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 정부의 '해체' 압박에 종로서 쫓겨온 한옥…우이동 별장

[퍼즐] 박나니의 한옥 이야기(2)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옥에 대한 관심이 새롭게 일고 있다. 회색빛 바다와도 같은 폐쇄적이고 획일적인 콘크리트 아파트 단지에서 자라난 젊은 세대가 이런 주거 방식에 싫증을 느낀 나머지 훨씬 더 개방적이고 다양한 모습을 지닌 우리의 전통 한옥에 시선을 돌리게 된 것이다. 전통적이라고는 하나 요즘 한옥은 한옥의 외관은 유지하되 내부는 현대적인 생활방식에 맞춰 변한 한옥이 많다. 한옥 이야기는 지난 2019년 발간된 책『한옥』에서 다루고 있는 한옥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우이동 별장 

분위기 있는 다이닝룸은 한때 마당이었던 자리에 지어졌다. 채광창으로 풍부하게 햇살을 잡아내는 이 아름다운 방에서 가장 눈에 띄는 요소는 스웨덴 출신 집주인이 가보로 물려받은 샹들리에다. [사진 이종근]

분위기 있는 다이닝룸은 한때 마당이었던 자리에 지어졌다. 채광창으로 풍부하게 햇살을 잡아내는 이 아름다운 방에서 가장 눈에 띄는 요소는 스웨덴 출신 집주인이 가보로 물려받은 샹들리에다. [사진 이종근]

 
1950년대에 서울 종로에서 우이동으로 이전한 우이동 별장은 19세기 말 전통 한옥단지만의 특색을 찾아볼 수 있는 보기 드문 건축물이다. 사유지 내에서도 가장 웅장한 건축물인 별장은 외곽 지역에 위치한 단지 내 여러 한옥과는 달리 가장 중심적인 자리에 있다.

 
193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지어진 많은 한옥과 마찬가지로 우이동 별장은 담장과 이를 관통하는 여러 개의 출입구를 갖추고 있다. 담장을 통과해 별장 내부로 들어가면 다른 보급형 생활한옥에 비해 월등히 넓은 거실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도심형 한옥보다 압도적으로 넓고 높은 칸으로 이루어져 있는 거실은 견고하고 우람한 대들보와 서까래가 돋보이는데, 이로 인하여 완성되는 천장의 놀라운 높이는 거실 전체에 웅장함을 선사한다.

서구적인 느낌의 응접실은 아름다운 서양식 가구와 한옥 특유의 단아함이 어우러지는 곳이다. 무거운 기와를 지탱하는 서까래와 대들보의 조화는 언제 보아도 더없이 사랑스럽다. 드높은 천장은 빛을 부드럽게 투과시키는 창호로 완성되어 햇살을 풍요롭게 방으로 인도해준다. [사진 이종근]

서구적인 느낌의 응접실은 아름다운 서양식 가구와 한옥 특유의 단아함이 어우러지는 곳이다. 무거운 기와를 지탱하는 서까래와 대들보의 조화는 언제 보아도 더없이 사랑스럽다. 드높은 천장은 빛을 부드럽게 투과시키는 창호로 완성되어 햇살을 풍요롭게 방으로 인도해준다. [사진 이종근]

 
넓은 거실에서 한 발짝 더 들어가 보면 서구적인 느낌을 주는 식사 공간이 보인다. 이는 집주인들이 거실과 부엌 사이를 긴밀하게 활용하기 위해 안뜰을 변형시켜 만든 공간이다. 

우이동 별장의 현 소유주는 스웨덴 여성분으로 4세대에 걸쳐 이 저택을 소유해왔던 가문의 남편과 백년가약을 맺었다. 1960년대 초반에 한국에 들어온 후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두 세대를 이 집안에서 길러낸 분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오래 사신 것은 물론이고 한국 문화에 대해 지속적인 애정을 가졌던 집주인의 성향을 반영하듯 안채 내부는 전통 한국 미술품과 가구들로 채워져 있다. 또한 친정 집안의 가보로서 식탁 위를 아름다운 빛으로 수놓는 샹들리에가 보여주듯이 우이동 별장은 한국 문화와 스웨덴 문화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장소이다.


서구적 형태의 응접실 옆에는 한국의 전통적인 느낌을 물씬 자아내는 안방이 있다. 병풍과 황동 장식으로 꾸며진 함들, 비단으로 만들어진 방석들이 가득한 안방은 응접실과는 대조적인 전통미로 빛난다. 침대 뒤 미닫이문은 수납 공간 및 거대한 다락방으로 연결된 계단으로 이어진다. [사진 이종근]

서구적 형태의 응접실 옆에는 한국의 전통적인 느낌을 물씬 자아내는 안방이 있다. 병풍과 황동 장식으로 꾸며진 함들, 비단으로 만들어진 방석들이 가득한 안방은 응접실과는 대조적인 전통미로 빛난다. 침대 뒤 미닫이문은 수납 공간 및 거대한 다락방으로 연결된 계단으로 이어진다. [사진 이종근]

온돌로 난방이 되는 옻칠 바닥은 고풍스러운 가구들과 편안한 조화를 이룬다. [사진 이종근]

온돌로 난방이 되는 옻칠 바닥은 고풍스러운 가구들과 편안한 조화를 이룬다. [사진 이종근]

 
1950년대 중반, 대형 한옥단지 소유주들은 보급형 생활한옥 개발 정책의 일환으로 대형 주택을 해체하라는 정부의 압박에 시달려야 했다. 우이동 별장의 집주인들은 그에 대응해 빠르게 쇠퇴해가는 한국 전통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종로에 자리 잡고 있던 자신들의 고택을 한적한 서울 외곽의 우이동으로 이전했다. 새로운 부지에 기존의 한옥단지를 재건하겠다는 그들의 결단은 당대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선구적인 결정이었다. 또한 당대까지 이어진 우이동 별장의 우아하고 고상한 자태는 집주인들의 비범한 관심과 애정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다이닝룸 또한 거실과 마찬가지로 한국 고가구들과 공예품들이 서구식 테이블 세팅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사진 이종근]

다이닝룸 또한 거실과 마찬가지로 한국 고가구들과 공예품들이 서구식 테이블 세팅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사진 이종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