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짓기 예능' 올해만 25개 쏟아졌다…예능은 왜 사랑에 빠졌나

기자
박건 기자 사진 박건 기자
 ‘남의 연애’는 한 집에서 생활하며 사랑을 찾으려는 6명의 남자들을 보여준다. 사진 웨이브

‘남의 연애’는 한 집에서 생활하며 사랑을 찾으려는 6명의 남자들을 보여준다. 사진 웨이브



25개. 올해 지상파 케이블 채널과 각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유튜브 등에서 방송됐거나 공개를 앞둔 연애 예능 프로그램의 숫자다. 일반인 출연자들이 한 공간에서 ‘썸’을 타며 커플로 맺어지는 과정을 그린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방송가에 쏟아지고 있다.  

연애 예능, 믿고 만드는 ‘가성비 상품’

일부 연애 예능은 높은 화제성으로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다. 헤어진 연인들이 모여 새 연애 상대를 찾는 ‘환승연애2’(티빙)는 5주째 티빙 오리지널 콘텐트 중 유료가입 기여자 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혼 경력이 있는 ‘돌싱’(돌아온 싱글)의 연애와 동거를 관찰하는 ‘돌싱글즈3’(MBN)는 지난 8일 자체 최고 시청률 5.3%(닐슨미디어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했다.

‘짝’(SBS)을 연출했던 남규홍 PD의 복귀작 ‘나는 솔로’(ENA플레이)는 최근 연애 예능 봇물 사태의 진원지다. 일반인 연애 예능의 원조로 불리는 ‘짝’은 리얼한 연출과 독특한 형식으로 인기를 끌다 출연자의 자살 사건이 일어나면서 2014년 갑작스럽게 종영한 프로그램이다. 이 사건으로 일반인 연애 예능은 한동안 명맥이 끊기기도 했다. 

지난해 7월 방송을 시작해 9기까지 방송된 ‘나는 솔로’는 ‘짝’과 유사한 형식이다. 출연자 일거수일투족은 화제가 된다. 최근 회차가 분당 최고 시청률 4.6%를 기록했으며, 과거 출연자의 시시콜콜한 근황을 소개하는 ‘나는 솔로 그 후, 사랑은 계속된다’라는 스핀오프 프로그램까지 등장했다. 

이처럼 연애 예능이 쏟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 관계자들은 장르의 높은 화제성과 함께 달라진 미디어 환경을 꼽는다. 프로그램을 만드는 제작사 입장에서 연애 예능은 비용 대비 수익이 높은 ‘가성비 상품’이기도 하다.


1년 넘게 방송 중인 '나는 솔로'는 일반인 연애 예능의 한 획을 그은 '짝' 남규홍 PD의 복귀작이다. 일반인 출연자의 여러 언행이 방송과 함께 화제가 된다. 사진 ENA플레이

1년 넘게 방송 중인 '나는 솔로'는 일반인 연애 예능의 한 획을 그은 '짝' 남규홍 PD의 복귀작이다. 일반인 출연자의 여러 언행이 방송과 함께 화제가 된다. 사진 ENA플레이

연애 예능 ‘썸핑’과 ‘홀인러브’ 등을 제작한 진문화 제이패밀리 대표 프로듀서는 “연예인이 출연하는 일반 예능은 개런티 때문에 제작비를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는데, 일반인 출연료는 이보다는 적어 일차적으로 제작비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광고주들이 연예인보다 일반인 인플루언서를 선호해 광고를 유치하기도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2022년 방송됐거나 공개가 예정된 연애 예능 목록.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2022년 방송됐거나 공개가 예정된 연애 예능 목록.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차별화 노리다 ‘무리수 설정’도 등장

모두 성공을 거두는 것은 물론 아니다. 비슷한 형식에 출연자만 바뀐 듯한 연애 예능 중 주목받지 못하고 종영하는 프로그램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독특한 설정을 내세워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으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연애 상대를 찾는 출연자들 사이에서 정체를 숨기고 상금을 노리는 ‘머니캐처’를 색출하는 ‘러브캐처 인 서울’(티빙), 남녀가 함께 골프를 치며 연애 감정을 키워가는 과정을 그린 ‘홀인러브’(웨이브), 국내 최초로 동성 연인 매칭을 다룬 ‘남의 연애’(웨이브) 등이다.

지난 12일 방송을 시작한 연애 예능 '썸핑' 포스터. 사진 웨이브

지난 12일 방송을 시작한 연애 예능 '썸핑' 포스터. 사진 웨이브

유튜버도 채널 콘셉트를 접목한 연애 예능 제작에 나섰다. 구독자 114만명을 보유한 헬스 유튜버 ‘핏블리’는 지난 1월 CJ ENM, 샌드위치 브랜드 써브웨이와 협업해 헬스인들이 출연하는 연애 예능 ‘러브웨이’를 선보였다. 연세대와 고려대 재학생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연고티비’는 지난 6월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스카이’ 재학생들이 연애 상대를 찾는 과정을 담은 ‘러브 인 스카이’를 공개했다.

헬스 유튜버 '핏블리'가 CJ ENM, 써브웨이와 함께 제작한 연애 예능 '러브웨이'. 사진 유튜브 '핏블리'

헬스 유튜버 '핏블리'가 CJ ENM, 써브웨이와 함께 제작한 연애 예능 '러브웨이'. 사진 유튜브 '핏블리'

이 과정에서 일부 프로그램은 관심을 끌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쿠팡플레이가 올 하반기 공개를 예고한 ‘체인리액션’은 사이판에 모인 남녀 8명이 체인으로 묶여 240시간을 같이 보낸다는 설정이다. 이러한 내용이 공개되자 신체 자유를 제한하는 설정이 지나치게 자극적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리얼리티 쇼 자체가 하나의 트렌드가 된 상황에서 시청자들이 비슷한 형식의 프로그램을 자주 접하면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며 “제작자들이 새로운 형식을 찾는 과정에서 부자연스러운 설정을 넣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