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시내의 한 대형쇼핑몰 주차장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 뉴스1
국내만 놓고 보면 여름 랠리의 주인공은 단연 2차전지였다. BBIG(2차전지·바이오·인터넷·게임) 대표 종목으로 구성된 ‘KRX BBIG K-뉴딜지수’는 7월 이후 14.5% 상승(8월 12일 기준)했다. 이중 2차전지 지수 상승률이 16.7%로 가장 높았다. 상반기 약세 구간에서 낙폭은 2차전지(-22.4%)·바이오(-24.5%)·게임(-48.6%)·인터넷(-50.3%) 순으로 컸다. 2차전지 관련주는 하락장에선 덜 떨어졌고, 반등 구간에선 회복 속도도 빨랐다는 의미다.
대표 종목인 배터리 3사의 상승세가 눈에 띈다.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최근 한 달간 17.2% 상승했고, 삼성SDI·SK이노베이션도 각각 15.8%, 17.6% 올랐다. 소재·장비 기업도 대체로 좋은 흐름을 나타냈는데 양극재와 음극재를 모두 생산하는 포스코케미칼 주가는 최근 한 달 새 40% 이상 뛰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6.7%, 코스닥은 7.5% 상승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각각 1.5%, 0.4% 하락했다. 전통적 주도주였던 반도체의 회복이 더딘 반면, 2차전지는 차세대 주도주로서 입지를 탄탄히 한 셈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증권가의 향후 전망도 대체로 낙관적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 공급망 차질 등 악재가 적지 않았지만, 전기차 시장은 올해도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다. 올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428만5000대(SNE리서치)로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후퇴하면서 글로벌 증시가 반등했지만, 경기침체 우려가 남아있음을 고려하면, 기업 실적을 따르는 개별 종목 장세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의 경우 자동차·2차전지 등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곧 발효될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도 투자 심리 개선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전기차 보급 확대 등 기후변화 대응에 약 3690억 달러를 투입하는 게 골자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구매자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 배터리 제조사에 대한 지원 등 대규모 예산이 투입될 것”이라며 “전기차와 2차전지 산업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 충북 오창공장에서 엔지니어들이 전세계 생산라인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소재 부문에선 리튬·니켈 등 핵심 광물을 확보하거나 공급망 수직 계열화에 성공한 업체가 더 높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며 “포스코케미칼·에코프로·고려아연 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종목 선별이 쉽지 않다면 상장지수펀드(ETF)도 좋은 방법이다. 다만 ETF도 사업 부문별, 국가별 투자 비중이 다르기 때문에 신중한 선택이 중요하다. 최근 IRA 통과 이후, 중국 비중이 큰 전기차 ETF에선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가는 현상이 관측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