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천장·콘도 '뜬금 탁구대' 사라지고, 쏘카 편도 가능해진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윤석열 대통령에 첫 업무보고를 마쳤다. 윤 정부에서의 공정위 정책 방향은 명확하다. 기업에 대한 과징금 처분 등 처벌은 완화하고, 부담을 줄 수 있는 각종 공시는 주기를 넓힌다. 경쟁을 제한할 수 있는 규제는 과감하게 없앤다. 이번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인 민간주도성장과 발 맞추겠다는 의미다. 문재인 정부와는 180도 다른 방향이다.

윤수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10일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와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수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10일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와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오전 윤 대통령은 윤수현 공정위 부위원장을 독대하고 업무보고를 받았다. 윤 정부가 들어선 지 99일이 지났지만, 공정위의 새 사령탑은 아직도 들어서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이전 정부에서 임명돼 이미 사표를 제출한 조성욱 공정위원장 대신 윤 부위원장이 업무보고를 진행했다. 이날 보고를 받은 윤 대통령은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법 집행에 있어 적용 기준과 집행 절차의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을 강화하고, 신속 처리 시스템을 구축하라”고 주문했다. 

 

쏘카 편도, 전국 시행 길 열리나 

공정위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카셰어링 사업자 영업구역 규제 개선 방침을 밝혔다.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에도 온라인 배송은 가능하도록 추진하는 데 이어 대대적인 규제 개선에 나선 모양새다. 이에 따라 쏘카·그린카 등 대표적인 카셰어링 업체들의 편도 대여 서비스가 활성화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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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셰어링 업체는 렌트카 사업자로 취급돼 영업구역이 지역단위로 구분된다. 쏘카라는 하나의 사업자라고 해도 서울·부산·세종 등 지역별로 단위가 나뉘어 있다. 예컨대 서울에서 차를 빌려 부산에 반납한다면, 해당 차량은 부산에서는 대여가 불가능하다. 서울에 렌트카로 등록돼 있어 이외 지역에서는 돈을 받고 빌려줄 수 없어서다.


카셰어링업체 쏘카의 편도 차량대여 서비스 안내 화면. [쏘카 캡처]

카셰어링업체 쏘카의 편도 차량대여 서비스 안내 화면. [쏘카 캡처]

쏘카는 현재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으로만 한정해 편도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편도를 이용해 차량을 타 지역에 반납하면 직원이 직접 가서 다시 ‘쏘카존’으로 이동시키는 식이다. 공정위는 업계로부터 “영업구역 규제로 인해 편도서비스에 제약이 많다. 개선할 경우 전국 단위 편도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다”는 의견도 수렴했다.

 

숙박시설에 ‘뜬금 탁구대’, 규제 때문 

대표적인 관광시설인 온천장이나 콘도에 덩그러니 놓인 탁구장은 이제 볼 일이 없을 수 있다. 관광진흥법 시행령에 따르면 온천수를 이용하는 목욕 숙박시설(온천장)은 탁구·볼링·배드민턴·롤러스케이트·정구장 등의 오락시설 중 두 종류 이상을 갖춰야 한다. 종종 오래된 숙박시설에 사용하지 않는 탁구장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정위는 해당 조항이 현실과 맞지 않는 규제로 보고 관계부처와의 개선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공시 주기·기준 바꿔 기업 부담 던다

공정위 조사를 받는 기업에 그 대상과 범위를 명확하게 고지하고, 자료제출 과정에서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절차를 새로 만든다. 공정위가 현장조사를 통해 광범위한 자료를 가져가고 있다는 지적은 기업들로부터 수차례 나온 지적이다. 또 자율적으로 피해를 구제하는 기업에 대해선 과징금을 감면하는 등 처벌보단 구제에 방점을 두겠다는 게 공정위가 업무보고에서 밝힌 계획이다. 또 고발하지 않은 사건에 대해선 그 사유를 의결서에 명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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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자료제출 의무가 있는 기업집단 총수 친족의 범위를 좁히는 등 특수관계인 범위 조정을 입법예고한 데 이어 공시제도를 정비한다. 대기업집단의 경우 내부거래나 그룹 관련 변동내용을 분기나 연간으로 공시하게 돼 있는데 시급성이 떨어지는 경우 분기 공시를 연간 공시로 바꿔 기업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내부거래 규모가 50억원 이상이면 공시의무를 부과하는데 이 기준 금액도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처벌 대신 피해구제에 방점

공정위가 가지고 있던 규제 권한 일부는 민간이나 지자체로 이양한다. 분쟁 조정 등 민간 자체적인 분쟁해결 절차를 강화하고, 가맹·대리점법 위반 등 단순 질서위반은 지자체에서 사건 처리가 가능하도록 지자체와 논의한다. 플랫폼에 대해선 자율분쟁조정기구를 설치하는 등 민간 자율규제 방안을 마련한다. 송상민 공정위 경제정책국장은 “행정제재에만 의존하는 법 집행 시스템으로는 신속한 사건처리도, 효과적 피해구제도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공정위의 운영방식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