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 언제 멈출지 모른다?…물가와 경기 사이, ‘매둘기’ 된 Fed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AFP=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AFP=연합뉴스]

물가와 경기 사이에서 줄타기 중인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매둘기(매+비둘기)'가 됐다. 물가를 잡을 때까지 긴축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지만, 경기 침체 우려 속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내비친 것이다.  

17일(현지시간) 공개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엔 Fed의 복잡한 심경이 담겼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FOMC 회의 참석자들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라는 두 가지 상반되는 위험을 두고서 언제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춰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매(통화 긴축)와 비둘기(통화 완화)가 함께 보인 이유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2.25~2.5%다. 의사록에 따르면 FOMC 위원들이 추정한 중립금리는 2.25~2.5%다. 지난 3월부터 긴축의 가속 페달을 밟은 Fed가 현재 서 있는 지점이다. 중립금리는 경제가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없이 잠재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는 금리 수준이다. 

이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물가와 경기 사이에 무게 중심은 기울게 된다. 이후의 추가 금리 인상이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경기 위축을 야기할 수 있는 그야말로 '진짜 긴축'이 시작되는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Fed는 일단 물가에 우선순위를 뒀다. 회의록에 따르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진정되고 있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며 “물가상승률이 계속 목표치(2%)를 훨씬 넘고 있어 경기 제약적인 정책 스탠스로 가는 것이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이라는 FOMC의 의무를 달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물가가 잡힐 때까지 기준금리를 높이겠다는 의미다. 


일부 위원들은 “기준금리가 충분히 제약적인(높은) 수준에 도달한다면 물가상승률이 2%로 확실하게 되돌아오는 경로에 접어들 때까지 그 정도(현재의 긴축) 수준의 금리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더 많은 금리 인상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강경한 목소리에는 기대 인플레이션을 잡지 않으면 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Fed는 “시장이 FOMC의 긴축 의지를 의심하기 시작하면 높아진 물가가 고착화할 수 있다”며 “이 위험이 현실화하면 물가상승률을 2%로 되돌리는 작업은 복잡해지고 중대한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11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하기엔 너무 이르다”며 “3회 연속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의사록에는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와 경계도 곳곳에 담겼다. 위원들은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상반기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며 “누적된 통화정책 조정이 경제 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해 일정 시점에는 기준금리 인상의 속도를 늦추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FOMC가 물가를 잡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긴축할 위험이 있다"는 문구도 포함됐다. 

Fed는 긴축과 관련해 구체적인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 안내)를 내놓지는 않았다. 다만 "정책 결정 전에 데이터를 면밀하게 관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WSJ은 "Fed도 인플레이션 예측에 자신감이 없어 언제 금리 인상을 멈춰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국제 유가 하락으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전년동월대비)이 8.5%를 기록하며 물가 상승 압력이 약간 둔화하며 정점 통과(피크 아웃) 가능성도 부각되며 물가에 대한 Fed의 부담이 다소 줄어들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시장은 일단 다음 달 Fed가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카고상업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18일 오후 4시 기준 다음 달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 확률은 59%다.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을 밟을 확률은 37.5%로 예상했다. 

매와 비둘기를 오가는 Fed의 어정쩡한 태도에 시장도 흔들렸다. FOMC 회의록 공개 뒤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0.5%)와 나스닥(-1.25%), S&P500(-0.72%) 지수는 모두 하락했다. 18일 코스피 지수도 전날보다 0.33% 하락한 2508.05에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