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훈련소 "종교행사 가라" 강요는 위헌…헌재 결정 살펴보니 [그법알]

훈련소에 입영한 군인들이 일주일에 한 번 교회나 절 등 종교 시설에 가는 것은 대중에게도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어느 종교로 가면 어느 간식이 나온다더라"하는 풍문까지 공유되기도 한다지요. 그런데 종교가 없는 경우 이 상황이 조금은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종교행사 참석을 강제해서는 안 된다"며 헌법재판소를 찾은 이들이 있거든요. 

지난 6월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 연무관에서 신병 수료식이 열리고 있다. 뉴스1

지난 6월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 연무관에서 신병 수료식이 열리고 있다. 뉴스1

[그법알 사건번호 117] "무신론자인데"…육군훈련소 수료한 변호사들이 헌재 찾은 이유

 
지난 2019년 5월 충청남도 논산시에 있는 육군훈련소 공익법무소대에 배치됐던 변호사 5명의 이야기입니다.

이들은 기초군사훈련 1주차 일요일에 분대장으로부터 공지사항을 하나 받았습니다. "육군훈련소 안에서 열리는 개신교, 불교, 천주교, 원불교 종교 행사 중 하나를 선택해 참석해보라"는 것입니다.

5명은 모두 신앙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4개의 종교 행사에 딱히 가고 싶지도 않았고요. 이들은 분대장을 찾아가 이런 의사를 밝혔지만, 분대장은 "종교가 없더라도 경험 삼아 한 번쯤 참석해봐라,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그때 다시 와서 이야기하라"는 답을 했다고 합니다. 결국 5명은 종교행사에 참석했죠.

육군훈련소 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훈련소에 입영한 군인들이 입소한 1주차에는 종교 체험을 위해 참석을 권장하고 있다고 합니다.다만 2주차부터 수료 주까지는 종교활동을 희망하는 경우에만 참석하게 한다는데요. 당시 해당 기수의 1주차 오전 행사에는 전원이 참석했고, 오후에는 일부가 불참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주차부터는 상당수 불참하는 이들도 생겼고요.


 
5명의 공익법무관이자 변호사들은 지난 2019년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사실상 강제로 종교행사에 참석하게 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뿐 아니라 정교분리의 원칙에 어긋나 헌법에 위반된다는 겁니다.

관련 법령은?

 
청구인들이 내세우는 헌법 조항은 뭘까요? 종교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 제20조를 보시죠.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고 하고요. 제2항은 '국교는 인정되지 않으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에도 관련 조항이 있습니다. 제15조 1항은 '지휘관은 부대의 임무 수행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군인의 종교생활을 보장해야 한다'고 하는데요. 제3항에서는 '모든 군인은 자기 의사에 반해 종교행사에 참석하도록 강요받거나 참석을 제한받지 않는다'라고도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2년 4개월 동안 중단됐던 육군훈련소 가족 상봉 수료식이 다시 재개된 지난 6월,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이등병들이 부모님께 거수경례로 인사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코로나19 확산으로 2년 4개월 동안 중단됐던 육군훈련소 가족 상봉 수료식이 다시 재개된 지난 6월,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이등병들이 부모님께 거수경례로 인사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헌재 판단은?

 
헌법재판소는 24일 "육군훈련소 내 종교행사에 강제로 참석하게 하는 행위는 위헌"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재판관 6:3의 의견이었습니다.

◇헌법소원 대상이긴 한가요?

이 사건은 육군훈련소를 퇴소한 청구인들이 헌법소원을 낼 수 있는지 여부부터 쟁점이 됐습니다. 더는 청구인들에게는 기본권 제한이 발생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헌재는 이 사건을 심리해 결론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봤습니다. 헌재는 비슷한 침해행위가 앞으로도 반복될 위험이 있거나 헌법적으로 해명해야 할 중대한 의미가 있는 경우에는 심판청구의 이익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분대장이 참석을 권유한 조치가 '권력적 사실행위'인지도 문제가 됩니다. 권고나 조언 정도의 단순한 행정지도, 즉 '비권력적 사실행위'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헌재는 "분대장이 종교행사 참석 조치를 내린 것은 사적인 의견을 표명한 것이라거나 권고·조언으로 볼 여지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분대장이 우월적 지위를 갖고 일방적으로 강제한 '권력적 사실행위'여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다는 겁니다.

