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자 80만7000명 늘었지만…정부 “향후 고용 둔화 전망”

8월 취업자가 80만명 넘게 늘며 증가세를 이어갔다. 고용률은 최고, 실업률은 최저 수준을 기록하며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흐름은 점점 둔해지고 있다. 물가가 치솟고 금리도 계속 오르면서 기업이 고용을 유지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는 여파로 분석된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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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16일 발표한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취업자는 2841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80만7000명 증가했다. 같은 8월을 기준으로 봤을 때 지난 2000년 84만8000명이 증가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15세 이상 고용률은 62.8%로 1년 전보다 1.6%포인트 상승했다. 1982년 통계를 작성한 이래 같은 달 기준으로 가장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 기준인 15~64세 고용률은 68.9%에 이른다.

반대로 실업률은 2.1%로 전년 동월보다 0.5%포인트 하락했다. 실업률 역시 역대 최저치다.

주요 지표는 고용시장의 호조를 가리키고 있지만, 상황은 조금씩 어려워지고 있다. 취업자 수는 지난 5월 전년 대비 93만5000명 증가한 이후 6월엔 84만1000명, 7월 82만6000명으로 석 달째 증가폭이 점점 줄어드는 중이다.


문제는 앞으로 이 증가폭 둔화가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이날 비상경제회의를 열고 “대외 여건 악화, 고물가・금리 인상에 따른 소비 위축 등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어서 향후 고용지표는 서서히 증가폭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지적했다. 공미숙 통계청 사회통계국장도 “고용 증가 수준은 높으나 증가세는 둔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부분의 업종에서 취업자가 늘었지만, 자영업자가 많은 도·소매업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1만4000명 감소했다. 협회·단체, 수리·기타 개인 서비스업 취업자도 3만9000명 줄었다.

지난달에는 집중호우의 영향으로 건설업 취업자가 2만2000명 감소했다. 건설업 취업자가 줄어든 것은 지난해 1월 이후 19개월 만이다.

제조업 취업자는 전년보다 24만명 증가하며 전반적인 취업자 증가를 견인했다. 수출이 증가하며 기계, 전기장비, 식료품 제조업 등의 취업자가 늘어나면서다. 그러나 최근 수출 증가세도 둔화하고 있다는 점은 걱정거리다. 계속되는 고물가와 이에 대응하기 위한 금리 인상 기조도 산업 경기에 부담을 더할 수밖에 없다.

제조업 외에는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과 농림어업의 취업자 증가가 두드러진 모습이다. 특히 지난달 농림어업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9만명 증가했다. 통계청은 “일상 회복이 되면서 숙박·음식점업이 잘 되고 있는 데 따라 식자재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농번기에는 외국인 계절근로자도 증가했다”며 “고령자는 농림어업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 인구가 점점 고령화되는 영향이 취업자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고용시장뿐 아니라 경기 전반의 악화를 내다보고 있다. 기재부는 이날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을 통해 “최근 한국 경제는 대외 요인 등으로 높은 수준의 물가가 지속되고, 경제 심리도 일부 영향을 받는 가운데 향후 수출 회복세 약화 등 경기 둔화가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국의 금리 인상 가속화 기조, 중국 봉쇄조치, 에너지 수급 불확실성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과 세계 경제의 하방 위험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