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철수 터무니 없었다"…1년전 그날에 칼 빼든 공화당

1년 전 미군의 아프가니스탄(아프간) 철수와 탈레반 재집권 과정을 분석한 미국 공화당의 자체 조사 보고서가 나왔다. 공화당은 당시 미군 철수에 대해 “계획도, 실행력도 부재했던 총체적 실패”라고 강하게 비난했고, 백악관은 “거짓 주장”이라며 맞섰다.

공화당 소속의 마이클 맥컬 미국 하원의원이 지난 4월 하원 외교위 청문회에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에 질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공화당 소속의 마이클 맥컬 미국 하원의원이 지난 4월 하원 외교위 청문회에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에 질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소속 공화당 의원들은 지난해 조 바이든 행정부의 아프간 철수와 관련된 118쪽 분량의 보고서를 워싱턴포스트(WP)와 악시오스 등 일부 언론을 통해 공개했다. 공화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를 차지할 경우, 아프간 철수에 대한 추가 자료 제출 요구와 관련자 소환 조사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지난해 8월 15~30일 이뤄진 전례 없는 미군 철수에 대해 다뤘다. 당시 탈레반은 미군 완전 철수를 2주 앞두고 수도 카불을 포함한 아프간 전국을 장악했고, 미군은 12만 명 이상의 미국인과 동맹국 시민을 긴급 대피시켰다. 하지만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의 자살폭탄 테러로 13명의 미군과 160명의 아프간인이 사망하고, 미군의 드론 오폭에 아프간 민간인 10명이 숨지는 등 혼란과 비극이 이어졌다.

아프간인들이 지난해 8월 카불 국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기 위해 밀려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아프간인들이 지난해 8월 카불 국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기 위해 밀려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공화당 "완전한 준비 부족…안보 위협 초래"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공화당 소속의 마이클 맥컬 하원의원(텍사스)은 당시 미군 철수 상황에 대해 “완전히 부족하고 실패한 계획”이라고 비판했다.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보고서를 인용해, 미군은 지난해 4월 바이든 대통령이 ‘무조건적인 철군 방침’을 발표하기 나흘 전에야 민간인 철수 작전에 대한 대비를 지시받았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당시 대피 임무를 맡았던 패럴 설리반 준장이 “현장에서 우리가 느끼는 상황과 (워싱턴의) 국무부 관리들의 생각 사이에는 ‘긴박성’에 차이가 있었다”는 과거 발언 내용을 인용하며 “국무부의 긴박성 결여로 현장 지휘관들은 지속적으로 좌절했다”고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 카불이 탈레반에 점령당하기 몇시간 전인 지난해 8월14일에야 미 국무부는 피난민이 임시로 체류할 제3국의 환승 허브를 조성하라는 임무를 받았다. 이후 피난민 대피가 진행되는 와중에, 카타르 등 이웃 국가와 환승 허브 설립에 대해 즉석에서 논의했다.

또 보고서는 미국 행정부가 당시 아프간의 유일한 탈출로였던 수도 카불의 하미르 카르자이 국제공항에 인파가 몰릴 것조차 예상하지 못했다고도 지적했다. 더힐은 “대피 노력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점에 공항에 배치된 미국 영사관 직원이 36명에 불과했다”면서 “이는 대피자 3444명당 직원 1명꼴로, 결국 수만 명의 사람들이 비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방치됐다”고 전했다.  

미군 철수가 완료된 직후 아프간에 남겨진 미국 시민이 800명이 넘고, 현재도 84명의 미국인이 현지에 남았단 사실도 보고서를 통해 드러났다. 폴리티코는 “이미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은 미국인이 아프간에 남아있었다는 사실”이라며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탈출시켜야 할 미국인 수를 애초 적게 계산했단 의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WP는 “이는 바이든 행정부에 가장 문제가 될 일”이라고 전했다. 앞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해 9월 의회에서 “아프간에 남겨진 미국인은 100명가량이고, 탈출을 원하는 이들은 더 적다”고 발언한 바 있다. 

지난해 8월 30일 카불 국제 공항에서 마지막 미국 수송기인 C-17 화물기에 크리스 도나휴 미육군 82 공수부대 소장이 마지막으로 탑승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해 8월 30일 카불 국제 공항에서 마지막 미국 수송기인 C-17 화물기에 크리스 도나휴 미육군 82 공수부대 소장이 마지막으로 탑승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아울러 미군의 훈련을 받은 수백 명의 아프간 특공대원을 미국이나 동맹국에 대피시키지 않았단 사실도 지적했다. 이들은 미군 작전에 대한 민감한 정보를 알고 있어 러시아·중국·이란 등이 이를 활용할 우려가 제기된다. 올해 초 미국 아프간재건특별감사관실(SIGAP)의 보고서에 따르면 약 3000명의 아프간 특공대원이 이란으로 도주한 것으로 집계됐다. 공화당 외교위 보좌관은 “이는 미국 국가 안보에 매우 심각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공화당은 보고서를 통해, 아프간 철수에 대한 공개 청문회를 열 경우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웬디 셔먼 국무 부장관,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 보좌관 등을 소환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백악관 "유리할 대로 편집한 거짓 주장"

에이드리엔 왓슨 백악관 국가안전보장이사회(NSC)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해당 보고서는 부정확한 묘사, 아전인수식 정보 편집으로 가득 찬 허위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미군 철수는 애초 공화당 소속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른바 ‘도하 협정’을 통해 결정된 것이며, “20년간 교착된 전쟁이 악화하지 않도록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미군을 보내야 했는데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거부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이후 9·11 테러 배후 조직인 알카에다가 아프간에서 조직을 재건하지 못하고 있다는 미국 정보기관의 평가도 나왔다. CNN은 현재 아프간에는 12명 이하의 알카에다 핵심 멤버가 있으나, 복수의 미국 정보기관은 이들이 미군 철수 이전부터 거주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14일 전했다. 또 미국은 현재 남은 알카에다 구성원들이 아프간 밖에서 공격 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으며, 미국에 대한 공격을 감행할 능력도 없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왓슨 대변인은 “미국은 파트너들과 함께 아프간이 다시 테러의 온상이 되지 않도록 경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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