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있다. 김경록 기자
민주당, ‘감사원 통제법’ 당론 추진… 최재형 “감사원 죽이기”
국민의힘은 “감사완박(감사원 독립성 완전 박탈)”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회 다수당이라는 것을 무기로 자신들의 입맛에만 맞는 감사만 진행하라는 소위 ‘감사완박’을 꾀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감사원장 출신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도 “공무원에 대한 특별감찰이라는 감사원의 중요한 기능을 거대 야당의 통제 안에 두려는 감사원 죽이기 법안”이라며 “헌법 파괴적인 폭거를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은 15일 민주당의 감사원법 개정안을 "감사원 중요 기능을 거대 야당의 통제 안에 두려는 감사원 죽이기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사진은 지난 5일 국회에서 비공개 혁신위원회에 참석하는 모습. 김경록 기자
민주당은 감사원 통제 법안을 당론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15일 중앙일보에 보낸 문자메시지 답변에서 “감사원법 개정안은 당론 절차를 거치진 않았으나, 민주당 원내지도부와 상의해 제출된 법안”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최근 일부 감사원 감사는) 표적 감사가 명백하지 않으냐”며 “조만간 의원총회에서 보고한 뒤 당론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달 말 법에 어긋나는 시행령의 효력을 60일간 정지할 수 있도록 한 '시행령 통제법'을 발의했다. 사진은 지난달 29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는 모습. 김성룡 기자
‘시행령 통제법’엔 김병기 수석사무부총장, 김승원 법률위원장 등 친(親)이재명계 의원들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해 힘을 실었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정기국회에서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이나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같은 시행령 통치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며 관련 법 개정 추진을 시사했다.
전문가들 “통제법은 위헌”…이재명 “51% 찬성하면 추진해야”
장영수(헌법학) 고려대 교수도 “국회가 행정부 내부 감찰에 직접 관여하고 승인을 받으라고 하는 건 그 자체로 권력분립에 반할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원하는 법안을 골라 다수결로 밀어붙이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신율(정치학) 명지대 교수는 “다수결이라는 게 민주주의 수단일 뿐 가치가 될 수 없는데, 민주당이 이를 혼동하고 있다”며 “민주당이 그간 입법 과정에서 이견을 억압하고 밀어붙였던 태도를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법무부와 여성가족부를 세종시로 옮기는 특별법을 발의했는데, 이를 두고 국회 입법예고 홈페이지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겨냥한 유배법이냐”는 취지의 반대 의견이 쇄도하기도 했다.
당내에선 “감사원·시행령 통제법을 발의하더라도 갈등만 커질 뿐 실제 통과가 불가능할 것”이란 회의론도 적지 않다. 민주당의 한 보좌관은 “두 법이 심사될 법사위·운영위 모두 국민의힘이 위원장이어서 상정하지 않으면 논의할 방법조차 없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의 의원들 사이에선 “결국 입법 강행을 시도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안 되더라도 밀어붙여야 감사원의 표적 감사와 윤석열 정부의 불법 시행령 정치를 쟁점으로 만들 수 있다”(민주당 수도권 의원)는 이유에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며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우상조 기자.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 13일 원내지도부와 저녁식사 자리에서 민생입법 과제를 언급하며 “100% 국민이 만족할 만한 정책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51%라도 찬성하는 일을 하면 우리는 성공한 것이고, 60%가 찬성하면 더 좋다”며 “적극적인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숫적 우세를 활용한 입법 폭주' 가능성을 열어놓은 발언이라는 지적에 이 대표 측 관계자는 “평소 이 대표는 때로 손해가 있더라도 필요하면 주어진 권한을 과감하게 행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