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간당 100㎜ 내려도 침수 막는다...강남역 등에 대심도 배수터널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시민공원이 집중호우로 물에 잠겨있다. 문희철 기자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시민공원이 집중호우로 물에 잠겨있다. 문희철 기자

서울시가 집중호우로 발생하는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수방 대책을 내놨다. 시간당 100㎜ 수준의 폭우가 쏟아져도 침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서울시는 6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더 촘촘한 수해 안전망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 핵심은 방재성능목표 강화다. 현재 시간당 95㎜인 강우처리 목표량을 최소 100㎜까지 끌어올린다는 내용이다. 방재성능목표는 시간당 처리 가능한 강우량 목표치로 택지개발·재건축 등 도시기반시설을 짓거나 하수관로·빗물펌프장 등 방재설비를 설계할 때 기준이다.

특히 지난 8월 집중호우로 피해가 컸던 강남역 일대는 중점관리지역으로 지정해 강우처리 목표량을 110㎜로 높인다. 서울시가 방재성능목표를 조정한 것은 2012년 이후 10년 만이다.

강우처리목표 10년 만에 상향 조정

서울에 집중호우가 내린 지난 8월 8일 서울 양재역 인근 도로가 침수돼 차량이 떠다니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에 집중호우가 내린 지난 8월 8일 서울 양재역 인근 도로가 침수돼 차량이 떠다니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가 이처럼 강우처리목표를 상향한 건 지난 8월 집중호우 당시 대규모 피해를 보았기 때문이다. 당시 서울에서만 사망 8명, 이재민·대피자 5632명, 시설물 피해 2만76건이 발생했다. 특히 강남 지역에선 시간당 116㎜에 달하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통계적으로 150년 만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수준이다. 

올해 최대 시간당 강우량(141㎜)에는 못 미친다는 지적에 대해 서울시는 “방재성능을 높이는데 천문학적인 예산·시간이 필요하다”며 “투자 대비 효과를 고려해 목표를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에 집중호우가 내린 8일 밤 서울 대치역 인근 도로가 침수돼 차량이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서울에 집중호우가 내린 8일 밤 서울 대치역 인근 도로가 침수돼 차량이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방재시설도 확충한다. 2027년까지 강남역·광화문·도림천에 1조5000억원을 투입해 18.9㎞ 길이의 대심도 빗물 배수 터널을 만든다. 이후 2032년까지 사당역·용산·길동에도 추가로 빗물 터널을 설치할 계획이다.

침수 우려가 있는 46곳에는 2조원을 투자해 빗물펌프장·빗물저류조를 신·증설하고 하수관로를 정비한다. 또 빗물을 머금을 수 있는 ‘물순환시설’을 현재보다 2배 이상 확대, 2040년까지 48만㎥/hr 규모로 설치할 계획이다.  

대심도 빗물 터널 등 수해 방지 시설 확충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양천구 목동빗물펌프장 내 대심도 빗물터널을 현장점검 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양천구 목동빗물펌프장 내 대심도 빗물터널을 현장점검 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예상치 못한 폭우가 내리면 시민들이 대피할 수 있도록 첨단 기술을 적용한 대응시스템도 구축한다. 사물인터넷(IoT) 감지기로 침수 상황을 측정하고 위험 상황을 문자 등으로 실시간·자동 전파하는 ‘스마트 경고시스템’을 2023년 5월에 시범 도입한다. 

인공지능(AI) 기술로 관련 데이터를 자동으로 분석·예측·전파하는 ‘AI 기반 수방통합시스템’도 2030년까지 구축한다. 서울안전누리 누리집에서 서비스 중인 ‘재해지도’도 연말까지 상향된 방재성능목표를 반영해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청 풍수해대책상황실을 찾아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 피해 상황을 보고받은 뒤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청]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청 풍수해대책상황실을 찾아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 피해 상황을 보고받은 뒤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청]

서울시는 주거취약가구를 위한 안전대책 강화 방안도 발표했다. 장애인·독거노인 등 위기 상황 시 긴급대피가 어려운 사람이 거주하는 반지하 주택세대에 돌봄공무원을 1:1로 배정한다. 돌봄공무원은 우기 시작 전부터 가구에 방문해 침수방지시설을 점검하고, 침수 시 대피정보를 전파한다. 

주택위치·침수이력과 무관하게 반지하 주택 주민이 원하면 침수방지시설을 무료로 설치해 준다. 또 맨홀 뚜껑이 열려 보행자가 추락하는 사고를 막기 위해 올해 연말까지 1만여개 맨홀에 추락 방지 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한유석 서울시 물순환안전국장은 “수해를 예방하기 위해서 향후 10년간 3조5000억원을 투입한다”며 “대심도 터널 착공 등 대규모 공사 예산 확보를 위해 중앙 정부와 협조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