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20년 내 또 팬데믹 온다…치사율 30% 넘을수도"

“이번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은 ‘운 좋게도’ 치사율 0.6%에 그쳤지만, 다음번엔 천연두 등 치사율 30%가 넘는 팬데믹이 올 수 있죠. 팬데믹 대비를 위해 전쟁 대응 수준의 국제 협력이 필요하고, 여기에 한국이 많은 기여를 해주길 바랍니다.”
빌 게이츠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게이츠 재단) 공동 이사장이 17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호텔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빌앤드멀린다게이츠 재단

빌 게이츠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게이츠 재단) 공동 이사장이 17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호텔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빌앤드멀린다게이츠 재단

 
빌 게이츠(67)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겸 ‘빌 앤 멀린다 게이츠 재단’(게이츠재단) 공동 이사장이 17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 호텔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현재 상태라면 20년 안에 또 다른 팬데믹이 올 가능성은 50% 내외”라면서 “대책을 세우는 데 얼마의 예산이 들지 알 수 없지만, 실제 팬데믹 피해보다는 훨씬 적은 액수일 것”라고 강조했다.

지난 15일 오후 한국에 도착한 게이츠 이사장은 이튿날 윤석열 대통령, 최태원 SK 회장 등과 만났고 국회에서 연설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이번 방한은 2013년 이후 9년 만이며, 게이츠재단 공동 이사장 자격으론 첫 방문이다. 마지막 일정으로 중앙일보를 포함해 6개 국내 언론사와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근 ‘20년 안에 또 다른 팬데믹이 온다’고 경고했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팬데믹엔 두 종류가 있다. 첫째 자연 발병으로 인한 창궐, 둘째 바이오 테러다. 바이오 테러는 예측이 어렵지만 전자는 다르다. 자연 발병 팬데믹의 대표적인 예가 코로나19와 같은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인구가 늘면서 동물의 서식지를 침범하게 되고, 육류를 파는 공간과 인간 주거지가 가까울 때 인수공통감염병에 노출되기 쉬워진다. 일단 동물의 질병이 사람에게 전염되고, 사람간 전염까지 가능해지면 세계적 확산은 시간 문제다. 이런 종류의 팬데믹이 20년 내 다시 세계를 덮칠 가능성은 50% 정도다. 과거 2015년 테드(TED) 강연을 통해 호흡기 감염병 창궐과 그 여파를 예측해 화제가 됐었는데, 감염병 관련 이슈를 꾸준히 공부하고 추적하다보면 이런 예측이 어려운 일은 아니다.”
 

감염병 퇴치 방안 중 하나로, 글로벌 전염병 대응·동원팀(GERM) 구축을 제안했다. 어떤 조직인가.
“많은 이들이 세계보건기구(WHO)에 이미 팬데믹 대응팀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전염병이 창궐·확산할 때 곧바로 대응할 수 있는 팀은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감염병을 화재에 종종 비유하는 데, 훈련된 소방관으로 구성된 소방팀이 긴급 투입되면 큰 불길을 바로 잡을 수 있다. GERM은 이런 훈련된 소방팀 같은 감염병 조기 진화 전담 조직을 뜻한다. 본부는 스위스 제네바에 두고 주요 거점 지역에 팀을 두는 방식이며, 총 3000여 명으로 구상하고 있다. 이런 팀을 꾸리는 데 연간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가 들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 팬데믹이 도래하면 이로 인한 경제 손실은 수십조 달러가 넘는다. 부유한 국가들은 GERM을 통한 팬데믹 조기 진화가 합리적이고 현명한 투자란 사실에 공감할 거다.”
 

이번 코로나19 팬데믹 때, 백신 개발이 늦었다기보다는 백신 쏠림으로 인한 혼란이 더 컸다.
“백신 쏠림 이슈는 노년층과 젊은층, 부유한 국가와 가난한 나라 중 어느 쪽 접종이 우선인지 두고 발생한 논란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이런 순서와 배분에서 혼란이 발생한 건 사실이다. 중요한 건 어떤 상황이든 완벽하게 공평한 분배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게이츠재단은 이 문제를 생산 능력을 키워서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나노 파티클(입자)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개발이 가능해지면 공급량을 엄청나게 늘릴 수 있게 된다. 2회 접종을 필요로 하는 백신이라면 초기 6개월 이내에 140억 회분(도스)을 생산할 수 있을 때 형평성 있는 분배가 가능해진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의료진의 영웅적 헌신과 노력, 그리고 엄청난 고통이 기억에 남는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이 질병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어서 의료진에게조차 개인 보호장비가 제공되지 않았고 이들이 감염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실제로 많은 의료진이 젊은 나이에 사망했고 동료를 잃은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다. 그 와중에 엄청나게 쏟아지는 환자를 돌보며 격무에 시달렸다. 이번 사태로 팬데믹 상황에서 의료진을 어떻게 보호하고, 위험도를 낮춰야 하는지 알게 된 건 성과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 공동 이사장과 기념촬영하고 있다.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 공동 이사장과 기념촬영하고 있다.대통령실사진기자단

 

방한 중 국회 연설, 윤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글로벌 보건 협력에서 한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한국은 굉장히 놀라운 국가다. 세계 10위 경제 대국으로, 우수한 인적 자원과 연구 역량을 갖췄다. 또 혁신 에너지로 대표되는 나라다. 이제 이런 국가 역량에 걸맞은 공적개발원조(ODA)에 나서주길 바란다. 글로벌 펀드(국제 공중보건을 위한 국제 단체)나 감염병대비혁신연합(CEPI·세피)에도 기금 출연을 늘려, 이 분야에 리더십을 발휘해주길 기대한다. 한국이 ODA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0.3%로 늘린다면 정말 큰 기여가 될 것이다(※현재 한국 ODA는 GDP의 0.16%). 또 게이츠재단은 결핵 백신 개발에 도전 중이다. 한국의 기술력과 전문성이 힘을 모아준다면 큰 도움이 될 거다. 이 일은 10년 프로젝트로, 자원과 재원뿐 아니라 엄청난 인내심·결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기적 같은 성과를 낼 것이다.”
 

세계적 부호이면서 팬데믹 해결에 관심을 쏟는 이유는?
“내가 항상 받는 질문은 ‘이토록 엄청난 부를 축적했는데 어디에, 어떻게 쓸 거냐’는 거다. 나 혼자는 물론 가족이 모두 써도 소진할 수 없는 규모다. 부모님, 그리고 전처 멀린다와 이 문제를 놓고 상의한 뒤 돈 쓸 곳을 찾기 위해 세계 이슈를 공부했다. 보건 분야도 그때 알았다. 말라리아로 사망하는 아이가 연간 80만 명이라는 사실을 알고, 3000만 달러(약 390억 원)을 기부했는데 그 분야에 내가 가장 큰 기부자가 됐더라. 백신 개발, 의약품 보급 등 어떤 것도 갖춰진 게 없었다. 모든 생명은 동등하게 귀중한 것 아닌가. 연구할수록 가난한 나라의 질병과 백신 개발에 더 몰입하게 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모든 게 더 분명해졌다. 이 같은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채비하는 데서 의의를 찾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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