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파워' 통했다...'反트럼프' 체니, 美 공화당 예비경선 탈락

미국 공화당 내 대표적인 '반(反)트럼프' 인사인 리즈 체니 하원의원이 오는 11월 중간선거에 출마할 와이오밍주 하원의원 후보를 선출하는 당내 경선에서 탈락했다.  

CNN,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체니 의원은 16일(현지시간) 치러진 공화당 중간선거 예비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를 받은 변호사 해리엇 헤이그먼에게 크게 패배했다. CNN 등에 따르면 개표가 99%가량 완료된 가운데 체니 의원의 득표율은 28.9%로 2위에 그쳤다. 1위로 당선이 확정된 헤이그먼 후보의 득표율(66.3%)보다 37.4%포인트 뒤졌다.  

리즈 체니 의원이 16일(현지시간)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리즈 체니 의원이 16일(현지시간)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체니 의원의 패배로 '트럼프 파워'가 다시 한 번 입증됐다는 평가다. 특히 이번 예비경선은 미 연방수사국(FBI)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자택을 압수 수색한 이후 치러졌다. 압수 수색을 계기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화당 장악력이 강화되고, 그를 중심으로 당원들이 결집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체니 의원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딕 체니의 딸이다.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와이오밍주는 딕 체니 전 부통령이 6선, 체니 의원이 3선을 할 정도로 체니 일가의 영향력이 컸다. 이런 이유로 CNN은 "체니 의원의 패배는 공화당의 방향을 둘러싼 광범위한 싸움에서 중요한 지표가 된다" 진단했다. 

체니 의원은 지난해 1월 6일 의회 난입 사태와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했던 공화당 의원 10명 중 한 명이다. 그는 트럼프를 강하게 비판하며 트럼프와 대립각을 세웠고, 당 지도부와 갈등 끝에 당내 권력 서열 3위인 의원총회 의장직에서 쫓겨났다. 체니 의원은 1·6 의회 난입 사태를 조사하는 하원 특별위원회 부위원장도 맡고 있다. 


그의 이번 예비경선 패배는 공화당 내 트럼프 지지층 상당수가 등을 돌린 결과란 분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체니 의원의 패배 후 트루스 소셜에 "이는 미국을 위한 아주 멋진 결과"라고 적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공화당에선 트럼프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이 오는 11월 중간선거 당내 경선에서 연이어 고배를 마셨다. 10명 중 체니 의원을 포함한 4명은 경선에서 탈락했고, 4명은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으며 2명만이 당 후보 자리를 지켰다. '반 트럼프' 인사들의 잇따른 패배로 트럼프의 당 장악력이 더욱 강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체니 의원은 이번 예비경선 탈락을 계기로 본격적인 '트럼프 저격수'로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그는 패배 인정 연설에서 "경선은 끝났지만, 이제 진짜 일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나는 1월 6일 이후 트럼프가 대통령 집무실 근처에 두 번 다시 오지 못하도록 무슨 일이든 하겠다고 했고, 이는 진심"이라며 향후 트럼프의 재선을 저지하기 위한 정치 행보를 예고했다고 악시오스 등은 전했다. 

WP, 뉴스위크 등에 따르면 일각에선 체니 의원이 2024년 대선에 공화당이나 무소속 후보로 출마 선언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