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700억 줬는데…리턴기업 66% 사업 시작도 안했다

양향자 국민의힘 반도체특위원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미국 공급망 재편전략과 한국의 대응 전문가 간담회'에서 '미국 주도 공급망 재편전략과 한국의 과제'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양향자 국민의힘 반도체특위원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미국 공급망 재편전략과 한국의 대응 전문가 간담회'에서 '미국 주도 공급망 재편전략과 한국의 과제'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2013년 11월 ‘해외진출기업의 국내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유턴법)을 시행한 뒤 국내에 돌아온 업체 가운데 66%가 아직 공장 가동을 착수하지 못했거나, 매출이 파악되지 않는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2일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리쇼어링(해외이전 기업의 국내 복귀) 기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2년 9월까지 국내복귀 기업(유턴 기업)으로 선정돼 각종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받게 된 기업 121개 중 총 80개 기업(조업 미개시 72곳·매출 확인 불가 8곳)이 사실상 실적이 전무한 상태다.

지난 2월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해외로 진출한 국내 제조 기업의 4.6%만 국내로 복귀하더라도 신규 일자리 8만6000개가 창출되고 국내총생산(GDP)은 11조4000억원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아직까진 리쇼어링 실적은 미미한 셈이다.

특히 유턴 기업에 지급된 전체 투자보조금(1721억원) 가운데 63%(1079억원)가량이 여전히 사업을 개시하지 못한 기업으로 빨려 들어간 것으로 집계됐다. 양 의원 자료에 따르면, 중국 소재 A 중소기업은 2020년 유턴 기업으로 선정되며 124억원의 투자보조금을 수령했지만 아직도 조업 준비 상태에 머물고 있다.

정부가 2018년 11월 정부보조금 등 인센티브 강화를 골자로 한 유턴 기업 종합대책을 발표한 이후 유턴 기업 규모는 계속 늘고 있지만, 정작 ‘깨진 독에 물 붓기’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에 대해 양 의원은 정부 차원의 리쇼어링 기업 관리·감독 부실을 문제점으로 지목했다. 유턴법 상 유턴 기업은 정부 선정 뒤 5년 이내 사업을 개시해야 한다. 그러나 기업 사정을 참작해 청문 절차를 거치면, 매 1년 단위로 시한을 연기할 수 있어 이를 악용하는 기업이 많다는 것이다.

양 의원은 “코로나19 이후 세계적으로 리쇼어링 정책이 강화되면서 미국은 법인세 인하 등 과감한 유인책으로 2020년 한해에만 1480개 이상의 기업이 복귀했고, 일본도 과감한 사업 보조금 지원 정책으로 해외 생산 기업 중 약 14%가 일본으로 생산 거점을 옮겼다”며 “반면 우리는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는데도 국내 복귀 기업들의 관리·감독은 커녕 실태조사 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기업 하기 좋은 환경’ 조성이 먼저라는 의견도 나온다. 정부가 파격 혜택을 약속해놓고 막상 기업들이 돌아오면 온갖 까다로운 규제를 내걸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27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해외 진출 기업 306곳을 대상으로 리쇼어링 의사를 물은 결과, 93.5%는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리쇼어링에 부정적인 이유로 ▶주 52시간제 ▶높은 임금 ▶해고의 어려움 등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