실제로 육군훈련소는 '신앙전력화'를 위한 노력을 강조한 바 있는데요. 종교활동 여건을 보장해 군 전투력을 증강하기 위한 조치라고 합니다. 관련 지침서에는 '군종 활동을 통한 인성함양 및 정신전력 강화 차원에서 '1인 1종교'를 권장한다'고 쓰여 있습니다.

◇'정교분리의 원칙'도 어겼다고요?

이 사건이 헌재 심판대에 오를 자격은 갖춰졌습니다. 그렇다면 훈련 기간 1주차에 일어난 '강제 종교활동 참석 조치'는 왜 위헌일까요?  

헌재는 "종교의 자유는 무종교의 자유도 포함한다"고 봅니다. 신앙을 가지지 않고 종교적 행위나 종교적 집회에 참석하지 않을 '소극적 자유'도 보호하죠.

다수의 재판관은 "종교행사 참석을 강제한 것만으로 신앙을 가지지 않을 자유, 종교적 집회에 참석하지 않을 자유를 제한한다"고 했습니다. 청구인들의 내심이나 신앙에 실제로 변화가 있었는지 여부와는 무관하다고도 했죠. '1주차는 강요, 2주차부터는 자율'이라 할지라도 종교의 자유가 침해되지 않은 건 아니라고 했습니다.

'정교분리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청구인들의 주장 역시 받아들였습니다. 이 원칙에 따라 국가는 특정 종교의 특권을 인정하지 않고 종교에 대한 중립을 유지해야 하는데요. 헌재는 "종교단체가 군대라는 국가권력에 개입해 영향력을 행사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국가와 종교의 밀접한 결합을 초래한다"고 했습니다.  

훈련소 내에 개신교와 천주교, 불교, 원불교 이렇게 4개의 종교행사만 열리는 것도 문제가 됐습니다. 헌재는 "국가가 중립적인 지위에서 다양한 종교적 신념이나 무신론 등의 가능성을 인정해 민주사회의 기초가 되는 다원성을 보장해야 한다"며 "4개 종교만을 특정해 행사 참석을 강제한 것은 특정 종교를 우대하는 것으로 정교분리 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신앙심이 군에 필요한 정신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판단했을까요? 헌재는 "전투력 강화를 위해 '신앙전력화'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국가가 모든 종교에 대해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정신력 강화 목적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지나치게 종교를 강요할 경우 오히려 해당 종교나 군 생활에 대한 반감이나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다"라고도 했죠.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11월 선고를 앞두고 착석해 있다. 연합뉴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11월 선고를 앞두고 착석해 있다. 연합뉴스

◇3명의 반대 의견은요?

 
3명의 재판관은 다른 의견을 적었습니다. '강제 참석'이었는지 여부부터 입장이 달랐습니다. "1주차에 한해 종교행사 참석을 '권장'했다면,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은 한 명령이나 강제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훈련소가 종교활동을 권장하는 것이 '권력적 사실행위'가 아니라고 보고 헌법소원 대상으로도 인정하지 않았죠. 종교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해서 제재를 받거나 불리한 처우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었다는 겁니다. 다수의견에서 분대장을 '육군훈련소의 최고 관리자'로 보고 우월적인 지위를 인정한 것과는 조금 다르지요.

재판관들은 훈련소 다른 기수의 1주차 종교행사 참석 현황을 살펴봤습니다. 1주차 행사라도 불참자들이 100명가량 있었다는 건데요. 훈련소가 나서서 전원 참석을 강제했다기보다는 "상호 간 분위기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고 했습니다.

육군은 다수의견의 위헌 결정을 받아들이겠다고 했습니다.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며, 헌재 결정의 취지를 잘 살려 병사 종교생활 자유가 보장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그법알
‘그 법’을 콕 집어 알려드립니다. 어려워서 다가가기 힘든 법률 세상을 우리 생활 주변의 사건 이야기로 알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함께 고민해 볼만한 법적 쟁점과 사회 변화로 달라지는 새로운 법률 해석도 발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