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남부지법에서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을 마친 뒤 법원을 떠나기 위해 차에 타고 있다. 이날 이 전 대표 지지 당원들의 모임 '국민의힘 바로세우기'(국바세) 소속 1500여 명이 비슷한 취지로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도 같은 시각, 같은 법정에서 함께 심문이 진행됐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전 대표는 13일 회견에서 “이 새끼, 저 새끼 하는 사람을 대통령 만들기 위해 당대표로서 열심히 뛰어야 했다”며 윤 대통령이 사석에서 자신을 “이 새끼, 저 새끼”라고 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지난 15일 라디오에 출연해 “앞뒤가 다르면 그건 곤란하다”며 뒤에선 자신을 욕하는 윤 대통령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당내 인사한테 들었다. 정치권 출입하는 모든 기자가 다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했다.
그런데 반대로 이 대표도 사석에서 윤 대통령을 비하하는 표현을 썼다는 얘기도 있다. ‘이 새끼, 저 새끼 하는 사람을 대통령 만들기 위해 당대표로서 열심히 뛰어야 했던’ 대선 기간에도 마찬가지였다. 이 역시 당내 인사들에게 들을 수 있는 내용이었고, 정치권에 출입하는 많은 기자들도 알고 있는 내용이다.
대상은 윤 대통령뿐이 아니다. 이 전 대표는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던 2019년 사석에서 “X신”이라는 비속어를 써가며 안철수 현 국민의힘 의원을 비난했던 일도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5일 “‘안 의원이 이런 이런 정치적 선택을 하면 X신 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는데, 당시 발언은 이뿐만은 아니었다. 바른미래당 윤리위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안 의원을 겨냥해 “인간 수준이 안되는 것”이라고도 했다고 한다. 이 전 대표는 당시 “사석에서는 정치상황에 대해 어떤 대화든지 자유롭게 나눌 수 있다”고 항변했다.

지난 6월 14일 당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성남 분당갑 6.1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안철수 의원에게 꽃다발을 전달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하지만 이 전 대표 스스로도 선당후사라는 용어를 당 내 문제에서 사용했던 전력이 있다. 지난해 8월 부동산 관련 불법 의혹이 제기돼 제명 또는 탈당 요구 조치를 받은 6명의 의원을 향해 그 스스로가 선당후사를 강조했다. 그는 당시 “가장 중요한 것은 대선 승리를 위해 모두가 합심하는 것이고, 선당후사 정신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했다. 자신이 요청할 땐 ‘발휘해야할 정신’이었던 선당후사가 자신이 요청받을 땐 ‘근본 없는 용어’가 된 셈이다.
라디오에 출연한 이 전 대표는 지난 6월 자신과 윤석열 대통령의 독대를 대통령실이 거짓 해명했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그 과정을 “이준석 거짓말쟁이 만들기 위한 작전”이라고 비판했다. 그런데 그가 험하게 비난했던 대통령실과 마찬가지로 이 전 대표 본인도 주호영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의 회동에 대해 솔직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그는 16일 “주 위원장도 마찬가지지만 일부러 안 만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날인 15일 주 위원장과 만나 만찬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이 전 대표는 17일엔 “전혀 확인해줄 생각이 없다”고 표현이 바뀌었다.

지난 13일 당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에 대한 가처분 신청 등과 관련해 직접 입장을 밝힌 뒤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