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익명을 요구한 트럼프 전 대통령 관계자들은 WP에 “8일 이후 이틀 동안 각각 100만달러를 모은 뒤, 하루 평균 후원금 규모가 기존 20만 달러에서 30만 달러로 급증했다”며 “기부자 수와 1인당 기부액수 모두 늘었다”고 말했다.
WP는 “후원금 급증은 미 법무부의 수사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정치적 이익을 가져다 주고 있다는 구체적 신호”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선 FBI가 매우 적절한 시점에 압수수색을 벌였다고 여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는 퇴임 후 결성한 ‘세이브 아메리카’(미국을 구하자)라는 후원단체를 통해 정치 자금을 모으고 있다. 사진 세이브 아메리카 홈페이지 캡처
FBI 압수수색은 반전의 계기가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압수수색 직후 100통 이상의 e메일을 지지자들에게 보내 후원을 호소했다. 그는 호소 메일에서 “그들이 내 집을 침입했다”거나 “그들이 당신을 추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화당과 나를 다시 멈춰 세우려 한다” “정치 박해, 마녀사냥은 폭로되고 중단돼야만 한다”는 등의 내용도 있다. 제시카 볼드윈 필리피 포드햄대 교수는 “트럼프에겐 분노에 따라 움직이는 헌신적인 지지자들이 있다”며 “자신이 위협을 당하는 상황은 트럼프에겐 큰 수익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별장 인근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FBI의 압수수색을 규탄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차기 대선 출마를 지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AFP=연합뉴스
공화당 소속의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은 “당 지지층에서는 트럼프는 절대 안 된다는 이들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모두가 ‘FBI는 부패했다’고 간주하고 트럼프가 박해당한다고 여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추세가 유지되면, 당에서 트럼프 경쟁자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일 미연방수사국(FBI)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별장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를 압수수색한 뒤 별장 앞을 지키는 경찰 차량. UPI=연합뉴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영상 공개로 인한 역풍도 우려한다. FBI 요원이 압수물품을 가져가는 모습이 사람들에게 ‘트럼프=범죄자’란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어서다. CNN은 “트럼프의 변호사가 FBI의 압수수색 영장에 순순히 서명하는 장면이 공개되면 FBI가 압수수색을 통해 증거를 조작했다는 트럼프의 주장이 거짓임이 드러날 수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백악관 법률고문을 지낸 타이 콥은 “영상은 공개되면 위력을 잃는다”며 “트럼프는 영상의 존재를 (정치적) 레버리지로 활용하고 실제론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