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수당 30만원 준다는데…부모들은 '손주병' 걱정한다, 왜

“부모님 용돈 더 드리는 셈이다.” vs. “황혼육아 장려 정책 아니냐.”

서울시가 아이를 돌봐주는 조부모 등 친인척에게 돌봄수당을 주기로 하면서 유아 자녀를 둔 부모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서울시는 18일 ‘엄마아빠 행복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돌봄수당 정책을 내놨다. 0~3세 손주·손녀나 조카를 돌보는 조부모 등 4촌 이내 친인척에게 최대 1년간 돌봄수당으로 매월 30만원을 주는 게 골자다. 아이가 두 명일 땐 월 45만원, 세 명일 땐 월 60만원을 받는다. 중위소득 150% 이하인 경우만 받을 수 있다. 친인척이 서울 외 지역에 살더라도 아이 부모가 서울에 거주하면 지원할 수 있다. 다만 부모 중 한 명만 서울에 사는 경우에 대해서는 아직 방침을 정하지 못했다.

어린이들이 경기 부천시 중동센트럴파크 어린이집에서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 착용 교육을 받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뉴스1

어린이들이 경기 부천시 중동센트럴파크 어린이집에서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 착용 교육을 받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뉴스1

 
돌봄수당에 찬성하는 부모들은 “이미 조부모 용돈 드리고 있는데 이왕 더 드리면 좋지 않겠냐”며 반겼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이모(33)씨 부부는 맞벌이를 해 늘 육아에 쫓긴다. 평일에는 3살 딸을 차로 30분 거리인 친정 집으로 보낸다. 정오쯤 어린이집에서 아이 픽업도 해야 하고, 빈 시간에 아이를 둘 곳도 마땅찮기 때문이다. 이씨는 “늘 죄송한 마음인데, 돈이라도 더 드릴 수 있으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2살 딸을 키우는 한부모 가정의 김모(35)씨도 “부모님이 없으면 일을 나갈 수가 없다”며 “매달 70만원씩 용돈을 드리고 있는데, 더 드릴 수 있으면 좋다”고 했다.

반대하는 부모들은 황혼 육아를 부추긴다고 아우성이다. 8개월 아들을 키우는 박모(32)씨는 “벌써부터 양가 부모님들한테서 정책에 대해 들으시곤 ‘남에게 맡기느니 우리가 키우고 돈도 받는 게 좋지 않으냐’는 말씀을 하신다”며 “시어머니께서 아이를 보다 허리를 다치셔서 가뜩이나 죄송한 마음인데, 그런 말까지 나오니 거절하고 싶다”고 말했다. 1살 딸이 있는 이모(34)씨는 “굳이 몸도 좋지 않은 어른들께 육아를 부탁드리고 싶지 않은데, ‘황혼 육아’를 독려하는 정책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동 돌봄은 상당 부분 가족에게 의존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2018년 보육실태조사에 따르면 개인 양육 지원을 받는 사람 중 조부모(83.6%)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높았다. 특히 자식과 따로 사는 비동거 외조부모(48.2%)가 손주를 돌보는 경우가 많았다. 조부모들은 무거운 손주를 들어 올리다 손목터널증후군, 허리디스크와 같은 ‘손주병’에 시달린다고 한다.

“가족보다 사회에서 돌볼 수 있게 해야”

오세훈 서울시장이 18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육아 걱정 없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엄마아빠 행복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오세훈 서울시장이 18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육아 걱정 없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엄마아빠 행복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현금성 지원보다는 부모들이 가족에 기대지 않고 자녀를 돌볼 수 있는 정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막 돌 지난 딸을 키우면서 육아휴직 중인 박모(34)씨는 “일찍 퇴근해서 내 애를 내가 돌보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라며 “제도적으로 부모들이 유연근무제나 근로시간 단축제를 편히 쓸 수 있게 하는 것은 어려우니, 돈으로 쉽게 해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돌봄수당을 비판했다.

국공립 어린이집과 같은 돌봄 관련 기관의 수를 늘리거나, 운영시간을 확대하는 게 우선이라는 의견도 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가 돌봄 정책을 어떤 방향으로 만들 것인지, 가족 내 돌봄이 옳은 방식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등 사회 내에서 안전한 돌봄이 가능한 인프라를 만드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돌봄수당은 서울시 외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되고 있는 정책이다. 광주광역시와 서울 서초구에서 조부모를 대상으로 손주 돌봄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광주광역시는 월 10만~25만원, 서초구는 최대 월 30만원(40시간 기준)의 수당을 준다. 서울시의 돌봄수당은 조부모 외 친인척까지 범위를 넓혔다는 것이 특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초구에서 돌봄수당을 받고 있다면 서울시에서 제공하는 것은 중복으로 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