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대법정에 배석해 있다. 뉴스1
대법원 통계상 대법관 1명이 연간 4000건가량의 주심 사건을 맡고, 본인이 주심이 아닌 사건까지 약 1만 6000건을 담당해 심층 심리가 어렵다는 지적은 계속됐다. 이에 대법원은 지난 6월부터 실무추진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각종 개선 방안을 논의했고, 상고심사제와 대법관 증원 방안을 마련했다.
대법관의 수는 2007년 말부터 현재 14명으로 유지돼 왔다.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뺀 12명이 소부 3곳에 4명씩 배치돼 사건을 심리하고 있다. TF는 대법관 4명을 충원해 1개의 소부를 추가로 구성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다만 4명의 대법관을 한 번에 늘릴 경우 법 개정 당시의 대통령이 4명을 한 번에 임명해 정치적인 논란이 생길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해 6년에 걸쳐 순차로 증원하는 방안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상고된 사건들을 미리 걸러, 보다 중요한 사건에 심리를 집중하는 상고심사제 도입도 검토한다. 본안 심사 전에 적법한 상고이유가 포함돼있는지를 심사해 이에 해당하지 않으면 상고 기각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상고심은 법률심인 만큼, 대법원은 통일된 법령 해석이나 법적 기준 제시가 필요한 사건을 집중적으로 처리하는 본래의 기능을 수행하겠다는 취지다. 구체적인 심사 기준은 사법부 내부 의견 수렴을 거친 뒤 확정될 전망이다.
상고이유서를 대법원이 아닌 원심법원(2심을 맡은 지방법원이나 고등법원)이 받는 안도 논의된다. 현재는 상고장만 원심법원이 받고 대법원이 상고이유서를 받아 검토하고 있는데, 사건 적체가 심해 빠른 심리가 불가능하다는 문제가 지적됐다. 이번 안은 원심법원이 상고이유서를 받게 하고, 제출 기한 준수 여부를 심사하도록 역할을 나눴다. 사건 당사자가 60일 시한 안에 상고이유서를 내지 못하면 원심법원이 상고를 각하(민사)하거나 기각(형사)하는 것이다.
만약 상고심사제가 도입되면 현행 심리불속행 제도는 폐지된다. 대법원은 형사를 제외한 민사·가사·행정·특허 분야 상고사건에서 상고이유가 헌법과 법률, 대법원 판례 위반이나 중대한 법령 위반에 관한 사항 등을 포함하지 않은 경우 더 심리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심리불속행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민사 상고사건 등의 약 80%는 심리불속행 기각되면서 국민의 재판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