웃었다.  


투수들의 부담감이 큰 경기였다. 부동의 에이스 박권후가 8강전에서 공을 많이 던져 준결승에 나설 수 없었다. 등판 가능한 투수는 손현기 외에 3학년 정제헌·홍주환과 1학년 이호민이 전부였다. 2학년인 손현기가 최대한 많은 이닝을 책임져야 했다. 그는 "어깨가 무거웠다. 하지만 내가 전주고에서 두 번째로 많이 던진 투수니까 잘 해내고 싶었다"며 "이제 나도 결승전에 못 나가는데, 이번 대회 마지막 경기를 이겨서 정말 너무 기쁘다. 결승에선 열심히 팀을 응원하겠다"고 했다. 

전주고 선수들이 15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56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대구고와의 준결승전에서 9회 말 극적인 동점을 만든 뒤 기뻐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전주고 선수들이 15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56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대구고와의 준결승전에서 9회 말 극적인 동점을 만든 뒤 기뻐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대통령배 대회는 8강전부터 TV로 생중계 됐다. 전주고 선수들은 "이번에 꼭 8강에 올라 TV에 나오는 우리 모습 한 번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서울에 왔다. 그런데 이미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8강과 4강을 넘어, 어느덧 결승이다. 결승전에선 박권후와 손현기가 모두 던질 수 없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물러설 생각은 없다. 

전주고 주창훈 감독은 "대구고는 좋은 선수가 많은, 어려운 상대였다. 힘든 경기였지만,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서 지도자들도 진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며 "이렇게 이겨 준 선수들이 정말 대견하고 고맙다. 결승에 누가 올라오든, 우승기를 들어올릴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벅찬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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