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농해수위 소위에서 '쌀 의무 매입' 양곡관리법 일방 통과

 

더불어민주당이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게 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15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위원회에서 국민의힘 동의 없이 통과시켰다.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이 절차상 문제를 제기했지만, 김승남 소위 위원장(민주당)은 표결로 처리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논의한 첫 회의였는데 곧바로 처리된 것이다. 국민의힘은 즉각 “날치기”라고 반발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초과 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쌀 가격이 5% 넘게 떨어지면 정부가 의무적으로 초과 생산된 쌀을 매입(시장격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법은 매입 기준이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고, 매입도 의무규정이 아니라 ‘매입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으로 돼 있다. 최근 쌀값이 폭락하자 농민들은 양곡관리법 개정을 요구해왔다.

민주당은 쌀값 폭락 상황을 고려할 때 시급성이 중요해 소위에서 법안을 처리했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통화에서 “지금 나오고 있는 신곡(新穀) 가격도 떨어지고 있는데, 본격적인 벼 수확철이 되면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법안을 빨리 처리하지 않으면 농민 피해가 커져 소위에서 표결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27일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 전라북도연합회 관계자들이 14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청 앞에서 전북후계농업경연인 시군대표자 결의대회를 열고 쌀·농축산물 가격보장 및 양곡관리법 개정 촉구 삭발식을 하고 있다. 뉴스1

한국후계농업경영인 전라북도연합회 관계자들이 14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청 앞에서 전북후계농업경연인 시군대표자 결의대회를 열고 쌀·농축산물 가격보장 및 양곡관리법 개정 촉구 삭발식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에 농해수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회 소통관에서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이 날치기 처리한 양곡관리법은 정부의 쌀 자동시장격리 의무화를 담은 법으로,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한 법안”이라며 “불법 날치기 처리는 그간 농해수위에서는 단 한번도 없었던 일”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기자회견장으로 가는 길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신정훈 민주당 의원과 마주치고 말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국민의힘도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취지에는 동의한다. 다만 예산이 들어가는 법률 개정인만큼 충분한 검토를 하자는 입장이다. 농해수위 여당 간사인 이양수 의원은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가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했으니 그 내용을 보고 충분하면 법을 개정 안 해도 되고, 부족하면 그 때 가서 개정안 검토를 해도 된다. 그런데 민주당 논의도 하지 않고 날치기를 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특히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지시 아래 민주당이 일사불란하게 법안을 처리했다고 보고 있다. 이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가) 지금 있는 (쌀 매입) 예산도 집행하지 않고 농민과 농촌이 죽어가는 걸 방치하는 데 약간의 의도가 있어 보인다”며 “물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쌀값 폭락을 방치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날 농해수위 소위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법안 처리를 강행하자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양곡관리법을 본회의에서도 반드시 통과시켜, 쌀값에 대한 국가의 보호를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오후 7시 전주 전북도청에서 연 타운홀 미팅에서 “최소한의 기본적인 소득이 보장돼서 걱정하지 않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농업, 농촌”이라며 “국민의힘은 생각이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행보가 호남 민심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농해수위 소속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표가 얘기하니 밑에 있는 의원 몇 사람이 ‘이재명 졸개’가 된 것”이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