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돼지" 발언 세진 유승민…당내선 반발도 나와

“이 나라를 위해서 제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꼭 하겠습니다. 할 말이 있으면 꼭 하겠습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지난 달 29일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경북대에서 강연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내놓은 이 발언이 당내에 파장을 낳고 있다. 유 전 의원은 6ㆍ1 지방선거 이후 잠행을 이어오다가 최근 들어 정치 메시지를 연달아 내며 움직임이 커졌다.

유 전 의원이 지난 달 페이스북에 올린 메시지 가운데 9건이 정치 현안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윤석열 정부의 경제ㆍ사회ㆍ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뤘는데, 최근에는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이른바 ‘비속어 논란’과 관련해 야당 못지 않게 윤 대통령에게 맹공을 퍼붓고 있다.

지난 달 22일에는 “윤 대통령님, 정신 차리시라. 부끄러움은 정녕 국민들의 몫인가”라고 썼고, 같은 달 25일에도 “막말보다 더 나쁜 게 거짓말”이라며 “‘벌거벗은 임금님’은 조롱의 대상이 될 뿐”이라고 비판했다. 29일 경북대에서는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을 너무 개ㆍ돼지로 취급하는 그런 코미디 같은 일은 당장 중단하고 깨끗하게 사과하고 지나갈 문제”라는 표현까지 썼다.

정치권은 유 전 의원의 “할 일이 있다면 꼭 하겠다”는 발언을 정치 재개를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유 전 의원은 이날 차기 당 대표 출마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생각 전혀 안 해봤다. 정해진 게 전혀 없다”면서도 “나라가 잘 되기 위해선 뭐라도 하겠다는 그런 심정으로 정치를 해 나가겠다”며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특히 유 전 의원은 차기 당 대표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자신이 선두를 차지하는 데 대해 “정부와 우리 당에 대한 신뢰가 지금 너무 약한 상태고, 그게 저에 대한 일정 부분 기대로 나타나는 것 아닌가(생각한다)”며 “보수가 제가 늘 주장하는 개혁보수로 바뀌는 데 대해 지지를 해주시는 것이라면 제일 감사하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2일 해당 발언이 담긴 유튜브 영상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직접 올렸다. 지난 달 30일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기본소득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 정강정책을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유승민 전 의원이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달 29일 경북대 강연이 끝나고 자신이 한 발언이 담긴 유튜브 영상을 올렸다. 해당 영상에서 유 전 의원은 차기 당 대표 선호도 여론조사에 대해 ″보수가 개혁보수로 바뀌는 데 대해 지지를 해주시는 것이라면 제일 감사하다″고 말했다. 유승민 전 의원 페이스북 캡처

유승민 전 의원이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달 29일 경북대 강연이 끝나고 자신이 한 발언이 담긴 유튜브 영상을 올렸다. 해당 영상에서 유 전 의원은 차기 당 대표 선호도 여론조사에 대해 ″보수가 개혁보수로 바뀌는 데 대해 지지를 해주시는 것이라면 제일 감사하다″고 말했다. 유승민 전 의원 페이스북 캡처

 
유 전 의원은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차기 국민의힘 당 대표 주자 중 선두를 달리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넥스트리서치가 SBS 의뢰로 지난 달 8~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18.8%의 지지율로 1위를 기록했다. 다만 국민의힘 지지층만 놓고 보면 6.9%(1위는 나경원 전 의원 24.3%)에 불과했다. 지역별로는 호남, 정치성향에선 진보층에서 지지세가 강하기 때문에 실제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나올 경우 얼만큼 득표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당내에선 최근 유 전 의원의 움직임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하는 이들도 적잖다. 특히 유 전 의원의 메시지가 주로 윤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고 있는 데다, ‘개ㆍ돼지’ 같은 거친 표현까지 동원하자 “대통령과 같은 당을 할 마음이 없는 것 같다”며 ‘비토론’까지 일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유 전 의원을 겨냥해 “개혁보수 타령 이제 그만 해라. 지겹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홍 시장은 “같은 보수 진영에서 내부 분탕질로 탄핵사태까지 가고 보수 궤멸을 가져온 것은 어떻게 바라봐야 하냐”며 유 전 의원을 향해 ‘박근혜 탄핵 원죄론’을 꺼냈다. 이어 홍 시장은 “그걸 개혁보수로 분칠하면서 좌파 집권에 앞장서고, 내내 같은 보수정당만 집요하게 공격한 것은 용서가 되는 걸까”라고 썼다.

차기 당 대표 주자인 김기현 의원도 지난 달 29일 페이스북에 유 전 의원을 향해 “내부총질에 익숙한 ‘배신의 정치’로는 우리 당의 위기를 극복하지 못 한다”고 썼다. 김 의원은 지난 달 22일엔 유 전 의원의 지지율에 대해 “(야당 지지층의) 역선택이 굉장히 많다”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당헌ㆍ당규 상 당 대표는 당원 선거인단 투표 70%와 일반 여론조사 30%를 합산해 선출한다. 당내에선 당원들의 지지세가 약한 유 전 의원이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전 대표와 연대하는 등의 방식으로 세력 규합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러나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요즘 유 전 의원 언행은 자신을 둘러싼 ‘배신자 프레임’을 오히려 더욱 강화시키는 꼴이어서 표의 확장성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