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교통 年 100억 필요" 고양 재검토…화성·시흥은 늘린다

지난 4월 26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청 인근 도로 위로 버스들이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26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청 인근 도로 위로 버스들이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고양시는 최근 내년 시행을 목표로 추진하던 버스 무상화 정책에 대해 ‘재검토’로 선회했다. “정책 시행을 두고 논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서다. 고양시의 버스 무상화 정책을 추진한 건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재준 전 시장이었다. 이 전 시장은 지난해 12월 대선후보들에 ‘청소년 교통비 무료화’ 정책을 공약으로 삼아달라고 공개 제안했다. 

 대선 공약화가 불발되자 이 전 시장은 고양시 단독으로 버스 무상화 정책을 추진해 왔다. 지난 1월과 4월 시정포럼을 열고 버스 무상화 정책의 선례와 함께 고양시의 추진 전략을 발표했다. 만 7~18세 고양시 청소년에게 하루 두 차례 고양시 시내·마을버스 요금을 전액 지원하는 방안이었다. 월별 이용요금을 계좌에 현금으로 되돌려주는 방식으로 초등생은 1주일에 5일, 중·고생은 1주일에 6일 지원하겠단 계획이었다.

 고양시에 차고지를 둔 시내버스 및 마을버스 업체는 총 26개다. 버스 1060대가 고양시내 132개 노선을 운행한다. 정책이 시행되면 청소년 약 2만 명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당시 고양시는 추산했다. 고양시민 사이에선 “무상교통을 하면 학생들의 교외 활동 범위가 넓어질 것이다(고교생 학부모 김모씨)”와 “청소년 요금제 등 기존 지원만으로 충분하다”(중3 학부모 전모씨) 등 각양각색의 반응이 나왔다.

 고양시는 지난 5월 한국경제조사연구원에 버스 무상화 정책 관련 용역을 의뢰했다. 그러나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 이동환 시장이 당선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시청 내에선 “예산 부담이 큰 사업을 지자체가 하는 게 맞느냐”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한국경제조사연구원의 ‘고양시 아동·청소년 무상교통 정책 수립용역’ 보고서엔 만 7~18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시내·마을버스 요금을 무료화하면 1년에 약 100억원이 소요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고양시 관계자는 “정책 시행이 재검토로 돌아선 건 예산 문제가 가장 크다”라고 말했다.

 이동권 보장과 교통난 완화를 목표로 버스 무상화 정책을 검토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2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지자체 20여곳이 무상교통 및 교통지원 유사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가장 먼저 시작한 건 2013년 전남 신안군이었다. 경기도 화성시는 2020년 수도권 최초로 버스 무상화 정책을 시행했다. 화성 시내에서 충전식 교통카드로 버스비를 내면 다음 달 25일 현금으로 되돌려받는 식이다. 2020년 11월 만 7~18세 이하를 대상으로 시작해 순차적으로 6~23세 청소년과 만 65세 이상 노인으로 대상을 확대했다. 화성 시민의 30% 정도가 혜택을 받고 있다. 화성시 관계자는 “올해 무상 교통 예산으로 80억원 정도 들 것 같다. 추후 전 시민 대상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기 시흥시도 확장 기조다. 시흥시는 지난해 10월부터 만 16~18세를 대상으로 월 30회에 한 해 버스 요금을 지원하고 있다. (환승 추가 요금은 제외) 지난 3월부턴 예산을 10억원으로 늘려 만 7~18세로 혜택 대상을 넓혔다.


 상위 지자체와의 혜택 중복으로 정책을 접은 곳도 있다. 충남 당진시는 21억원을 투입해 지난해 3월부터 만 6~18세를 대상으로 하는 ‘아동·청소년 무상교통제’를 시작했다. 지난 4월 충남도가 만 6~18세 청소년들이 교통카드로 버스비를 지불하면 1일 3회 이용 분에 한해 환급해주는 정책을 시행하면서 중복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당진시는 지난 6월 자체 지원 사업을 폐지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전문가들은 무상교통 정책 시행 여부는 각 지자체 사정에 따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도경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버스 무상화 정책은 국가 차원보다 지자체가 상황에 따라 시행 여부를 정하는 방향이 맞다”며 “준공영제 등 다른 정책과 병행이 가능한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만 65세 이상인 저소득층이 무상교통 지원 대상이 될 경우 지원비가 공전 이전소득으로 산정된다. 무상교통 지원비를 받는다면 수급자 소득 기준 초과로 수급자 자격을 잃거나 복지 급여가 감액될 우려가 있다”며 “이런 문제 등을 해결해야 장기적인 정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