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일 서울 시내 주택가의 전기 계량기 모습. 연합뉴스
이창양 장관은 2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공급 측면에 초점을 맞췄던 에너지 정책 방향이 '공급 약화, 수요 강조'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에너지 사용을 줄이기 위한 전기·가스 요금 인상에 방점을 찍었다. 에너지발(發) 수입액 급증에 따른 무역수지 악화, 한전 등 에너지 공기업 적자 누적이 심각하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추운 겨울에 대비한 각국의 에너지 확보 경쟁이 치열해진다는 위기의식이 깔렸다.
이창양 장관은 "한국은 에너지 다소비 구조가 정착된 데다 소비 효율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최하위권에 속한다. 이대로면 경제적 리스크가 상당히 크다"고 밝혔다. 이어 "원가 이하 전기를 오래 공급해온 구조는 개선해나가야 한다"면서 "특히 시장에 '가격 시그널'을 줘야만 기업과 가정 모두 (전력 사용을) 효율화할 기회를 줄 수 있다. 지금은 한계 상황이라고 봐야 하는 만큼 가격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창양 장관은 "대용량 사업자들은 전기를 워낙 많이 쓰고 그동안 혜택도 많이 받았다. 수요 효율화 여력이 있는 데다 효율화에 따른 효과도 큰 영역"이라면서 "(인상) 시기나 요율은 기획재정부 등과 협의 중이지만, 9월 말 결정해서 4분기 적용하는 스케줄에 맞춰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날 오후 에너지 위기 대응을 위한 10대 그룹 간담회도 주재했다. 에너지 소비가 많은 대기업 사장단을 만나 산업용 전기료 인상 등 수요 감축 필요성을 직접 당부하겠다는 목적이 담겼다. 그는 "금번 위기가 상당 기간 지속될 우려가 있는 만큼, 에너지 가격 기능 회복과 함께 고효율 구조로의 변화가 필요한 때"라면서 "에너지 절감 효과가 큰 대용량 사용자 중심으로 우선적인 요금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각 기업이 에너지 사용 실태를 점검하고 절약에 적극 참여해줄 것도 부탁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0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산업부는 대국민 에너지 절약 캠페인 강화, 관광지 외부 조명 조기 소등 등의 대책도 검토하고 있다. 정부와 공공기관은 올겨울 에너지 사용량 10% 절감을 목표로 난방 온도 제한 등 자체적인 에너지 절약에 나설 예정이다. 또한 가스공사는 22일 도시가스 사용량 감축과 캐시백 지급을 연동한 수요절감 프로그램을 10월부터 조기 시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창의융합대학장은 "올겨울 한국과 계약된 가스 물량 등이 다른 국가로 갈 수도 있어 국내 에너지 공급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 한전 적자도 조금이라도 줄여야 전력 설비 투자 등 공급의 안정성을 지킨다"면서 "지금은 에너지 수요 효율화로 갈 수밖에 없다. 산업용 전기료 인상을 포함해 요금 인상 폭을 늘려야 에너지 수요를 줄이자는 신호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